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경전(尹知敬傳)                  -작자 미상-

◇ 소설 읽기    

  줄거리  

중종 임금 시절, 재상 윤형의 3자(三子)인 윤지경은 수재로서 16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진사가 되며, 많은 곳에서 구혼을 받는다. 그 해 여름에 전염병이 돌아 윤 재상은 지경을 데리고 종매부 최 참판 집으로 피접을 갔는데, 그곳에서 최 참판 재취 부인인 이부인 소생 연화 소저와 만나 연정을 품게 된다. 지경이 부모를 통해 청혼을 하나, 최 참판은 연화의 모친 이 부인으로부터 지경이 급제 후에 청루 출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혼을 거절한다. 지경과 연화 둘 다 연달아 죽을병에 걸렸다가 소생하여 내당에서 사랑을 키우고, 피접을 끝낸 후, 이번에는 연화가 부모에게 지경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여, 결국 부모가 딸의 성례를 허락하고 만다. 지경이 18세 되던 해 봄에 정시(庭試)에 장원으로 급제하게 되고, 윤공과 최공 모두 기뻐하며 혼례 날짜를 택일한다.

이때 중종의 총애를 받던 후궁 경빈 박씨 소생 희안군이 윤공 가문에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앙갚음으로 왕을 조종해 경빈의 소생인 연성옹주의 부마로 윤지경을 간택하도록 했는데, 공교롭게도 지경과 연화가 혼례식을 거행하는 날 입궐을 명하는 왕의 교지가 윤씨 집으로 내려진다.

지경이 길석(吉席)에 나아가 교배(交拜)를 비롯한 혼례식을 마치고, 합궁은 못한 채 왕명이 지엄하여 입궐했더니, 부마로 간택되었음을 알리는 어명을 받게 된다. 이미 혼례를 올렸음을 아뢰며, 부마 간택의 부당함을 임금께 아뢰자, 왕의 옆에 있던 희안군이 "비록 납폐 전안을 했으나, 합궁하기 전이니 이제 간택을 해도 무방하다."고 아뢰자, 지경은 희안군을 꾸짖으며 부당함을 강하게 주장한다. 크게 노한 왕이 지경을 꾸짖었으나 듣지 않자 지경 부자(父子)를 하옥시킨다.

지경은 신하의 몸으로서 끝까지 왕명을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옹주와 혼인을 하게 되었는데, 옹주가 너무 박색(薄色)인데다가 표독스럽고 어질지 못한 모습을 보고 첫날 밤부터 옹주를 소박(疏薄)한다.

지경은 옹주와 한집에 살긴 했지만, 옹주와 합궁하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첫사랑인 연화의 집을 자주 찾아가 결국 합궁까지 하게 되며,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밤낮으로 최씨 댁을 드나든다.

옹주가 드디어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지경에게 따지자, 지경은 옹주의 어질지 못함을 꾸짖게 되며, 옹주는 입궐해 어미 경빈 박씨에게 일러바친다.

경빈의 말을 들은 왕이 지경을 불러 꾸짖고, 최공에게 부마의 출입을 금하도록 어명을 내리니, 최공은 윤공과 짜고 연화 아가씨가 득병하였으니 출입을 하지 말라고 한 다음에, 마침내 딸이 죽었다고 부고를 최씨 집에 보낸다. 소식을 들은 지경은 기절을 하고, 장례식에도 참석을 금지당한 후 삼년상을 마칠 때까지 연화 소저를 못 잊어 슬퍼한다.

연화의 조카이자 최공의 손자인 선중이가 지경이 자기 고모를 그리워하며 몹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필묵과 부채를 주면 고모의 거처를 알려 주겠다며 결국 남모르게 연화 소저이 생존 사실을 전해준다.

삼년상을 치렀던 연화 소저와 감격적인 상봉을 한 지경은 그후 대궐 조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연화의 거처에서 지낸다. 20여일 만에 들키고 말았으나, 왕이 환관 김송환을 보내 입궐하기를 재촉하자, 지경은 광인처럼 미친 척하면서 임금을 욕하고 권신(權臣) 남곤과 심정 등이 조광조 등 30여 인을 모해한 기묘사화의 흉계를 폭로하며, 자기가 한 말을 왕께 그대로 전하라고 한다.

왕이 대노하여 나졸들을 보내 부마 윤지경을 잡아오게 하여 친국(親鞫)을 한 연후에, 임금을 능멸하고 옹주를 박대한 죄를 물어, 지경을 충청도 대흥 땅으로 귀양을 보내고, 연화는 함경도 함흥으로 유배를 보낸다.

귀양살이 2년차 되는 해에 왕명으로 환관 김송환이 유배지로 찾아와 부마의 형편을 살피자, 지경은 여전히 미친 척하고 왕을 비난하였으며, 이 보고를 받은 왕이 그를 뭍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도로 다시 정배하려 하자, 어진 왕세자의 간청으로 그대로 대흥 땅에 머물게 된다.

다음 해 봄에 세자의 거처인 동궁에 작서지변(灼鼠之變)과 가작인두지변(假作人頭之變) 사건이 일어나, 왕은 주범인 경빈 박씨를 처형하고 그 소생 왕자와 연성 옹주를 귀양 보낸다.

이어 왕은 세자에게 윤지경의 보신지계(保身之計)를 칭찬하며, 부마 신분을 벗어나게 하고, 승지 벼슬을 제수한다. 이어 함흥에 귀양 간 연화를 해배(解配)하도록 한다.

유배지에서 돌아온 윤지경은 중종 임금께 사은숙배한 후, 옹주가 흉계(凶計)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죄를 풀어 달라고 간청하나, 왕이 듣지를 않는다.

중종 임금이 승하하고, 동궁인 인종이 즉위하게 되자, 동기간의 우애를 지키고자 새 임금인 인종은 윤지경에게, "옹주는 과인의 골육 동기라, 경이 데려다가 전(前)과 같이 말고 후대(厚待)하여 살면 내 죽어도 한이 없노라." 하여서, 지경은 오늘의 하교를 잊지 않겠다고 아뢴 후, 즉시 옹주를 깍듯이 대접한다. 윤지경은 비로소 두 명의 부인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룩하게 되었다.

  감상 및 해설  

국내를 배경으로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합한 소설로, 부마를 간택하는 왕에게 완강히 저항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남녀간 애틋한 애정의 새로운 역정을 꾸민 것이 독창적이다. 연애소설의 소재 영역을 넓히고 전기적인 서사 구조를 개연성 있는 허구로 바꾸는 데 기여하였고,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면서 아울러 역사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선조조의 인물 윤지경이 아니라 중종조의 윤인경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보인다. 주인공의 행적이 윤인경의 행적과 일치하는 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문필사본 '윤인경전'의 존재가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 후기에 나온 '춘향전'이 여색을 탐하는 탐관오리에 대한 여성 주인공의 절개 굳은 사랑을 주제로 했다면, 이 작품은 어질지 못한 군주에 대항하는 남성 주인공의 꿋꿋한 사랑을 그렸다. 또한 다른 염정 소설과는 달리,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강한 역사 의식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지닌다. 즉 조선시대 염정 소설이 허구적인 내용을 다룬 데 비해, 이 작품으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조화시켜 부당하게 부마로 간택하는 왕에게 완강히 저항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절대 왕권 시대에 절대 권력의 상징인 임금에 대해 저항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기존 제도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남녀간 애틋한 애정의 새로운 역정을 꾸민 것이 독창적이다. 연애소설의 소재 영역을 넓히고 전기적인 서사구조를 개연성 있는 허구로 바꾸는 데 기여하였다.

  요점 정리  

● 작자 및 연대 : 미상

● 갈래 : 고전 소설, 국문 소설, 애정 소설

● 성격 : 염정적, 권선징악적, 낭만적, 사회비판적

● 구성 : 행복한 결말 구조

* 발단 → 부모의 허락을 얻어 윤지경과 연화가 성례하기로 함.

* 전개 → 연성 옹주의 부마로 간택된 윤지경이 어쩔 수 없이 연화와 파혼하고 옹주와 성례함.

* 위기 → 윤지경이 주상에게 부마 간택의 부당성을 직간하다 유배를 당함.

* 절정 → 경빈 박씨는 세자를 몰아내려다 실패하고 참수당하며 복성군, 연성 옹주는 귀양을 감.

* 결말 → 윤지경이 유배에서 풀려나 연화와 가정을 이루며 연성 옹주를 죄를 사해 줄 것을 요청하여 세 사람이 더불어 화목한 여생을 보냄.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인물

* 윤지경 → 윤 총재(현)의 아들. 문장이 빼어나고 풍채가 준수함. 16세에 과거보고 진사에 오름. 봄에 연화가 결혼하기로 하였으나 17세 춘이월에 정시 장원, 연성 옹주와 결혼하라는 임금의 말에 이미 혼인 약조가 되었음을 주장하며 당당하게 거절하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아버지와 함께 옥고를 치름. 임금 앞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말하다가 방자하다는 평가를 받음. 혼인 후 집에 돌아와 교자를 깨치고 부마의 관교를 땅에 던져 버려 불만을 표출함. 혼인 후에도 최연화의 집에 지속적으로 출입하여 연성 옹주와 귀빈 박씨, 임금과 갈등을 겪음. 임금에게 조광조의 신워을 주장하기도 하고, 심정 및 남곤을 비판하기도 함. 요첩(귀빈 박씨)에 혹한 혼군(혼군)이라고 임금을 폄하하기도 하고, 딸(연성 옹주)을 잘못 낳았다고 비판하기도 함. 결국 유배당하고 작서의 변으로 박씨 몰락 후 유배에서 풀려남. 후에 인종 즉위 후 개과천선한 연성 옹주와 사랑하는 연화, 두 명의 처를 거느리고 좌의정까지 오르며 부귀공명을 누리고, 어떤 위협과 권력에도 굴하지 앟는 진정한 사랑을 성취해 나가는 긍정적이고 강직하며 자유로운 인물임.

* 최연화 → 최 참판의 전처인 윤 부인이 두 아들을 낳고 죽고, 후부인 이씨에게 태어난 일녀임. 용모 곱고 성정이 유순함. 윤지경이 청루에 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이부인이 윤지경의 모친의 청혼을 거절함. 후에 윤지경이 해명하고 연화 또한 그를 사모하여 부모님의 혼인 허락을 얻음.

* 희안군 → 중종의 동생. 윤지경에게 구혼하였으나 거절 당함. 그것에 노하여 주상에게 연성 옹주와 윤지경이 결친하도록 청함.

* 연성 옹주 → 경빈 박씨의 둘째 딸. 포독(暴毒) 불인(不仁). 후에 작서의 변으로 귀빈 박씨(어머니) 몰락 후, 지난 날을 반성함. 연화가 자신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것에 감복하여 마음을 고쳐 먹음. 2남 2녀를 낳음.

* 귀빈 박씨→ 역사상 실존 인물은 경빈 박씨. 복성군의 어머니. 아들의 왕위 등극을 위해 작서의 변을 일으킨 것으로 소설에서는 나옴. 연성 옹주의 어머니로 딸을 사랑하지 않고 외도를 일삼는 윤지경과 갈등 관계를 이룸. 권력을 휘두르는 간악한 후궁으로 묘사됨. 주초위왕(조씨가 왕이 된다) 사건을 남곤, 복성군과 일으켜 조광조를 모해함.

● 배경

* 시간적 → 조선 중종

* 공간적 → 한양

* 역사적 → 기묘사화, 작서지변, 가작인두지변(가짜 사람 머리를 동궁 빈청에 걸어 두어 동궁(인종)을 저주한 사건)

● 주제

*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지키려는 윤지경의 노력

* 권세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사랑의 힘

* 역경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사랑

● 특징

* 연애 소설 소재의 영역을 넓힘.

* 중국 소설에 대한 모방성을 탈피함.

* 국내를 배경으로 하고, 실존 역사에서 제재를 취하여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치함.

*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하여 당시의 정치 상황을 비판하고, 우연성이나 전기적 요소가 거의 없음.

  생각해 보기  

◆ 윤지경전의 가치와 문학사적 의의

(1) 천편일률적이고 도식적인 기존 고전소설의 모습과는 차별성 있게, 제재를 역사적 배경에서 취하는 등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절충하고 배합하여, 작품의 사실적인 무게를 느끼게 하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작품이다.

(2) 부마 지위의 영광도 사양하고, 왕명의 부당함을 직간하다가 투옥과 유배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불굴의 자세는 우리 나라 고전 소설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남원 고을 수령에게 저항하는 기생 춘향의 정절을 주제로 다룬 <춘향전>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강도가 한층 더 센 작품이다.

(3) 표독하고 어질지 못한 옹주를 사랑할 수가 없고, 세자를 모해하려는 경빈을 장모로 받들 수 없는 주인공 윤지경의 선견지명과, 장차 닥칠 궁중의 권력 쟁탈 암투에서 벗어나려고 고의로 미친 척하면서 왕을 비방하고 유배를 당하는 등 주인공의 보신지계 역시 우리 고전 소설에서 처음 보는 탁월한 복선 장치이다.

(4)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부모와 임금과 옹주를 속여가며 연화 소저와 은애하는 주인공의 대담한 행동, 그리고 유교적이고 가부장적 봉건 사회에서 끝내 사랑을 쟁취해 내는 모습도 분명히 다른 고전소설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차별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5) 주인공 윤지경이 월장하여 연화와 동침을 하고 새벽에 최씨 집을 나오다가 최공의 아들에게 들켜 도적으로 몰려 묶이는 장면은 해학성이 있는 플롯으로서,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6) 연화의 거짓 죽음과 삼년상을 치르는 구성은 당시 소설치고는 아주 독창적이며, 죽었다는 연화를 못 잊어 삼년간 방황하다가 최공 손자의 기지로 다시 상봉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그 힘든 사랑의 역정 서술 또한 사실적으로 그렸으면서도 독자를 흥분하게 하는 참신성이 있어,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7) 당시 고전소설류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우연성이나 전기적 요소가 거의 없는 사실적 표현 또한 문학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8) 중국 소설에 대한 모방성을 탈피하고,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한 대부분의 고전소설들과 달리 우리 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작품 배경으로 빌렸으며, 춘향전 못지 않게 독창적 구성과 문제성 있는 주제를 제시한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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