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잠병서(愛惡箴幷序)                        -이달충-

유비자(有非子, 허물이 있는 사람)가 무시옹(無是翁, 옳음이 없는 노인)을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즈음에 여럿이 모여서 인물을 평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대를 사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그대를 사람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 대접을 받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지요."

▶ 유비자의 질문 - 사람들의 평가가 다른 이유를 물음

 

무시옹이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해명하였다.

"남이 나를 사람답다 하여도 내가 기뻐할 것이 없고, 남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여도 내가 두려워할 것이 없소. 사람다운 사람은 나를 사람답다고 하고 사람답지 않은 사람은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는 것보다 좋소. 나는 나를 사람답다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모르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면 나는 기뻐할 일이요,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면 그 또한 기뻐할 일이오. 거꾸로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또한 두려워할 일이요,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면 또한 두려워할 일이오. 기뻐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마땅히 나를 사람답다 하고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사람답지 않은 사람인지를 살필 일이오. 그러므로 오직 어진 사람이라야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고 하오. 그런데 나를 사람답다 하는 사람이 어진 사람인지,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어진 사람인지 알 수가 없소.(결국 내가 상대방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 무시옹의 대답 -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이 스스로 삼가면서 주체성 있는 삶을 살아야 함.

 

유비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물러가니, 무시옹이 이것을 잠(箴)을 지어 자신을 일깨웠다. 잠은 다음과 같다.

 

자도(子都, 춘추시대 정나라의 미남)야 누가 아름답다 아니하며,

역아(易牙, 제나라 환공의 신하로, 요리를 매우 잘 함.)의 음식이야 누가 맛있다 아니하랴?

좋아하고 미워함이 시끄러울 때는(좋고 나쁨이 뒤섞여 어지러울 때는),

어찌 모든 것을 자기에게서 구하지 않으랴?(주제문)

▶ 무시옹의 잠 - 자기를 반성하고 수양해야 함.

해         설

● 이해 및 감상

이 글은 평가자의 사람됨이 중요함과 자기 수양의 필요성을 설파한 수필이다. '유비자'는 '무시옹'에게 왜 무시옹에 대한 평가가 사람마다 다른지를 묻는다. 무시옹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엇갈릴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나 그 평가로 인한 나의 감정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것은 평가를 받는 나이기에, 결국 이 문제는 명확히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글쓴이는 모든 이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가 수양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의 글쓴이인 이달충은 왕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던 신돈을 비판하고, 그가 벌이던 주색 행각을 금할 것을 직언할 정도의 용기를 가졌던 사람으로, 이 글에는 글쓴이의 그러한 성품이 잘 드러나 있다. 경계하거나 훈계하는 뜻을 담은 '잠'의 묘미를 한껏 맛보게 하는 글이라고 하겠다.

 

● 요점 정리

◆ 갈래 : 고전수필, 한문수필, 잠(箴, 경계하거나 훈계하는 뜻을 적은 한문 문체의 일종)

◆ 성격 : 교훈적, 철학적

◆ 구성 : '질문 - 대답 - 잠(깨달음)'의 3단 구성

◆ 제재 : 사람에 대한 평가

◆ 주제 : 자기 수양의 필요성

◆ 표현 : 대화의 형식을 통해 교훈과 깨달음을 전함.

◆ 의의 : 잠이라는 형식의 묘미를 맛보게 하는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