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부(放蟬賦)                   - 이규보 -   

● 본문

저 교활한 거미(蛛)는 그 종류가 너무 많다. 누가 그에게 저 교활한 재주(가느다란 거미줄을 쳐서 남의 눈을 속인 후 먹이를 잡아먹음)를 길러주어 거미줄로 둥근 배를 채우게 했는가.

어떤 매미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듣다 못하여 매미를 날아가도록 풀어 주었다. 그 때 옆에 있는 어떤 사람이 나를 나무라면서,

"거미나 매미는 다 같이 하찮은 미물들이다.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해를 끼쳤으며, 매미는 또 그대에게 어떤 이익을 주었기에 매미를 살려주어 거미를 굶겨 죽이려 드는가? 살아간 매미는 자네를 고맙게 여길지라도 먹이를 빼앗긴 거미는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렇다면 매미를 놓아 보낸 일을 두고 누가 자네를 어질다고 여기겠는가?" /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이러한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하여,

"거미란 놈의 성질은 본래부터 욕심이 많고, 매미란 놈은 욕심이 적고 자질이 깨끗하다. 항상 배가 부르기만을 바라는 거미의 욕구는 만족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슬만 마시고도 만족해하는 저 매미를 두고 욕심이 있다 할 수 있을까? 저 탐욕스런 거미가 이러한 매미를 위협하는 것을 나는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미를 구해 주었다." / 하였다.

가늘디 가는 실로 그물을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이루(離婁, 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인물, 백 보 떨어진 곳의 털끝을 볼 수 있을 만큼 시력이 뛰어났다고 함) 같은 밝은 눈을 가진 이도 알아보기 어려운데, 하물며 이 어리석은 매미가 어떻게 그것을 살필 수 있겠는가? 어디로 날아가려던 참에 그만 거미줄에 걸려 날개를 움직일수록 매미는 더욱더 얽혀지기만 하였다.

제 이익에 급급한 저 쉬파리 같은 무리들(소인배를 비유함)은 온갖 냄새를 따라다니면서 비린내 나는 음식만 찾으려 한다. 나비 역시 향기나는 것을 구하려고 바람을 따라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다가 그물에 걸린들 누구를 원망하랴. 탐욕스런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이와 달리 저 매미는 원래 남과 잘 다투는 일이 없었는데도 이런 악독한 거미줄에 걸렸다. 나는 매미 몸에 뒤얽힌 거미줄을 풀어 주면서 다음과 같이 간곡하게 당부하였다.

"우선 울창한 숲(크고 넓은 세계)을 찾아서 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되 자주 나다니지 말아라. 탐욕스런 거미들이 너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그렇다고 같은 곳에서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야 한다. 미얀마재비(사마귀)란 놈이 뒤에서 너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너의 거취를 조심한 다음이라야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탐욕스런 존재에 대해 늘 경계하며 조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임)."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작가가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놓아 준 행위를 비판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반박하며 자기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글이다. 매미를 놓아준 것은 거미에게는 해가 될 수 있지만, 탐욕스러운 거미에게서 청렴한 매미를 풀어 주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하면서 이를 통해 인간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슬견설>과 이 작품을 비교해 보면, 공통점은 두 작품 모두 다른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작가의 표현 의도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슬견설>에서 크기에 따라 생물체의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손님'과 달리 '나'는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체는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방선부>에서는 '다른 사람'이 매미, 거미 모두 하찮은 미물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둘의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 정리하기

갈래 → 고대 한문 수필, 부(賦, 사물이나 그에 대한 감상을, 비유를 쓰지 않고 직접 서술하는 작법)

성격 → 교훈적, 경세적, 우의적

구성

1) 기 : 내가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풀어주자 어떤 사람이 이를 비판함.

2) 승 : 그 비판에 대한 나의 해명

3) 전 : 매미를 구해 준 이유

4) 결 : 탐욕스러운 존재를 경계하라는 매미에 대한 나의 당부

특성

1) 대조와 자문자답의 방법을 통해 글쓴이의 견해를 드러냄.

2) 매미와 거미의 생태적 속성을 통해, 서로 모함하고 헐뜯는 인간 세계의 부정적 측면을 풍자함.

3) 거미(소인, 비판대상) - 나(매미를 옹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 - 매미(군자, 옹호 대상)

주제탐욕스러운 인간 세태에 대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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