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자 설(盜子說)                - 강희맹 -

● 본문

도둑질을 전문으로 하는 자가 일찍이 그 기술을 아들에게 모두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스스로 자기 기술이 아버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늘 도둑질을 하러 가면 아버지보다 앞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뒤에 나왔으며, 가볍고 천한 것은 버리고 무겁고 귀한 것만 골라 가지고 나왔다. 또 그는 귀와 눈이 밝아 먼 곳에서 나는 소리도 잘 들었고 어두운 곳에서도 먼 곳을 잘 살필 수 있었다. 그러자 다른 여러 도둑이 그의 능력을 칭찬하였다. 마침내 그는 아버지에게 자기 능력을 자랑하기를,

"소자가 아버지보다 기술은 모자라지만 힘은 더 쓸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무엇이든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 하였다.

아버지 도둑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지혜는 겸손한 자세로 배워야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 지혜는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야 더욱 훌륭한 경험이 된단다. 그런데 너는 아직은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아들이 대답하였다.

"도둑이야 재물을 많이 훔쳐 오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보십시오, 소자가 아버지와 함께 도둑질을 하러 가면 늘 아버지보다 더 많이 훔쳐 오지 않습니까? 그러니 뒷날 소자가 아버지 나이가 되면 아마 보통 사람들이 따르지 못하는 특별한 경지에 이를 것입니다."

"그렇겠지! 네가 만일 나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군대가 아무리 삼엄하게 경계하는 성이라도 들어갈 수 있고, 또 아무리 깊이 감추어 둔 물건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번 잘하다가도 한 번 실수하면 패가망신하는 실패가 뒤따른다. 그러니 물건을 훔치는 도중에 어쩌다가 탄로가 나 붙잡힐 지경이 되면 상황을 보아 도망쳐 나오는 기술을 스스로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보기에 너는 아직 그런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마음으로 순응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에 도둑 부자는 함께 도둑질을 하러 어느 부잣집에 숨어 들어갔다. 곧이어 아들은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창고의 자물쇠를 따고 들어갔다. 아버지는 아들이 들어간 창고의 문을 잠그고 그 문을 덜컹덜컹 흔들었다. 곤히 잠을 자던 주인이 놀라 일어나서 달려 나왔다. 그리고 도망치는 아버지 도둑을 따라가다가 붙잡을 수 없게 되자 돌아와서 창고를 살펴보았다. 그는 그곳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그때 창고 안에 갇혀 있던 아들 도둑이 빠져나올 궁리를 하다가 손톱으로 창고 문짝을 박박 긁으며 "찍찍" 하고 늙은 쥐의 소리를 내었다(스스로 체득한 방법). 그러자 방에 들어갔던 주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기랄, 쥐가 창고에 들어가서 곡식을 다 축내는구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지.'

그는 초롱불을 들고 와서 자물쇠를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아들 도둑이 문을 밀치고 도망쳐 나왔다. 그러자 주인은 도둑이 들었다고 소리쳤고,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몰려 나와서 그의 뒤를 바싹 따라왔다. 도둑은 거의 붙잡힐 지경이 되었다. 그는 그 집 마당 안에 파 놓은 연못 둑을 타고 도망치다가 큰 돌을 하나 집어 물속으로 던지고는 몸을 날려 둑 밑으로 숨었다(스스로 체득한 방법). 뒤따르던 사람들은 도둑이 물속으로 몸을 던진 줄 알고 모두 연못만 들여다보았다. 이 틈을 타서 도둑은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를 원망하며 말했다.

"나는 새나 기는 짐승도 자기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할 줄을 아는데 아버지는 어찌하여 자식이 붙잡히도록 일부러 자물쇠를 잠갔습니까?"

아버지가 대견하다는 듯이 그를 보며 대답하였다.

"이제부터는 네가 이 세상에서 도둑으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사람이 남에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은 한정이 있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것을 무한히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급한 처지에 놓였을 때 그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모면함으로써 경험이 넓어지고 지혜가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너를 위함한 경지에 빠뜨린 것은 너를 곤란한 처지에 빠뜨림으로써 장래에 너를 편아하게 살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아들 도둑에게 그냥 물고기를 던져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어 스스로 체득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아비 도둑의 마음이 잘 나타난 구절) 곧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미리 구제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니 네가 만일 보물 창고에 들어가서 그와 같이 다급한 지경에 처해 보지 않았다면 쥐가 긁는 소리라든지 못에 돌을 던지는 기지를 어찌 터득하였겠느냐? 너는 곤궁한 것을 인연으로 하여 지혜를 얻고 상황에 잘 대처하여 기묘하게 빠져나왔으니 아마 그러한 상황이 또 닥치더라도 다시는 당황하지 않고 잘 처리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이 세상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 뒤에 아들 도둑이 과연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도둑이라는 것은 남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그 기술을 스스로 터득한 뒤에 능히 천하에 짝할 사람이 없게 되는데, 하물며 선비가 도덕을 닦아서 공명을 이루는 것이겠는가?(도둑질에서 학문으로의 내용 전개 - 유추) 대대로 국록을 먹는 집안의 자손이 인(仁)과 의(義)의 미덕이나 학문의 공과도 없이 몸부터 먼저 영달하게 되면 교만해져서 앞서간 선열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업적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도둑의 아들이 제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일 높은 지위를 사양하고 낮은 지위를 취하며, 잘난 체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며, 몸을 겸손히 가져 학문에 뜻을 두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리(性理)의 학문을 연구하되 세속에 동요되지 않는다면, 가히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갖추어서 공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학문을 응용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경우에도 맞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둑의 자식이 곤궁한 처지에서 지혜를 터득해 마침내 독보적인 존재가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창고에 갇혀서 쫓김을 당하는 곤란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이용하여 스스로 체득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이 글의 실제 독자인 글쓴이의 아들에게 하는 말로, '스스로 학문을 터득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음. 이 글의 주제문이기도 함.)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아비 도둑과 아들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학문의 자세에 대해 당부하고 있는 글이다. 아들 도둑이 자신의 재주를 믿고 자만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본 아비 도둑이 일부러 그를 곤경에 빠뜨려 스스로 지혜를 체득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하문의 자세 또한 이와 같아야 한다고 교훈을 주는 글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이며 문인인 강희맹의 <훈자오설>은 아들에게 훈계하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이 글을 짓게 된 동기의 서문이 있고, 뒤에 또 이와 함께 당부하는 내용의 편지가 붙어 있다. <도자설(도둑의 아들 이야기)>, <담사설(뱀을 잡아 먹는 이야기)>, <등산설(높은 산에 오른 이야기)>, <삼치설(꿩을 잡는 이야기)>, <요통설(오줌통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자득의 학문에 힘쓸 것', '탐욕과 방탕에 물들지 않을 것', '학문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 '친구 사귐을 잘할 것', '말과 행동에 주의할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 한문 수필(설), 교훈적 수필

구성

1) 전반부(사실) → 아비 도둑이 아들 도둑에게 '스스로 체득하는 법'을 알려 줌.

2) 후반부(의견) → 글쓴이의 아들에게 '스스로 학문을 터득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함.

특성

1) '사실 - 의견'의 2단 구성(액자식 구성)

2) 도둑의 예화를 통해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전달함.

3) 구체적인 사물에 관하여 자기 의견을 서술하면서 사리를 설명해 나감.

주제스스로 학문을 터득하도록 힘써야 함.

출전 → <사숙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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