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몽(占夢)                      -성현 채록-

옛날에 유생(儒生) 세 사람이 있었다. 장차 과거(科擧) 시험에 응시하러 가고자 하는데, 한 사람은 거울이 땅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한 사람은 쑥으로 만든 사람[애부(艾夫) : 쑥으로 만든 인형]을 문 위에 달아 놓은 꿈을 꾸었으며, 또 한 사람은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모두 함께 꿈을 점치는 사람의 집을 찾아갔더니 꿈점 치는 사람은 없고 그의 아들만이 있었다. 세 사람이 꿈의 길흉을 물으니 그 아들이 점쳐 말하기를

“세 가지 꿈이 다 상서롭지 않으니 소원을 성취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조금 있다가 꿈점치는 사람이 와서 자기 아들을 꾸짖고는 시(詩)를 지어 주기를,

 

쑥 인형은 사람들이 우러르는 것이요,        艾夫人所望(애부인소망)

거울이 떨어지니 어찌 소리가 없을꼬.        鏡落豈無聲(경락기무성)

꽃이 떨어지면 응당 열매가 있을 것이니,     花落應有實(화락응유실)

세 분은 함께 이름을 이루리라.                  三子共成名(삼자공성명)

 

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 세 사람은 모두 과거 시험에 급제하였다고 한다.

 

# 유생(儒生) : 유학을 닦는 사람

# 애부(艾夫) : 쑥으로 만든 인형, 단오 때 문 위에 걸어 두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함

# 세 가지 꿈이 ~ 못하겠습니다. : 점술가 아들의 부정적인 해몽. 인생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 같은 해석은 긍정적인 가치관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대조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 과연 그 ~ 시험에 급제하였다. : 꿈 속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용기를 준 점술가의 해몽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해           설

● 이해 및 감상

용재(慵齋) 성현(成俔)이 지은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발췌한 꿈을 소재로 한 설화이다.

줄거리를 보면, 세 유생이 꿈을 꾸어 점술가를 찾아 해몽을 부탁하는데, 상서롭지 않게 판단한 아들과는 달리 매우 좋은 꿈이라고 해몽한 점술가의 말에 용기를 얻어 세 유생은 모두 과거에 급제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문제를 앞에 두고 그것을 풀이할 때, 그 방법과 결과가 다를 수가 있듯이, 점술가와 그 아들의 해석 결과가 다르다. 부정적으로 풀이해 준 아들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풀이해 준 점술가 덕분에 꿈을 풀이하러 왔던 유생 3인은 과거 시험에 모두 급제하였다. 긍정적인 꿈풀이 덕분에 용기를 얻었음이 분명하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가능성을 찾아 힘써야 한다는, 평범한 듯 보이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내용에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실지로 일어난 일보다 유리하게 둘러대어 해석한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인다면, 춘향전의 옥중 꿈풀이인 ‘화락(花落)하니 능성실(能成實)이요, 경파(鏡破)하니 기무성(豈無聲)가. 문상(門上)에 현우인(懸偶人)하니 만인(萬人)이 개앙시(皆仰視)라.’는 이 설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요점 정리

갈래 : 설화. 패관문학

연대 : 조선 성종 때

표현 : 열거법. 설의법

제재 : 꿈풀이(해몽)

주제 : 꿈속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용기를 줌.

출전 : <용재총화(慵齋叢話)>

작자 : 성현(成俔, 1439-1504) 조선 성종 때 학자. 호는 용재(慵齋). 벼슬은 예조판서에 이르렀다. 신말평, 유자광과 함께 성종 24년에 <악학궤범>을 엮었다. 성종의 명으로 ‘쌍화점’, ‘이상곡’, ‘북전’ 등의 표현이 노골적인 음사(淫詞)라 하여 고쳤다. 저서에 <용재총화(慵齋叢話)> 등이 있다.

 

● 참고 < 용재총화 >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인 성현(成俔)의 수필집. 활자본. 3권 3책. 1525년(중종 20)에 경주에서 간행. 그 뒤 1909년 조선고서간행회에서 간행한 《대동야승(大東野乘)》에 책록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성종 때까지의 풍속 지리 역사 문물 제도 음악 문학 인물 설화 등 문화전반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당시의 전반적인 문제를 살필 수 있는 저술이다. 내용 및 서술상의 특징은 신분 지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인정세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유려한 산문을 구사한 점이다. 특히 잔치음식의 종류와 맛의 특징, 나례 등을 수록하고 유명인의 일화 일반 대중이나 천인들의 소화 등 다양한 설화를 수록하고 있어서, 민속학 및 구비 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내용은 문담(文談)시화(詩話)서화(書畵)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평(人物評)사화(史話)실력담(實歷談) 등을 모아 엮은 것으로, 문장이 아름다운 조선시대 수필문학의 백미편(白眉篇)이다. 전편이 《대동야승》에 실려 있고, 시화(詩話) 부분은 《시화총림(詩話叢林)》에도 들어 있다. 1934년 계유출판사(癸酉出版社)에서 간행한 《조선야사전집(朝鮮野史全集)》에 한글로 토를 달아 실었다. 64년 고려대학 민족문화연구소에서 국역하여 《파한집(破閑集)》과 합본(合本)으로 간행한 바 있다. 고려에서 조선 성종대에 이르기까지 형성 변화된 민간 풍속이나 문물 제도 문화 역사 종교 예술 등 문화전반을 다루고 있어 민속학이나 구비문학 연구의 자료로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