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뢰설(舟賂說)                     - 이규보 -

● 본문

어느 날 남쪽 지방을 여행하였는데 도중에 큰 강물을 만났다. 그리하여 강나루에서 뱃삯을 주고 강물을 건너게 되었는데, 때마침 강물을 건너는 사람이 많아서 두 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동시에 출발하였다. 그 두 척의 배는 크기도 똑같고, 노 젓는 사람의 수도 똑같고, 태운 사람의 수도 똑같았다.

두 척의 배가 마침내 닻줄을 풀고 노를 젓기 시작하였는데 조금 있다 보니 곁에서 같이 출발했던 배는 날 듯이 강물을 건너가서 이미 저쪽 나루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내가 탄 배는 아직도 이쪽 나루 근처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자 함께 배를 탔던 사람들이 이르기를,

"저 배를 탄 사람들은 술을 싣고 가다가 그 술로 노 젓는 사람을 먹이니 뱃사공이 힘을 내어 노를 저었기 때문이오." / 하였다.

나는 겸연쩍은 얼굴로 한탄하였다.

"아하! 이 조그마한 강물을 건너는 데도 뇌물을 먹이고 안 먹이는 데 따라 빠르게 건너고 느리게 건너는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바다같이 험한 벼슬길을 다투어 건너는 데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사소한 일에도 뇌물의 여부에 따라서 일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됨. 강물을 벼슬길로, 술을 뇌물로 유추하여 뇌물에 의해 벼슬길이 좌우되는 현실을 비판함)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는 나를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고 뇌물을 줄 만한 사람도 없는 까닭에 지금까지 조그만 벼슬자리 하나도 제대로 차지하지 못하였구나."

나는 뒷날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는 계기를 삼기 위하여 이렇게 써 두기로 하였다.

● 감상 및 이해

뇌물에 따라서 배의 속도가 달라진 체험을 통해 현실 세태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 작품이다. 일상 체험을 벼슬길의 상황과 연결시켜 사회 전반에 유추 적용하고 있다.

이 글은 삶의 가장 구체적인 곳까지 속속들이 뿌리내린 부패상을 유추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간결한 표현이 주제를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있으며, 세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드러나 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일은 일상에서 지극히 사소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에까지 뇌물을 쓰면 일이 빨리 될 수 있으니 당시에 뇌물이 성행하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작자는 이 일로부터 자신의 체험을 떠올리고 왜 자신이 관직을 얻지 못했는지 깨닫게 된다. 배를 타고 가는 데에도 뇌물이 필요한 것으로 보아, 작가가 몸담으려 했던 공직 사회는 더 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만 겨루려 하고 돈을 쓰지 않았으니 여태껏 말단 관리 자리 하나도 얻지 못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작자는 겉으로는 이와 같은 경험과 깨달음을 기록해 두어 다른 날에 참고를 삼겠다고 하여 애써 담담해 하지만 실제로 느낀 절망감은 이보다 훨씬 깊을 것이다. 덧붙여 이와 같은 유추적인 사고에 의한 사회 비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은 비록 재물이 없어 벼슬을 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벼슬하고 있는 자들은 실력보다도 재물을 이용한 부당한 방법을 통해서 그 자리에 오른 것임을 강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 정리하기

갈래 → 고대 한문 수필, 설(說)

성격 → 비판적, 유추적

구성

1) 사실 → 동일한 조건으로 떠나기 시작한 배가 뇌물의 여부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짐을 경험함.

2) 의견 → 뇌물이 횡행하는 세태를 비판함.

특성

1) '사실-의견'의 2단 구성

2) 배를 타는 상황을 통해 '벼슬살이'의 상황을 짐작하는 '유추'가 나타남.

주제뇌물로 인해 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비판함.

출전 → <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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