매헌에게 주는 글                                  -홍대용-

● 본문

독서는 실로 기억하여 외워 읽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초학자(初學者, 학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로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의거할 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매일 배운 것을 먼저 정확하게 외고 음독(音讀, 글 따위를 소리 내어 읽음)에 착오가 없이 한 뒤에 비로소 서산(書算, 글을 읽은 횟수를 세는 데 쓰는 물건)을 세우고, 먼저 한 번 읽고 나서 다음에는 한 번 외고, 그 다음에는 한 번 보며,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 읽어 모두 3, 40번 되풀이한 뒤에 그친다.

매양 한 권이나 혹은 반 권을 다 배웠을 때에는 전에 배운 것도 아울러 또한 먼저 읽고(복습), 그 다음에 외고, 그 다음에는 보되, 각각 서너덧 번 반복한 뒤에 그친다.(독서의 방법)

글을 읽을 때에는 소리로 읽어서는 안 된다. 소리가 높으면 기운이 떨어진다.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눈을 돌리면 마음이 달아난다. 몸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몸이 흔들리면 정신이 흩어진다.(음독의 방법)

글을 욀 때에는 틀려서는 안 되고, 중복되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너무 빠르면 조급하고 사나워서 음미함이 짧으며, 그렇다고 너무 느려도 안 된다. 너무 느리면 정신이 해이하고 방탕해져서 생각이 들뜬다.(암송의 방법)

책을 볼 때에는 마음 속으로 그 문장을 외면서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여 찾되, 주석(註釋,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한 글)을 참고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궁구(窮究,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함)해야 한다. 만일, 한갓 눈만 책에 붙이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또한 이득이 없다. (묵독의 방법)

이상의 세 조목은 나누어 말하면 비록 다르나, 요컨대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체득해야 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모름지기 몸을 거두어 단정히 앉고, 눈은 똑바로 보고, 귀는 거두어들이며, 수족은 함부로 놀리지 말며, 정신을 모아 책에 집중해야 한다. 계속 이처럼 해 나가면 의미가 날로 새로워 자연히 무궁한 묘미가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 공부할 때에 회의(懷疑)를 품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병통(해가 되는 점)이다. 그러나 그 병의 근원을 따져 보면, 뜬 생각(헛되거나 들뜬 생각)에 따라 좇다가 뜻을 책에 전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뜬 생각을 제거하지 않고 억지로 배제하려고 하면 이로 인해 도리어 한 가지 생각(뜬 생각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 첨가시켜 마침내 정신적인 교란만을 더하게 된다. 어깨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뜻을 높여 한 글자 한 구절에 마음과 입이 상응하게 되면, 뜬 생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지게 된다.

뜬 생각이란, 하루아침에 깨끗이 없어질 수는 없다. 오직 수시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을 잊어 버리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혹 심기가 불편하여 꽉 얽매여 없어지지 않으면,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 근처에 집중시킬 때 신명(정신 의식과 두루 생각하는 활동)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뜬 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과연 이러한 방법을 잘 실행한다면, 얼마 안 가서 공부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효험이 점차 늘어나 오직 학식만이 날로 진척될 뿐 아니라, 마음이 편안하고 기운이 화평하여 일을 함에 있어서 오로지 하나에만 힘쓰고 정밀하게 된다. 위로 이치에 통달하는 학문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의리(義理, 글의 의미와 이치)는 무궁한 것이니, 함부로 스스로 만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문자를 거칠게 통한 사람(깊고 자세히 읽지 않고 겉만 훑은 사람)은 반드시 의문이 없게 마련인데, 이는 의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궁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문이 없는 데서 의문이 생기고, 맛이 없는 데서 맛이 생긴 뒤에라야 능히 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의문이 없을 것 같은 데에서 의문을 발견하고, 음미할 만한 것이 없을 것 같은 데에서 음미할 수 있어야 글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임).

독서는 결코 의문을 품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뜻을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하여 읽고, 읽어 가되 의문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의문이 생기면 반복해서 참고하고 연구해야 한다. 반드시 문자에만 집착하지 말고(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만 알려고 하지 말고), 혹 일을 당했을 때는 시험도 해 보고, 혹 노는 가운데서도 구하기도 하며, 무릇 걸어갈 때나 앉고 누울 때에도 수시로 궁구하고 탐색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기를 끊이지 않고 계속하면 통하지 못할 것이 거의 없고, 설사 통하지 목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먼저 이처럼 궁구하고 탐색한 다음에 남에게 물으면 마침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깨달을 수가 있다. <중략>

초학자의 독서에 있어서 누구인들 그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괴롭고 어려운 것은 그대로 두고 편의함만 찾아 구차스럽게 편안히 지내려고 한다면, 이는 쓸모없는 재주로 끝날 따름이다. 만약, 조금만 스스로가 굳게 참고 반성하며 점검하기를 잊지 않는다면, 십여 일 내에 반드시 소식이 있어 고난은 점차 사라지고, 취미는 날로 새로워져서 점차 손이 저절로 춤추고, 발이 저절로 뛰는 지경에 이르리니(독서에서 얻는 기쁨의 표현),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 백 년간에 근심과 괴로움이 쉴 새 없이 찾아들어 편히 앉아 독서할 시간이 거의 얼마 안 되는 것이다. 진실로 일찍 스스로 깨달아 노력하지 않고, 구차스럽게 살아가다가는 쓸모없는 재주로 끝나고 말 것이니, 만년에 가서 궁박한 처지에 놓였을 때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홍대용의 <담헌서>에 실린 편지글의 일부로, 독서의 방법에 대해 매헌에게 교훈하는 내용이다. 글의 앞뒤에 있는 사연은 생략하고, 편지의 핵심적인 부분만을수록하였다. 자신(글쓴이)의 실제 경험을 제시하여 설득적 효과를 높이면서 독서의 방법에 대해 사실을 해석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여 글쓴이의 주관적인 견해가 드러난 글이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수필

구성

1) 본론 → 효과적인 독서 방법

2) 결론 → 독서의 중요성과 당부

특성

1) '본론-결론'의 2단 구성

2) 교훈적이고 설득적인 성격

3) 매헌 → 매헌 조욱종이라는 청나라 청년을 가리킴.

주제학문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독서의 방법과 태도

출전 → <담헌서>

● 참고자료

◆ 홍대용(1731~1783) 호는 담헌

실학자의 한 사람으로 주로 북학파의 학자들과 교우하며 실학의 실질적인 영역을 개척하였으며, 유학보다 는 국방, 경제 등에 관한 학문에 전념하였다. 청나라에 가서 서양의 과학과 천주교를 접하였고, 지구 자전설을 설파하고, 군전제나 부병제 등 제도 개혁을 주장하였다. 과거제 폐지를 주장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담헌서>, <담헌연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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