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함양박씨전                           -  박지원 -

■ 소설 읽기      

  줄거리   

조선시대에 과부 개가를 금지하는 것이 본래 사대부에만 해당되는 것이었으나, 평민들에게까지 보급되어 전통이 되어 버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이어서 어느 과부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이 과부는 젊은 날 자신의 정욕을 참기 위해 동전을 굴린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주며, 정절과 관련된 풍문으로 관리의 등용을 꺼리는 아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함양의 박씨라는 과부에 대한 이야기로, 병든 남편과 결혼한 박씨가 남편이 죽자 상을 치르고, 시부모를 봉양한 뒤 소상, 대상을 치르고 나서 자결하였다는 내용이다.

  감상 및 해설  

이 글은 연암이 안의현에 현감으로 부임했을 때(작가 나이 57세 때) 들은 열녀 이야기를 모티프로 쓴 글로, 한문 단편 소설로 보기도 하고, 실전(實傳)으로 보아 수필로 분류하기도 한다.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서문에서는 과부 개가 금지에 대한 박지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본문에서는 어느 과부의 이야기와 남편을 따라 자결한 열녀 박씨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부 개가 금지 제도의 비인간성을 폭로하고 있다. 작가가 본문을 시작하면서 꺼낸 어느 과부의 이야기에서는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사연을 통해 서얼에 대한 차별과 과부의 절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당시 사회를 은근히 비꼬며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연암의 사상 또한 매우 명확하다. 정절을 지킨 함양 박씨의 행실은 칭송 받아 마땅하고, 연암 또한 그 수절을 칭송함에 아낌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서두에 제시한 논평을 음미한다면, 그런 터무니없는 정절을 강요하는 봉건적 제도와 관습에 대한 탄식이 강하게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풍자성을 지닌 열전체(列傳體)의 변체(變體)이다. 통인 박상효의 조카딸인 박씨는 대대로 현리로 지낸 하찮은 집안의 딸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릴 때부터 조부모의 슬하에서 자랐는데, 효도가 극진하였다. 19세에 함양의 아전 임술증에게 시집을 갔으나, 술증이 본디 병이 있어 성례한 지 반년이 못 되어 죽었다. 박씨는 예를 다하여 초상을 치른 뒤 며느리의 도를 다하여 시부모를 섬기다가 남편의 대상(大祥-사람이 죽은 지 두 돌만에 지내는 제사)날에 약을 먹고 죽었다. 박씨는 정혼한 뒤 술증의 병이 깊음을 알았으나 성혼을 하였으며, 초례를 치렀을 뿐 끝내 빈 옷만 지킨 셈이었다.

박지원은 박씨가 젊은 과부로서 오래 이 세상에 머문다면 친척들의 연민을 받고 또 이웃사람들의 망령된 생각도 면하지 못할 것이라 하여 상기(喪期)가 끝날 때를 기다려 지아비가 죽은 그날 그 시각에 죽음으로써 그 처음의 뜻을 이룬 점을 기리고 있다.

그러나 박지원이 이 글을 쓴 동기는 박씨의 열(烈)을 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함양군수 윤광석 등 3명이 <박씨전>을 썼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박씨와 같은 행위를 두고 열을 지키기에 얼마나 피눈물나는 극기가 필요한가를 그 반대의 경우를 들어 그 지나침을 풍자한 것이다. 개가한 이의 자손을 정직(正職)에 서용하지 말라고 한 국전(國典)은 서민을 위하여 마련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귀천을 막론하고 과부로 절개를 지킴은 물론, 나아가 농가, 위항의 여인들까지 물불에 몸을 던지고 독약을 먹고 목을 매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리하여 일찍 과부가 된 한 여인이 깊은 고독과 슬픔을 달래기 위하여 동전을 굴리면서 아들 형제를 입신시킨 이야기를 삽화로 넣어 수절의 어려움을 밝히고, 이와 같은 어려움을 넘긴 이야말로 진정한 열녀라 이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박씨의 순절을 완곡히 비판하면서 그렇게  만연하는 사회풍조, 나아가 과부의 개가를 금지시킨 사회제도에까지 비판이 확대되고 있는 이 작품은 삽화를 넣으면서 설명과 문답으로 간결하고 실감 있게 표현한 작가 만년의 글이다. (한국 문학 자료 사전)

  요점정리  

성격 : 한문, 단편, 풍자소설

연대 : 조선 영조(18세기 말)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부분적인 1인칭 시점)

특성 : 수필적 성격을 지니며(작가의 체험 바탕), 두 가지 예화를 제시하여 작가의 주장을 뒷받침함.

구성

* 작가의 논평 - 국전에 의해 수절 과부가 너무 많다.

* 에피소드 제시 - 과부와 두 아들의 문답(서얼차별에 대한 비판, 과부개가금지의 비인간성)

* 연암의 체험담 제시 - 함얌 박씨 이야기(완곡한 비판의 대상, '열'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극기가 필요했는가를 들어 그 지나침을 풍자하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삶을 강요하는 봉건적 제도와 관습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비판함.)

주제 : 과부 개가 금지 제도의 비인간성

  생각해 보기  

■ 연암 박지원 소설의 특징

연암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을 이루는 것은 풍자적 성격과 사실주의적 특성이다. 연암에게 풍자란, 중세적 봉건 사회가 무너져 가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하는 역사적 변화의 시대에 살면서 그 모든 일을 직시했던 비판적 태도로 나타난다. 또한, 그는 서민들의 삶의 세계로 의식 세계를 확장하면서 당대 평민층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뛰어난 소설적 성과를 이룩했다.

  •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 : 연암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비판과 풍자이며, 이는 <양반전>과 <호질>에 잘 나타난다. <열녀 함양 박씨전>의 경우, 작가는 박씨와 같은 행위를 두고 '열(烈)'을 지키기에 얼마나 피눈물 나는 극기가 필요한가를 제시한 후 이를 통해 과부 개가 금지 제도가 비인간적임을 풍자하고 있다.
  • 새로운 인간형 제시 : 평범한 사람 혹은 사회에서 천대받는 인물로서 기존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인물을 다루었는데, <광문자전>의 '광문', <예덕선생전>의 '엄행수' 등이 그런 인물이다.
  • 인간성의 긍정과 평등사상 : 인간성을 긍정하고 남녀 귀천에 관계없이 인간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는 <광문자전>,<열녀 함양 박씨전> 등에서 잘 나타난다.

 

■ 연암 박지원의 문학론

연암은 문학론에서, 작가란 자기가 속한 시대와 풍속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그려내는 것이 작가의 임무이지 당대 현실과 동떨어진 때의 문장을 모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훌륭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당대의 현실을 그 당대의 언어로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으로 연암의 이와 같은 주장은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당대에 유행했고, 또 문학하는 사람은 그 유행을 으레 따라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고문(古文)에 대한 비판이다. 연암이 살았던 18세기에는 한 · 당의 문체를 모방하고 그것과 비슷하게 되려는 풍조가 휩쓸고 있었다. 그래서 평가하는 기준은 이른바 고문이었고, 이 고문을 따르지 않는 문장은 배척되기 일쑤였다. 연암이 비판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이와 같은 당시 유행하던 의고문체의 비판과 패사소품체(稗史小品體)로 특징지워진 연암체는 그러므로 표리의 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대 현실 자체에서 참된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살고 있는 세상의 사물에 나아가면 그 속에 참다운 의취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서의 참이란 사물의 본질을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는 것인데, 오히려 고인의 문체에 접근하고자 한다는 것은 기껏해야 비슷하기나 할 뿐, 정작 표현해야 할 참(眞)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참이란 것도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하는 것인 만큼 특정 시대의 참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시대의 구체적인 사물에 직접 나아가서 거기서 포착된 참은 또한 그 시대의 언어로 표현되어져야만 한다. 그 시대의 언어가 아니고 고문을 모방하려 하면 그것은 같아지려 하는 것이지 참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공통된 사상인 실용주의는 그의 세계관 및 휴머니즘과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의 문학상의 태도로는 역사적인 현장성을 존중하고 제재나 표현에 있어서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만 골라 숭엄하고 전아하게 나타내는 가식적 방법으로 현실의 진상을 호도해 버리는 데에 혐오와 저주를 보내면서,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표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고문장이나 고문학을 고수하는 진부한 문장을 반대하며 비판하고, 그 시대 그 사회에 맞는 사실적이고 개성 있는 독창적인 문장을 주장했다. 연암이 고문을 비판하는 것은 고문이라는 전통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지 고문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님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는 법고창신과 상통한다.

연암의 문학은 한문학이었다. 국문문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한문학에만 힘쓰면서, 글자는 전에 쓰던 것과 같을 수밖에 없지만 글은 독특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새로운 창작의 방법을 철저하게 추구했다. 그렇게 하자니 언어 표현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따져야만 했다. '천하의 연고와 만물의 정에 두루 통달한 것이 언어'라고 하는 기본 전제를 마련하고, '언어는 분별하고자 하면 형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방법을 삼았다. 어어가 진실과 합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유가의 오랜 언어관을 따랐다 하겠으나, 진실은 표현 이전에 이미 주어져 있지 않고 분별하고 형용해야 비로소 구체화된다고 한 것은 새로운 착상이다. 분별과 형용이 장식의 수단이 아니고 탐구의 방법이라 해서 문학관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했다. 그리고 '천지는 아무리 오래 되었어도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된다.'는 진보적인 관점에서 전에 없던 탐구를 하고자 해서 참신한 문체를 마련했다.

연암은 옛사람의 글을 흉내낸다든가, 고법에 구애된다든가 해서는 생명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당대의 진실을 문제 삼으려면 상스러운 말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영처고서>에서 방언을 문자로 옮기고, 민요를 운율에 맞추기만 하면 자연히 문장이 이루어진다하고, 답습을 일삼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무엇이든지 표현하자면서 복고적 사고방식과 결별하자는 주장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새로운 경험을 직설적으로 전달하자는 말은 아니다. 글 쓰는 것은 재판과 같고 전투와 같다 하고,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 연암 소설의 풍자성

1. 서언

이씨 조선 전제정치를 몰락시키는 데 기여한 연암의 사상과 풍자문학은 그 공훈이 컸다. 그리하여 그에 대한 연구는 일찍이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시도되어 비교적 그 전모를 파헤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에 관계되는 방대한 문헌이 워낙 난해한 한문으로 표기되어 있는 까닭에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의 사상이나 문학에 관한 연구는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있는 학적 과제의 하나다.

 

2. 본론 : 연암소설의 풍자 대상

1) 양반전과 호질

<양반전>은 조선조 후기의 사회가 와해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벽촌인데, 그것은 이런 벽촌에서도 양반의 매매가 이루어진 것을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신분 질서가 심한 동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양반전>의 주제에 대한 공통점은 봉건 계급의 타파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계급의 타파라고 보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그러한 이유는 아래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방경각외전>읮 ㅏ서에서 "士乃爲志 其志如何 弗謀勢利 達不離士 窮不失士"라 한 것은 그의 양반에 대한 기대가 언제나 '士'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는 데 있다.

둘째는, 이 작품에서 그는 비록 비현실적인 양반상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실제의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방향에로의 개선을 바란 것이지 결코 양반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호질>은 작자인 박지원이 실학 사상을 확립해 가던 시기의 작품으로 풍자성이 가장 짙으며 사회에서 서민을 기만하고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士'에 대한 자아비판이다.

이 작품 전체에는 대상을 묘사하는 험담, 비어가 무수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醫者疑也'라든가 '巫者誣也'와 같은 표현은 음절의 도착으로 의미를 전도하여 나타내는 기지가 보이고 있다.

 

2) 예덕선생전과 광문전

<광문전>은 한때 도둑의 누명을 썼다가 처조카의 출현으로 그 누명을 벗게 된 과정의 진술이다. 광문은 거지 출신으로 일정한 직업도 없으나, 핍박받는 서민들 간에서 믿음으로써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편적 인간이다.

작자는 이 작품 속에서 이론에만 파묻혀서 실제 행동에는 아무 것도 못하는 불언행일치의 인간이 아니라, 삶에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광문의 행동을 통해 공리공론에만 젖어 있는 유학자들의 부유한 생활을 풍자하고 있다.

또한 걸아나 요아의 불성실을 비판하기 위해 작자는 노골적으로 그들과 정면 대결을 벌이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완곡한 표현으로 거지아이나 요인의 결정을 비판함으로써 광문이 갖고 있는 서민의식의 옹호자가 되는 것이다.

<예덕선생전>은 <광문전>과 같이 박지원의 새로운 인간상을 구현해 보인 작품으로 겉으로 드러난 것은 추해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깊은 인간미가 있는 인간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여기서 먼저 부귀를 도외시한 박지원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전하면 채소나 고기나 배를 채우는 것은 같은데 굳이 맛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좋은 옷을 입으라고 전하면 소매 넓은 옷은 몸이 활발치 못해서 분뇨를 지고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한다. 고기를 먹고, 소매 넓은 옷을 입은 지배계층에 대한 선망은 채소를 먹고, 분뇨를 지고 다니는 피지배계층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다. 작자인 박지원은 피지배계층에 서서 지배계층의 생활 환경을 개선토록 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훌륭한 풍자 작가들은 '대부분의 신체적, 정신적인 결함 때문에 심한 열등의식의 소유자이거나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지배계급으로부터 이단시 당한 사람'들이다.

박지원도 작은 키에 그 모습이 추한 '지원상모괴오(趾源狀貌魁梧)'였으며, 또한 벽파 출신인 점으로 보아 풍자 작가가 될 수 있는 요건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조건을 넘어서서 그가 폭로하고 공격하는 그리고 풍자하는 대상은 법을 범하고 있는 죄악이 아니라, 교양있는 인격자들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약점들, 어쩌면 그들 자신들이 약점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런 인간 본래의 속물성에 범위를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지원은 삶을 부정하는 견해로서의 비관적 풍자 태도와 삶을 긍정하는 견해로서의 낙관적 풍자 태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결국 박지원의 참된 풍자는 비판적이라기보다는 낙관적 태도가 진지하다고 볼 수 있다.

 

3. 결론

일세를 뒤흔든 연암의 실학사상과 비평정신은 그의 풍자소설 10여 편에 유감없이 반영되었다.

<양반전>, <마장전>, <광문전>, <예덕선생전> 등에 나타난 지배계급의 부패성을 풍자한 것이 그것이요, <허생전>, <호질> 등을 통해 위선적인 위학도배를 규탄하고 한편으로는 가장된 북벌정책과 고식적인 경제정책, 빈곤한 사회정책을 비판 풍자한 것이 그것이며, <예덕선생전>, <마장전>을 통해서 당시의 타락한 교우지도를 개탄하고 풍자한 것이 그것이며, <민옹전>을 통해 모순된 국가인사정책을 비판 풍자한 것이 그것이요, <금신선전>을 통해서 도피적인 신선사상을 비판 풍자하였고, <열녀함양박씨전>을 통해서 비인도적인 여성의 개가금지를 비판 풍자하였으며, 또한 <예덕선생전>을 통해서 일세의 천농사상을 비판 풍자한 것이 그것이다.

연암의 우국 개세의 일념은 국가 사회의 모순을 개혁하는데 그 근본정신을 둔 실학의 북학 계열에 열중하여, 그의 해박하고도 탁월한 식견은 말마다 절절하여 당시의 부유노학의 공리공론을 종횡으로 조롱하여, 그 허세의 탈을 벗겼고, 그의 문장보국의 필봉은 불의를 광정하는데 가차없었으니 그것이 곧 그의 예리한 비판정신이었다.

그의 비판정신은 마침내 부패사회에 대처하는 민감한 풍자문학을 발전시켜, 그의 소설 10여 편에 그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박지원은 투철한 '士'의식에 그 사상의 바탕을 두고서 자기가 처한 시대의 인간과 제모순과 불합리를 풍자적 수법을 빌어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진술의 형태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나타난 사회성은 그가 풍자 작가이므로 현실적 사회성을 갖게 된다.

또한 그의 풍자 대상은 크게 인간성과 사회제도의 두 경우에 있으며, 풍자를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닌 개인을 통한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당시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소재로 하여 진실을 추구하고 서민정신을 옹호하며, 실천하는 인간성을 띠고 있다. 아울러 그가 보여주는 허구의 세계를 그 이면에서 풍자를 빌어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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