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침 문(弔針文)                         -유씨부인-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子)에게 고(告)하노니, 인간 부녀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 이십 칠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영결의 심회를 적는 취지(제문을 짓게 된 동기)

연전(年前)에 우리 시삼촌께옵서 동지상사 낙점을 무르와 북경을 다녀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과 원근(遠近) 일가에게 보내고, 비복(婢僕)들도 쌈쌈이 낱낱이 나눠 주고, 그 중에 너를 택(擇)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되었더니,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너희를 무수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요.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바늘을 얻은 내력

나의 신세 박명(薄命)하여 슬하(膝下)에 한 자녀 없고, 인명(人命)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하여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시름을 잊고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통재라, 이는 귀신이 시기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바늘과 작자와의 관계(이별)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緋緞)에 난봉(鸞鳳)과 공작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

바늘의 신묘한 재주(외모)

오호통재라, 자식이 귀(貴)하나 손에서 놓을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順)하나 명(命)을 거스를 때 있나니, 너의 미묘한 재질(才質)이 나의 전후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五色)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였으니, 부녀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보고 잠작 적 만져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이며, 겨울 밤에 등잔을 상대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하다.

바늘과 작자의 관계와 바늘의 재능

이 생(生)에 백년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애재라, 바늘이여.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을 깨쳐내는 듯, 이윽도록 기색혼절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의 신술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 하였네. 동네 장인(匠人)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

바늘이 부러지게 된 과정과 허전함

오호 통재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怨)하리요. 능란한 성품과 공교(工巧)한 재질(才質)을 나의 힘으로 어찌 바라리요. 절묘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가 삭막하다. 네 비록 물건이나 무심치 아니하면, 후세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년고락(白年苦樂)과 일시생사(一時生死)를 한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 애재(嗚呼哀哉)라, 바늘이여.

애도하는 마음과 후세에 대한 기약

 

* 유세차 : '이 해의 차례는'이라는 뜻으로, 제문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이던 말

* 모년모월모일 : 아무 해 아무 월 아무 일

* 침자 : 바늘

* 종요로운 :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요한

* 정회 : 생각하는 마음 또는 정과 회포를 아울러 이르는 말

* 오호 통재라 : 한문투의 문장에서 '아아 슬프고 원통하도다'의 뜻으로 쓰이는 말

* 행장 : 몸가짐과 품행, 또는 죽은 사람의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

* 영결 :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짐

* 동지상사 : 해마다 동짓달에 중국으로 보내던 사신의 우두머리

* 낙점 : 조선 시대에, 이품 이상의 벼슬아치를 뽑을 때 임금이 이조에서 추천된 세 후보자 가운데 마땅한 사람의 이름 위에 점을 찍던 일. 여러 후보가 있을 때 그 중에 마땅한 대상을 고르는 것.

* 미혹 :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함.

* 해포 : 1년 남짓. 여기서는 여러 해의 뜻. '포'는 '얼마동안, 남짓'이라는 시간을 의미하는 접미사

* 흉완 : 흉악하고 모짊.

* 쟁쟁이라 : 출중하도다.

* 추호 같은 : (가을철에 가늘어진 짐승의 털이란 뜻으로) 매우 적은

* 능라 : 두꺼운 비단과 얇은 비단

* 비복 : 계집종과 사내종

* 재질 : 재주와 기질

* 수응함 : 남의 요구에 응함

* 천은 : 품질이 석 좋은 은

* 파란 : 금속 등의 표면에 구워 올려 윤이 나게 하는 유약.

* 주렴 : 구슬을 실에 꿰어 만든 발

* 봉미 : 봉황의 꽁지, 또는 그런 모양의 것

* 수미가 상응하고 : 처음과 끝이 서로 맞아 어울리고, 바느질 선이 가지런함을 말함.

* 술시 : 오후 7시부터 9시

* 관대 : 지난날, 벼슬아치들이 입던 공복. 오늘날에는 구식 혼례 때에 신랑이 예복으로 입음.

* 혼백이 산란하여 : 정신이 뒤숭숭하고 어수선하여

* 기색혼절 : 숨이 막혀서 까무러짐.

* 편작 : 중국 전국 시대의 명의. 환자의 오장을 투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함.

* 백인이 유아이사 : '백인이 나로 말미암아 죽었다'란 뜻으로, 여기서는 다른 사람이 화를 입게 된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을 한탄하는 말이다. 중국 진나라의 왕도가 억울하게 옥에 갇혔을 때 백인이 누명을 벗겨 주었으나 왕도는 이 사실을 몰랐다. 이후 백인이 옥에 갇히게 되었으나 왕도는 그를 구하지 않아 백인은 죽고 말았다. 후에 이 사실을 안 왕도가 백인을 구출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한 데서 이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 공교 : 재치있고 교묘한

* 의형 : 몸을 가지는 태도, 또는 차린 모습

* 품재 : 타고난 재주

* 동거지정 : 한 집에 같이 산 정

* 일시생사 : 같이 살다가 함께 죽는 일

해         설

● 이해 및 감상

조침문은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이 지은 고전수필로, 국문체이고 일명 '제침문'이라고도 불리는 작품이다.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쓴 제문(祭文)으로, 바늘 하나에 이런 섬세한 조문을 쓸 정도라면 이 글을 쓴 사람의 심성은 분명 우리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한 개의 바늘을 가지고 27년을 썼다는 사실은 조심성 있고 알뜰한 여심을 말해주기도 하며, 한편 자녀 하나 두지 못한 외로운 여인이 생계를 그것에 의지하고, 반생을 동고동락하여 왔음을 전제로 이 작품을 이해하여야 될 것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미망인이 된 유씨 부인이 자녀도 없이 바느질에 마음을 붙여 오랜 세월을 지내오다가, 어느 날 문득 바늘이 부러지자 너무나 애석하여 바늘을 의인화하여 자기의 슬픈 심회를 제문 형식에 맞추어 쓴 수필이다. 여인의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정서가 바늘을 애도하는 글 속에 곡진하게 드러난 고대 여류 수필 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제문에 얽힌 작자의 애절한 처지와 아울러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 요점 정리

◆ 갈래 및 성격 : 제문(祭文), 고전수필, 의인체 수필 (여성적, 고백적, 감상적, 추모적, 신변잡기적)

◆ 연대 : 조선 순조 때

◆ 구성

* 서사 → 조문을 쓰는 취지(바늘의 행장과 나의 회포를 적어 영결함)

* 본사 → 바늘의 행장과 비통한 회포(바늘과의 인연, 바늘의 신묘한 재주, 바늘을 부러뜨린 경위와 회한)

* 결사 → 애도하는 심정과 후세에 대한 기약(후세에 다시 만나 동거지정을 잇기 바람)

◆ 작자 : 유씨 부인(작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것은 전해지지 않으며, 다만 작자는 사대부 가문의 청상과부로 여겨지며, 문장 실력과 고사에 능통한 점으로 보아, 비록 삯바느질을 하고 있는 처지이나 어려서부터 독서와 문안편지 쓰기로 실력을 닦아온 양반집 딸인 듯함.)

◆ 표현

* 전통적인 제문의 형식으로 표현함.

* 대상에 인격을 부여한 의인화 수법

*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으로 생생한 느낌을 줌.

*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하고 우아한 필치가 두드러짐.

* 과장법과 영탄법의 사용으로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더해 줌.

* 산문이면서도 3 · 4조의 가사체를 곁들여 운문적 요소를 지님.

◆ 문체 : 내간체, 국한문 혼용체, 문어체

◆ 주제 : 부러뜨린 바늘을 애도함.

◆ 제 : 제문(祭文)은 원래 천지신명에게 제사 지낼 때 음식을 올리며 소원을 비는 글이었다. 이기씨의 '사사', 순의 '사전사', 탕의 '상림도우사' 같은 것이 옛날 제문의 예이다. 중세 이후에는 친구나 아는 이를 제사지낼 때, 죽은 이가 남긴 생전의 말이나 행동을 기리며 슬픈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구성은 대체로 서사, 본사, 결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사는 '유세차(維世次)'로 시작하고 결사는 '상향(尙饗)'이라는 말로 끝난다. 본사는 죽은 사람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심정을 서술한다.

◆ 의의

* <의유당 관북 유람일기>,<규중칠우쟁론기>와 더불어 여류 수필의 백미

* 문장의 가락이나 호흡이 우아하고 애절하여 문학적 가치가 높음

* 바늘을 의인화했다는 점에서 고려의 가전체 문학과 접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음.

* 조선 시대 여인들의 인생관 내지 생활관을 엿볼 수 있음.

* 여성적인 감각으로 신변잡기적 소재를 취함.

● 참고자료

◆ <조침문>에 대한 새로운 해석

<조침문>의 구성은 대단히 완벽하다. 이것은 수필에는 마치 이렇다 할 구성이 없는 것처럼 아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조침문>은 제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사별의 슬픔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효과를 위하여 다른 글의 형식을 활용했다는 것은 오늘의 수필 문학의 새로운 변모를 위한 우리 수필가들의 노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침문>은 화자의 감정이 고조될 때 운문이 드러난다. 이 작품이 운문을 배합했다는 이 사실은 수필이 적어도 독자의 정서에 호소하는 글인 한, 오늘의 뜻 있는 수필가들에게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침문>은 과장이 심하다. 바늘 하나 부러졌는데 기색혼절하는 판이다. 그러나 바늘이 남편이고 보면, 이 과장은 오히려 사실적인 묘사일 수 있다. 조침문의 작중 화자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는 지체높고 유여한 집안의 마님이고, 다른 하나는 바느질 솜씨가 대단히 뛰어난 가난한 침모이다. 어떻든 이 작품이 1인칭 수필에서의 작자와 독자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현대수필문학의 창조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큰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남편을 일찍 여읜 여인의 한을 핵심으로 하는 주제와 정이 배고 길이 잘 든 부러진 바늘이라고 하는 소재가 빈틈없는 조화를 이룬다.

 

◆ 여류 문학의 세계

중세의 공식 문학관은 사대부 남성의 한문학만 문학으로 인정하고 평가했다. 이러한 원칙은 쉽게 수정될 수 없었다. 한시문이 아닌 국문학의 작품이 격이 낮지만 문학으로 인정한다는 정도의 타협이 이루어지고, 사대부로서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 한문학에 힘쓰는 것도 용납하게 되었지만, 여서은 비록 지체가 대단하더라도 문학과는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것이 관례였다. 다른 사람들이 널리 불러주는 이름마저 없는 여성에게 개성적인 활동이 허용될 수 없었다. 서얼 출신의 실학자인 이덕무가 '사소절'에서 '부녀자들이야 한문의 기본 독해력을 갖추고 족보, 역대 국호, 성현의 이름 정도의 상식이나 얻으면 그만이지 함부로 시를 지어서 외간에 전파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못박은 데 개방의 한계가 명시되어 있다.

여자라고 해서 감회가 없을 수 없고 민요나 설화를 통해서 절실한 사연을 나타내 온 내력이야 대단하지만, 그런 것들은 문학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문학은 격식을 갖춘 글로 이루어지고 한문학을 본령으로 삼았기에, 국문을 '안글'로 삼아 편지를 쓰고, 제문을 짓고 하는 것 정도는 용인되었다. 숙종의 어머니 명성대비가 송시열에게 밀명을 전한 편지도 국문이었다. 언간(諺簡)이라는 이름의 국문편지는 상하 없이 애용했으며, 생활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실기(實記), 가사 등까지 국문을 이용해서 짓는 의욕이 나날이 확대되었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같은 것이 이루어져 국문 실기문학으로서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9세기 이후에 규방가사와 수필이 널리 창작되고 필수적인 교양물로 읽히자 국문 문학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문 소설은 여성을 독자로 해서 발전했으며, 여성의 요구를 흥미 거리로 삼았다.

여자가 한문학을 하는 것은 긴요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전례가 일찍부터 있었다. 신라의 여성이 당나라에서 지었다는 한시가 전하고 있다. 고려 때에 여류 문인이 있었던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보이지 않으나, 조선 전기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황진이를 비롯한 몇몇 기녀가 시조뿐만 아니라 한시도 익혀 창작 솜씨를 발휘했다. 신사임당처럼 명문 사대부 출신의 여류 문인도 있어서 시가 널리 알려졌다. 그런 예외가 조선 후기에는 좀 더 확대되어 한문학이 사대부 남성의 독점물일 수 없게 하는 데에 한 몫을 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3」에서

◆ 고전수필의 특징

고전수필은 조선 중기 이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는데 특히 17세기경 한글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평민 및 궁중 여인들이나 사대부가의 부녀자들이 일상적인 경험을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수필 작품이 많이 출현하게 되었다.

♠ 종류 : 궁중 비화, 일기, 기행문, 내간, 추도문 야담, 설(說) 등.

♠ 문체 : 우아하고 부드러운 문체를 사용하거나 내간체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 시기별 주요 작품

⑴ 고려시대 : 이규보의 '백운소설', 이제현의 '역옹패설' 등.

⑵ 조선 전 · 중기 : 서거정의 '동문선', 유몽인의 '어유야담' 등.

⑶ 조선 후기 : 의유당의 '관북유람일기', 유씨 부인의 '조침문' 등.

 

◆ '조침문'의 교육적 가치

⑴ 교훈성 : 지금처럼 사람이나 물건과의 관계가 일회용인 시대에 바늘 하나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감성은 일회용처럼 매사를 대하는 현대인에게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⑵ 흥미성 : 대화체와 제문 형식, 그리고 의인화된 사물들을 통해 재미있게 고전 작품을 대할 수 있고, 작품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신과 역사, 일상생활 등의 문화적인 요소가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⑶ 상상력 : 문학 작품의 가치는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에 접하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규중에 있는 사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내주었다. 주어진 제재를 읽고 학습자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신유미, '고전수필 교재화 방안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 논문, 2011

● 교과서 학습활동 풀이

1. 이 작품의 특징을 표현과 내용면에서 말해 보자.

→ 이 작품은 부러진 바늘을 대상으로 하여 추도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따라서 표현면에서는 '오호 통재라'와 같이 바늘에 대한 추모의 정을 담은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한 팔을 베어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와 같이 여성의 섬세한 감각이 잘 나타나 있다. 내용면에서는 부러진 바늘의 외모, 재능, 자책감, 추모의 정 등이 단락별로 갖추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바늘에 대한 추모의 정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2. 작자가 '바늘'이라는 하찮은 존재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보자.

→ 단락별로 작자와 바늘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구절을 찾아보자. 첫 단락에서는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가 남과 다름이라.'에서 찾을 수 있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너희를 무수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하니, 비록 무심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지 아니하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세 번째 단락에서는 '침선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시름을 잊고 생애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하니, 오호 통재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구절들을 통해 작자에게 바늘은 생계에 큰 도움을 주고, 특별한 정회가 있는 대상이기에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물건을 잃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고, 그것을 추모하는 형식의 글을 써 보자.

<예시> 모필문(慕筆文) → 잃어 버린 만년필을 추모함.

모년 모월 모일에 주인 모씨는 두어 자 글로써 필자(筆子)에게 고하노라. 인간사 흔한 일이 만나고 헤어짐이라 하나, 내 너를 아껴 10년 간 품 속에 간직하고 다니다가 우연 실수로 너를 잃었으니 이 심회가 남과 다름이라. 아깝고 불쌍하다. 내 잠깐 눈물을 거두고 마음을 진정하여 너의 행장과 나의 심회를 총총히 적어 이별에 부치노라.

10년 전 어린 나이에 백일장에 나가 글을 적어 상을 타니, 그 때 상장과 함께 나의 손에 들어왔더니라. 내 너를 각별히 여겨 닳고 또 닳도록 너를 손에서 놓지 않으니 너는 내 손가락과 한 가지로 놀았더니라. 내 성격 소심하여 남들 앞에 대면하여 할 말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층층이 쌓인 분노 겹겹이 덮인 한탄 새하얀 종이 위에 너를 쥔 채 풀어내면 파도치던 내 마음도 호수 같이 잠잠해졌으니, 너의 부재를 어찌 아니 서러워할까. 네 촉수 가냘프게 가는 획을 그어 갈 적에도 촉수가 무뎌져서 굵은 글씨 그릴 적에도 종이 위에 모인 글씨 꽃이 되고 새가 되었음이라.

종이에 획을 그어 글을 쓰던 세상이 바뀌어 키보드를 두드리며 점을 찍는 세상이 되었어도, 너는 내 손을 떠나지 아니했더라. 키보드가 빠르기는 빨라도 획을 긋는 촉감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여, 내 너와의 인연이 무궁하리라 여겼노라. 네 이름도 공교롭게 만년필이라 천 년 만 년 동거하자 하였더니, 아뿔싸, 별안간 이별이로다.

오호 통재라! 네가 없어도 세상에 많고 많은 게 펜이건만 어찌 십 년 정분을 잊을 수 있겠는가. 부디 필기하기 좋아하는 새 주인을 만나서 만년 동안 향락을 누리기를 빌 뿐이라. 만년필이여.

●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작가가 바늘을 얻게 된 과정과 바늘이 부러진 경위를 정리해 보자.

바늘을 얻게 된 과정

몇 해 전 시삼촌께서 동지상사로 북경을 다녀오신 후에 사다 주신 바늘로, 친척들과 비복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이다.

바늘이 부러진 경위

금년 시월 초십일에 희미한 등잔 아래에서 관대의 깃을 달다가 얼떨결에 자끈동 부러졌다.

 

2. 바늘이 부러진 상황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문장을 찾은 뒤, 그 부분에 드러난 작가의 개성을 말해 보자.

●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장 →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 깃을 달다가 무심 중간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 작가의 개성 →

 

3. 이 작품에서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를, 형식적 특징에 주목하여 살펴보자.

(1) 이 작품이 제문 형식임을 알게 해 주는 구절을 찾아 써 보자.

→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로 시작하는 첫문장에서 '유세차'는 제문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이는 문구이다.

 

(2) 이 작품은 양반집 부인이 쓴 내간체 수필이다. 내간체 수필의 특징을 조사해 보자.

1) 문장의 주체가 대개 부녀자들이다.

2) 우리 말과 글을 사용하였다.

3) 꾸밈 없고 정다운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4. 다음은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수필의 일부이다. '규중칠우쟁론기'와 '조침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 보자.

세요 각시 가는 허리 구붓기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양우(兩友)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眞珠) 열 그릇이나 꿴 후에 구슬이라 할 것이니, 재단(裁斷)에 능소능대(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작의(作衣)를 어찌 하리오. 세누비 미누비 저른 솔 긴 옷을 이루며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 부인의 자혀 내고 교두 각시 버혀 내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이라 자랑하나뇨."

▶ 공통점 : 부녀자들이 바느질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바늘'을 의인화하고 있다.

▶ 차이점 : '규중칠우쟁론기'가 부녀자들이 주로 쓰는 여러 가지 물건(바느질 도구)들을 의인화하여 해당 사물의 공치사를 드러내는 반면, '조침문'은 바늘을 의인화하여 바늘을 잃은 자신의 안타까움과 괴로움을 주로 드러내고 있다.

 

5. <보기1>에서 제재를 하나 골라, <보기2>에 제시된 형식 중 하나를 선택해 한 편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려 보자.

<보기1>

장난감          애완동물

사물함            교과서

컴퓨터           휴대전화

<보기2>

연애편지     사용 설명서

관찰 일지     실험 보고서

반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