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반 전(兩班傳)                   -  박지원 -

◇ 소설읽기    

  줄거리  

 강원도 정선 고을에 살고 있는 한 양반은, 학식이 높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어진 사람이었다. 군수가 새로 부임해 오면 반드시 그를 찾아가 예를 표하곤 했다. 그러나 이 양반은 너무 가난하여 관가에서 빌려주는 곡식을 타먹고 살았는데, 그것이 여러 해가 거듭되면서 천 석에 이르게 되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 여석이 비는 것을 발견해 내고는, 관곡을 축낸 그 양반을 투옥하라고 명령했다. 군수가 양반의 형편을 잘 아는지라 차마 가두지 못하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한편 이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그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하였다. 그 때에 건너마을의 어떤 부자가 그 소문을 듣고 평소 양반의 신분을 동경하던 중이라, 빚을 갚아주는 대신 양반 신분을 사기로 했다. 그 즉시 양반을 찾아가 자신이 관곡 천석을 갚아 줄 것이라고 하면서 양반권을 팔아달라고 한다. 양반은 기꺼이 승낙하며, 천부는 약속대로 관곡을 갚아주고는 양반권을 이양받는다.

이러한 경위를 알게 된 군수가 문권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부자를 불러들여,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양반권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먼저, 양반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형식적인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열거해 기록하였다. 이에 양반이라는 것을 좋은 것으로만 알았던 부자는, 좋은 일이 있게 해달라고 한다. 군수는 이번에는 양반의 특권 및 횡포에 대해 나열하기 시작한다. 다 듣기도 전에 부자는 도둑이나 진배없는 양반이라며 도망을 쳐서는, 죽을 때까지 아예 양반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감상 및 해설  

<양반전>은 [연암집]의 방경각외전에 실린 7편의 전(傳)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작품은 당시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데, 특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지 않는 인간상(무능하기 짝이 없는 양반, 부패한 관료, 무지한 천민 등)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몰락하는 양반과 부상하는 평민을 등장시켜 삶의 발랄함을 부각시키려는 해학적인 작품이다. 무능한 양반과 부자가 된 평민 사이에서 이루어진 양반 매매사건을 소재로 해서, 사회적 모순을 안고 있는 전형적인 양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교묘하고 익살스런 표현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며, 그러한 표현이 높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박지원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양반을 등장시켜 당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양반 신분을 판다는 것은, 조선 후기 사회 자체가 귀속 신분보다는 경제력에 의한 획득 신분이 중시되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은 임 · 병 양란을 계기로 조선 전기까지의 엄격한 신분 질서가 동요하고, 산업의 발달과 농업 생산력의 증대로 인해 평민 부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매매 문서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당시의 지배층은 공허한 명분에만 얽매여 있는 무능한 존재였으며, 혼란한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는커녕 관료 사회의 부패는 극에 달했다. 작자는 이러한 양반의 실상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통렬하게 폭로하는 한편, 선비 계층이 올바른 인식과 각성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대소설, 단편소설, 한문소설, 풍자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에 작가 관찰자 시점이 삽입된 형태

배경 : 시대적 - 18세기

              공간적 - 정선군

              사상적 - 조선후기 실학사상

양반매매계약서

* 1차 문권 → 표층적인 의미는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양반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심층적인 의미는 경제를 모르고 생활능력도 없으면서 실용성이 없는 공리공론만을 일삼고, 허례허식만을 숭상하는 양반상을 비판함.

* 2차 문권 → 표층적인 의미는 양반의 이로운 점을 나열한 듯 보이나, 심층적인 의미는 횡행하는 벌열정치의 횡포를 폭로하는 동시에 무위도식하면서 무단적이고 전횡적인 행위만을 일삼는 양반상을 통렬하게 비판함.

주제양반들의 경제적 무능과 위선적인 생활 폭로
               양반의 형식주의와 부정부패 풍자

구성단계

* 발단 : 정선군에 사는 한 양반이 관가에서 환자를 타다 먹고 살았는데, 그것이 어느덧 천 석이나 되었다. 관찰사가 환곡을 조사하다가 이 사실을 알고 노하여 양반을 가두라고 하자, 군수는 환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양반을 딱하게 역며 난감해한다.

* 전개 : 이웃에 사는 부자가 이 소문을 듣고, 그 양반을 찾아가서 환곡 천 석을 갚아 줄 테니 양반 신분을 달라고 제안한다. 양반은 쾌히 승낙하고, 부자는 약속대로 환곡을 갚아준다. 군수는 양반이 환곡을 갚게 된 내력을 듣고, 부자에게 군민을 증인으로 하여 계약 증서를 써주겠다고 한다.

* 절정 · 결말 : 군수가 군민을 불러 놓고 양반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양반으로서 행할 형식적인 품행 절차와 그 횡포를 듣고, 부자는 양반되기를 포기한 채 가 버린다.

인물

⑴ 양반 → 어질고 책읽기를 좋아하나, 가난하여 생활 능력이 없는 무능한 양반.  현실 적응 능력이 없는 양반의 전형적 인물.

⑵ 천부 → 조선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신흥세력의 전형적인 인물. 선량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형으로, 평소 동경하던 양반이 되기 위해 빚을 대신 갚아주지만, 양반의 참모습을 알고는 도망을 치는 무지한 상민의 전형.

⑶ 군수 → 지극히 위선적이고 간교한 양반으로, 부자를 칭찬하면서 한편으론 부자가 양반이 되는 것을 은근히 방해하는 인물

⑷ 양반의 처 → 조선후기의 사회적 변동에 민감한 여성으로, 가난으로 인하여 최소한의 인간성까지 외면하고 삭막한 면을 보여준 점에서 속물적 인간형으로 볼 수 있음.

 

작자가 말하는 <양반전>을 쓰게 된 동기

" 선비란 하늘이 내린 작위이며, 선비의 마음이란 곧 '절개(志)'를 의미한다. 그 '절개'란 어떠한 것인가? '절개'란 모름지기 권세의 유무에 의한 이로움을 꾀하지 않음을 뜻한다. 비록 출세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분에서 떠나면 안 되며, 비록 몸이 곤궁하더라도 본분을 잃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 소위 선비들은 명절을 닦기에는 힘쓰지 않고 부질없이 문벌만을 진귀한 보화로 여겨 그의 세덕을 팔고 사게 되니,  이야말로 저 장사치에 비해서 무엇이 낫겠는가.  이에 나는 이 양반전을 써 보았노라. "                           - '방경각외전 자서(自序)'에서

 

◆ 양반전의 특징

* 몰락하는 양반들의 위선적인 생활 모습을 풍자하였다.

* 전대에는 불가능했던, 평민 부자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하였다.

* 독특한 풍자와 해학으로 근대의식을 보여주었다.

* 실사구시의 실학사상을 문학 작품 속에 반영하였다.

*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였다.

* '도둑놈'이라는 표현을 통해 전횡을 일삼는 양반을 고발하였다.

  생각해 보기  

1. 이 작품을 통해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말해 보자.

   ⇒ 이 작품에서 풍자하고자 한 주된 대상은 양반 계층임이 분명하다. 그가 비판하고자 한 양반의 모습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문서에서 풍자된 양반은 무위 도식(無爲徒食)하며 공허한 관념과 겉치레에 얽매인 비생산적 계층으로 드러나 있으며 두 번째 문서에서 풍자된 양반은 개인적 이익만을 취하며 부당한 특권을 남용하는 집단으로 드러나 있다. 작자는 이 양면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좀더 강한 비판이 가해진 것은 둘째 유형의 특권적 행동이다. 평민 부자가 이 문서의 내용을 듣고 '아이구 맹랑합니다 그려, 나를 도적으로 만들 셈이란 말이오?'라 하는 말을 남긴 채 달아나 버린 데서 이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이와 같은 풍자적 비판을 통해서 작자가 말하려고 한 주제는 양반층의 공허한 관념, 비생산성과 부당한 특권 남용이 당시 사회의 커다란 병이요 문제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 부자가 양반을 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

   ⇒ 부자는 양반층의 공허한 관념, 비생산성에 대하여 '재미없다'고 소극적인 비판을 하지만, 양반이 개인적인 이익만을 취하며 부당한 특권을 남용하는 데 대해서는 양반을 도둑놈으로 몰아 붙이며 강하게 비판한다. 즉, 부자는 양반층의 공허한 관념, 비생산성과 부당한 특권 남용을 비판하며, 자신은 그러한 부정적인 양반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3.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하여,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사회 ·경제적 특징을 조사해 보자.

   ⇒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사회 · 경제적 특징은 상품 화폐 경제의 급속한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17세기 후반부터 농업 생산력이 증대되자 농민들은 상품 생산을 위한 농업 경영에 나서게 되었고, 지주들은 늘어난 소작료를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농촌의 시장은 크게 발달하였다. 이처럼 상품 화폐 경제가 진전되자 상평통보라는 동전이 주조되어 전국적으로 유통되었다. 대동법의 시행으로 세 부담을 한층 줄인 농민들은 수공업에도 관심을 돌렸고, 전업적인 장인들도 수공업에 가세함으로써 상품 화폐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었다. 여기에 상설 점포인 서울의 육의전 및 개성, 평양, 전주, 대구 등 지방 도시의 시전이 생겨나 상품 유통을 더욱 활성화하게 된다. 시장의 형성에 따라 상품의 도산매와 위탁 판매, 운송업이나 금융업도 새롭게 생겨나게 되었고, 객주와 여각도 등장하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도 무역이 성행하게 되어 개성 상인인 송상, 의주 상인인 만상, 동래 상인인 내상은 상업 자본을 축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러한 상업 발달의 이면에서는 전통적인 양반 사대부가 농민층으로 전략해 가고 토지의 독점으로 소작농들은 더욱 피폐한 삶을 살게 되었다.

 

4. 이 작품에 나타난 양반과 평민의 관계가 조선 전기와 비교하여 어떤 변화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 이 작품에서 평민 부자는 가난한 양반의 신분을 사려고 한다. 양반 신분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은, 조선 후기 사회 자체가 귀속 신분보다는 경제력에 의한 획득 신분이 중시되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5. 문학 작품은 '작가 의식의 산물'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박지원의 실학사상을 조사해 보고, 이러한 사상이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발표해 보자.

  ⇒ 연암의 실학 사상은 이용후생으로 집약된다. 이용후생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풍요로운 경제와 행복한 의 · 식 · 주 생활을 뜻한다. 이 말은 본래 「상서(尙書」라는 책의 '정덕 · 이용 · 후생 · 유화(惟和)'란 구절에서 '정덕'과 '유화'를 버리고 따온 말이다. 여기에서 특히 '정덕'을 버렸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변혁이라 할 수 있다. 정덕이란 부자 · 형제 · 부부간에 지켜야 할 유교적 윤리체계이며 이용과 후생은 국민의 풍요로운 경제 생활이다. 즉 이용후생을 기치로 내세웠다는 것은 윤리 우위의 정치가 아니라 경제 우위의 정치를 부르짖었다는 것이다.

연암은 홍대용 · 박제가와 더불어 북학파라 일컬어진다. 북학파란 존화(尊華)의 명분론에서 벗어나서 우리보다 앞선 청나라의 문물과 학술을 배워야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정덕 이후에 이용 · 후생이 있다는 전통적 관념을 비판하고 경제가 넉넉해야 윤리도 있게 된다는 논리를 주장하였다. 이들 학파들은 자연과학의 도입, 중소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해외 통상 증진 등 국민의 경제를 향상할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박지원은 「한전론(限田論)」에서 '백성들의 이용과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오랑캐에게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연암의 이러한 실학적 이념은 '허생전'과 '양반전'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작품에 두루 반영되어 있다. '양반전'에서 비판의 주된 대상은 무능한 양반이다. 양반은 공부를 하느라 가계를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자에게 양반 신분을 팔아 환자를 갚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부자에게 증서를 만들어 주게 되는데, 군수는 첫 번째 증서에서 양반의 지켜야 할 도리를 일일이 열거하여 부자를 깜짝 주눅들게 만든다. 두 번째 증서에서는 양반이 행할 수 있는 권리를 열거하여 다시 부자를 놀라게 한다. 그것은 모두 양반이 권세를 부리는 방법이긴 하지만, 남들을 희생하면서 무의도식하는 삶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 내적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연암이 일상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등의 도움도 주지 못하는 성리학적 수신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양반들이 지키는 규범 중에는 실생활에 불필요한 것이 많다는 점과, 양반들이 누리는 권세가 서민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그 규범과 권세를 부당하다고 파악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 물론 다른 시각에서는 연암이 양반들의 규범 자체를 문제삼았다기보다는 신분을 팔아 생계를 도모하는 양반답지 못한 양반, 신분을 재물로 사려는 부자답지 못한 부자를 동시에 비판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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