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관상쟁이(異相者對)                 - 이규보 -

● 본문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어떤 관상장이가 있었다.

그는 관상 보는 책을 읽거나, 관상 보는 법을 따르지 않고 이상한 관상술로 관상을 보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상한 관상장이라 하였다. 점잖은 사람, 높은 벼슬아치,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앞을 다투어 모셔 오기도 하고 찾아도 가서 관상을 보았다. 그의 관상은 이러했다.

부귀하여 몸이 살찌고 기름진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당신 용모가 매우 여위었으니 당신만큼 천한 이가 없겠소." / 하고 빈천하여 몸이 파리한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눈이 밝겠소." / 하고, 얼굴이 아름다운 부인의 관상을 보고는,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한 관상이오." / 하고, 세상에서 관대하고 인자하다고 일컫는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모든 사람을 상심하게 할 관상입니다." / 하고, 시속에서 매우 잔혹하다고 일컫는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관상입니다." / 하였다.

그의 관상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기존의 방식이나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름). 비단 길흉화복의 분간도 잘 말할 줄 모를 뿐 아니라,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는 데도 모두 반대로 보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를 사기꾼이라고 떠들어 대며 잡아다가 그 거짓을 심문하려 하였다.

나는 홀로 그것을 만류하면서 말하기를,

"무릇 말에는 앞에서는 어긋나게 하다가 뒤에서는 순탄하게 하는 말도 있고, 겉으로 듣기에는 퍽 친근하나 이면에는 멀리할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도 있는 것이오. 그 사람도 역시 눈이 있는 사람인데, 어찌 뚱뚱한 사람, 여윈 사람, 눈 먼 사람임을 분간하지 못하고서 비대한 사람을 수척하다 하고 수척한 사람을 비대하다 하며, 장님을 눈 밝은 사람이라 하였겠는가. 이 사람은 반드시 기이한 관상장이임이 틀림없다." / 하고, 이에 목욕재계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그 관상장이가 살고 있는 곳에 찾아갔다.

그는 좌우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리치고서 말하기를,

"나는 여러 사람의 관상을 보았습니다." / 하기에,

"여러 사람이란 어떤 사람들이오." / 하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귀하면 교만하고 능멸하는 마음이 자랍니다. 죄가 충만하면 하늘은 반드시 뒤엎어 버릴 것이니, 장차 알곡은커녕 쭉정이도 넉넉지 못할 시기가 닥칠 것이므로 '수척하다'고 한 것이고, 장차 몰락하여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비천하게 될 것이므로(흥진비래) '당신은 천하게 될 것이다'고 한 것입니다. / 빈천하면 뜻을 굽히고 자신을 낮추어 근심하고 두려워하며 닦고 반성하게 됩니다. 막힌 운수가 다하면 트이고, 장차 만 석의 녹과 부귀를 누릴 것이므로(고진감래) '귀하게 될 것이다'고 한 것입니다. / 요염한 여색이 있으면 쳐다보고 싶고 진기한 보배를 보면 가지려 하여, 사람을 미혹시키고 사곡(邪曲, 사사롭고 마음이 바르지 못함)되게 하는 것이 눈인데, 이로 말미암아 헤아리지 못할 치욕을 받기까지 하니 이는 바로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직 눈 먼 사람만은 마음이 깨끗하여 아무런 욕심이 없고, 몸을 보전하고 욕됨을 멀리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나 깨달은 자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밝은 자'라고 한 것입니다. / 날래면 용맹을 숭상하고 용맹스러우면 대중을 능멸하며, 마침내는 자객이 되기도 하고 간당(奸黨, 간사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기도 합니다. 관리가 이를 가두고 옥졸이 이를 지키며 형틀이 발에 채워지고 목에 걸려지면 비록 달음질하여 도망치려 하나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절름발이여서 걸을 수 없는 자'라 한 것입니다. / 무릇 색(色, 여색)이란 음란한 자가 보면 구슬처럼 아름답고, 어질고 순박한 자가 보면 진흙덩이와 같을 뿐이므로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고 한 것입니다. / 이른바 인자한 사람이 죽을 때에는 사람들이 사모하여 마치 어린애가 어미를 잃은 것처럼 울고불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만인을 상심하게 할 자'라고 한 것입니다. 또 잔혹한 사람이 죽으면 도로와 거리에서 기뻐 노래 부르고 양고기와 술로써 서로 축하하며 크게 웃는 사람도 있고, 손이 터지도록 손뼉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인을 기쁘게 할 것이다'고 한 것입니다."

나는 놀라 일어서며 말하기를,

"과연 내 말대로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이한 관상이구나. 그의 말은 새겨 둘 만한 규범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 그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따라 귀한 상을 말할 때는 '거북무늬에 무소뿔'이라 하고, 나쁜 상을 말할 때는 '벌의 눈에 승냥이 소리'라 하여, 나쁜 것은 숨기고 상례(보통 있는 일)를 그대로 따르면서, 스스로를 성스럽고 신령스럽다 하는 바로 그런 부류(선입견 및 일반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겠는가?" / 하고 물러나와서 그의 대답한 말을 적는다.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눈에 보이는 것과 반대로 관상을 보는 기이한 관상장이를 통해 어리석음을 깨닫고 자기 편견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열린 사고가 필요함을 깨우쳐 주고 있는 교훈적 수필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통해 얻는 지식은 불확실하고 단편적인 사실에 불과할 때가 많으며, 진리란 어리석음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기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나타나 있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대 한문 수필, 교훈적, 철학적

구성

1) 기 → 이상한 관상장이의 출현

2) 승 →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상한 관상술로 관상을 봄.

3) 전 → 내가 관상장이를 찾아가 그렇게 관상을 본 이유를 물어서 듣게 됨.

4) 결 → 관상장이의 말에 감탄하고 깨달음.

특성

1) 대상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분별하고 파악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함.

2) 선입견에 대한 경계, 삶에 대한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음.

주제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보는 유연한 사고와 인생관

출전 → <동국이상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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