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醫山問答)                                  - 홍대용 -

● 본문

실옹(實翁, 실학자인 작가 자신을 비유함)이 묻기를,

"너의 말과 같다면 유자(儒者,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의 학문(學問)의 줄거리가 모두 갖춰진 것인데, 네 또 무엇이 부족해서 나에게 묻느냐? 네가 나를 변설(辯舌, 말을 잘하는 재주)로써 몰아세울 작정이냐? 또는 학문으로 세(勢, 세력)를 겨룰 셈이냐? 아니면 나의 법도(法度, 생활상의 예법과 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를 시험하려는 것이냐?" / 하니, 허자(虛字, 견문이 넓지 않은 사람. 작가가 예전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유함.)가 일어나 절하며 말하기를,

"선생께서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는 자질구레한 것에 구애되어 큰 도(道)를 듣지 못하였기에 우물 안의 개구리가 하늘을 쳐다보듯이 망령되게 잘난 체하고, 여름벌레가 얼음을 이야기하듯이 무식하였던 바, 이제 선생을 뵙고는 마음이 확 트이고 이목(耳目)이 이 맑아져 온 심정(心情)을 기울이고 정성(精誠)을 다하려는데 선생께서는 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 하였다. 실옹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너는 유자(儒者)로구나. 먼저 물 뿌리고(灑掃, 집 안팎을 깨끗이 하는 일. 유교에서 어린 학도가 가장 기본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행위) 쓴 다음에 성명(性命, 인성과 천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의 이치를 배우는 것이 유학의 차례다. 이제 나는 너에게 대도(大道,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를 말하기에 앞서 본원(本源, 사물의 주장이 되는 근원)부터 일러 주리라. 인간(人間)이 만물과 다른 것은 마음이요, 마음이 만물과 다른 것은 몸이다. 지금 내가 너에게 묻노니, 너의 몸이 만물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실용의 질문)." / 하였다. 허자가 대답하기를,

"그 질(質)로 말하면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발이 모난 것은 땅을, 살갗과 두발(頭髮)은 산림(山林)을, 생생한 피는 강과 바다를, 두 눈은 해와 달을, 호흡은 바람과 구름을 각각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신(人身)은 소천지(小天地)라 합니다. 그 출생을 말한다면 부(父)와 모(母)의 혈(血)이 교감하여 태(胎, 태아)를 이루고 달이 차면 태어나는 것이온데, 나이가 듦에 따라 지혜가 늘고 칠규(七竅, 사람의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귀2, 눈2, 코2, 입1))가 모두 밝아지면 오성(五性, 사람의 다섯 가지 성정. 기쁨, 노여움, 욕심, 두려움, 근심)이 모두 갖추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곧 사람의 몸이 만물과 다른 점이 아니겠습니까?(허자는 사람과 만물이 다르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음. 즉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음.)" / 하였다. 실옹이 말하기를,

"아! 너의 말과 같다면 사람이 만물과 다른 점이란 거의 없지 않느냐. 대저 털과 살갗으로 된 질과 정(精)과 혈(血)의 교감(交感)이란 초목(草木)과 사람이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실옹은 사람과 만물은 같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음. 즉 상대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음). 하물며 금수(禽獸)에 있어서야 무엇이 다르겠느냐? 내가 다시 너에게 묻노니, 생물(生物)의 종류에는 셋이 있은즉, 사람과 금수와 초목이 그것이 아니겠느냐. 초목은 거꾸로 나는[生] 까닭에 각(覺, 감각)은 있어도 지(知,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가 없다. 이 세상 생물의 종류는 한없이 엉클어져 서로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하는데, 거기에 귀천(貴賤)의 등차(等差)가 있겠느냐?(실옹의 질문-인간, 초목, 금수는 귀천에 등급이 있느냐고 물음)" / 하였다. 허자가 말하기를,

"천지의 생물 중에는 오직 사람만이 귀(貴)하오며, 저 금수나 초목은 지혜도, 지각(知覺)도, 예의(禮義)도, 의리(義理)도 없습니다(허자가 인간이 가장 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나타나 있음. 인간은 지혜, 지각, 예의, 의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 기준에 의해서 인간이 가장 귀하다고 말함). 사람이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은 금수보다 천한 것입니다." / 하니, 실옹이 고개를 쳐들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너는 진실로 사람이로다. 오륜(五倫, 유학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과 오사(五事, '서경'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일. 얼굴은 단정하게, 말은 바르게, 보는 것은 밝게, 듣는 것은 자세하게, 생각하는 것은 투철하게 하는 것)는 사람의 예의이고, 떼를 지어 다니며 서로 불러 먹이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고, 떨기로 나서 무성하게 죽죽 뻗어가는 것은 초목의 예의이다. 사람으로서 만물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만물이 천하지만, 만물로서 사람을 보면 만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할 것이다(실옹은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사람과 만물의 귀천을 따지지 않음. 즉 귀천에는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임). 그러나 하늘에서 보면 사람이나 만물이 다 마찬가지이니라. 대저 지혜(知慧)가 없는 자는 그 까닭으로 남을 속일 수 없고, 지각(知覺)이 없는 자는 그 까닭으로 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만물이 사람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이 아니겠느냐. 또 봉황은 천 길의 하늘을 날고, 용(龍)은 하늘에서 날아다니고, 시초(蓍草, 톱풀)와 상초(翔草)는 신(神)에 통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재목(材木)으로 쓰이나니(초목의 귀함), 이들을 인류와 비교하면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하겠느냐? 대저 대도(大道)를 해치는 것은 뽐내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나니라.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만물을 천하게 여김은 바로 뽐내는 마음의 근본이니라." / 하였다.

● 감상 및 이해

<의산문답(醫山問答)>은 영조 41년(1765)에 당시 청나라의 북경을 다녀온 뒤 집필한 일종의 자연과학 도서이다. 그의 여러 저작이 수록되어 있는 <담헌서> 내집(內集)에 보유, 즉 보충편으로 포함되어 있는 글이다. 허자가 실옹을 만나 학문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허자는 보수적 지식인층을 대표하고 있고, 실옹은 기존 지식인들의 인식을 뛰어넘는 사상을 보이는 인물로 중국에서 견문을 넓힌 이후의 글쓴이의 모습을 비유한다. 이 글에서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인간과 만물의 동등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목에 나오는 '의산'은 '의무려산'의 준말로, 그가 북경 방문 길에 그가 보고 들은 신세계의 경험이 이 책의 저술에 크게 기여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30년 간의 독서를 통해 당시의 유학을 통달했다고 자처하는 조선의 유학자인 허자는, 60일 동안 중국의 여러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그들의 학문이 형편없음에 실망하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자신과 참된 진리를 논할 상대가 없음을 한탄하고 세상을 버리고 은둔하고자 민주 지역의 명산인 의무려산에 숨어 든다. 그러나 뜻밖의 의무려산에서 실옹을 만나 자신이 지금껏 자부해 왔던 학문이 헛되고 오류투성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 가게 된다. 실옹은 허자에게 지구설, 지구 회전설, 우주 모학론 등을 설파하여, 전통적인 우주관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우주관을 제시한다. 허자는 처음에 너무도 생소하고 혁명적인 주장에 경악하지만, 차츰 명쾌한 논리로 굴복시키는 실옹의 설명에 이끌려 새로운 우주관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수필

구성

1) 문 : 사람과 만물은 다른가?

2) 답 : 허자 → 사람과 만물은 다름.  실옹 → 사람과 만물은 같음.

3) 문 : 사람과 만물은 귀천에 등차가 있는가?

4) 답 : 허자 → 사람이 만물보다 귀함.  실옹 → 사람과 만물은 동등함.

특성

1) 가상의 인물인 '실옹'과 '허자'가 펼치는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짐.

2) 실옹 → 작자 홍대용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 

    허자 → 전통에 매물되어 진정한 진리를 보지 못하는 당시 조선시대 지식인을 모델로 함.

3) 작자의 철학적 입장과 실학정신, 과학사상을 서술함.

4) 철학적이고 상대주의적 성격

주제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반박과 상대주의적 사고 강조

출전 → <담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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