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영 전(雲英傳)                         -  미 상 -

◇ 소설읽기   

  줄거리   

조선조 선조 34년(1601) 봄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청파사인(靑坡士人)유영이라는 선비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용의 옛집인 수성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어 하다가 춘삼월 기망(旣望)에 비로소 그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인적이 없는 깊숙한 서원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한 곳에 이르니 어떤 청년이 아름다운 여인과 대좌하여 무엇인가를 속삭이다가 유영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여인은 곧 시비를 불러 자하주와 성찬을 차려오게 한 후 세 사람이 대좌하여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영이 그들의 성명을 물으니 청년은 김진사,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이라 한다. 이에 유영이 안평대군 성시의 일과 김진사의 슬퍼하는 곡절을 물으니 운영이 그들의 사연을 먼저 술회한다.

안평대군은 학문을 좋아하면서도 방탕한 왕자였다. 때로는 문신을 모아놓고 시주(詩酒)로 흥을 돋우기도 하였으며, 궁녀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어 서로 화창(和唱)하여 즐거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녀들은 나이가 들수록 구속적이며 무미건조한 궁중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궁 밖의 참된 인간생활을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평대군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운영이라는 궁녀는 궁중생활에 대한 번민이 가장 컸다. 안평대군은 궁녀들을 일체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엄중했다. 만약 외인이 궁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엄명을 내려 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궁녀 운영은 안평대군을 찾아온 소년 선비 김진사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김진사의 신선과도 같은 재모에 반하여 그를 사랑하게 되고, 김진사도 정숙한 운영에게 정을 보낸다. 그 후 김진사는 밤이 되면 궁의 높은 담을 넘어와서 운영과 사랑을 속삭인다. 물론 무녀와 궁인들과 노비의 도움으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전하고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점점 깊어 김진사의 출입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위험을 걱정했다. 운영과 김진사는 몰래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워, 노비 특(特)을 통해 가보(家寶)와 집기들을 모두 궁 밖으로 옮기게 된다. 그 후 재화와 보물은 특의 간계에 의해 모두 빼앗기게 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안평대군은 크게 노하여 궁녀들을 문초한 후 죄가 운영에 미치자 운영을 하옥시킨다.

하옥된 운영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의 사랑이 실현 불가능함을 알고 차라리 죽어 저 세상에 가서 다하지 못한 정을 이어보는 것이 더 나으리라 마음 먹고 비단 수건에 목을 메어 자살하고 만다. 김진사는 운영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극도로 비관하여 운영이 남겨 놓고 간 재물을 팔아 장사를 치러 절에 가서 운영의 명복을 빈 뒤, 식음을 전폐하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운영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만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자 김진사와 운영은 슬픔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천상의 즐거움이 이승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다만, 옛날의 정회를 잊지 못하여 이곳을 찾아 왔다고 하며, 유영에게 그들의 사랑을 세인들에게 전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 이야기가 끝난 세 사람은 다시 취하도록 마시고, 유영이 취함을 타 졸다가 문득 깨어보니 새벽이 밝았는데, 옆자리에는 김진사와 운영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자만 놓여 있었다. 유영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상자에 감추어 두고서는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 다녀 그의 마친 바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감상 및 해설  

이 작품은 궁녀인 운영과 궁외야인(宮外野人)인 김진사가 조선의 봉건적 사회제도의 모순된 현실을 뛰어 넘어 인간 본능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모색하여 사랑을 추구하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쳐 자살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비극소설이다.

안평대군의 사궁을 배경으로 하여 궁녀 운영과 소년 선비 김진사의 사랑을 다룬 애정소설로, 조선시대 궁녀들의 구속적인 생활과 그들의 고민을 대변해 주고 있으며, 자유롭고 참다운 사랑을 갈구하며 몸부림치는 궁녀들의 생태를 잘 묘사해 주고 있다.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위해 둘 다 자살한다는 것은 생에 있어서 남녀간의 사랑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구성상 몽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춘향전>보다 격이 높은 애정소설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고전소설 중에서 남녀간의 애정을 가장 잘 미화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문장이 가장 수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몽중(夢中)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작자는 유영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의 청에 의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운영과 김진사로 하여금 사건의 전개를 이야기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여타의 몽유소설과는 그 구성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운영과 김진사는 자유로운 사랑을 구속하는 사회의 제도적 올가미를 제거하려다 희생되었지만, 이들을 다시 천상의 인물로 격상시키고 인세의 체험을 천상득죄(天上得罪)의 응보로 설정하여 놓음으로써 현실에서의 죄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요점정리  

성격 : 고전소설, 염정(애정)소설, 몽유록계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공간적 → 안평대군의 사궁인 수성궁, 천상계

* 시간적 → 조선초기, 중기

* 사상적 → 신선사상, 불교사상, 무교사상

주제 : 궁녀들의 구속적인 궁중 생활과  김진사와 궁녀 운영의 비극적 사랑, 인간성 해방

관련작품 : 작품의 구성상 몽유록계 작품과 관련이 있으며, 제도에 반항으로 보아서는 <윤지경전>, <춘향전>을 들 수 있으며, 애정소설로 구분해 본다면 <이진사전><양산백전><권용선전> 등을 들 수 있다.

표현상 특징

* 작품 구성의 주된 매체가 '시(詩)'로서, 20여편의 아름다운 한시가 삽입되어 있다.

* 회상적 서술

구성 : 액자식 구성, 입체적 구성

① 유영이 수성궁에 가서 술에 취하여 잠을 자다가 깨어남.

② 김진사와 운영이 자초지정을 이야기 함.

③ 유영이 술에 취하여 잠에서 깨어남.

등장 인물

안평대군 →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로 학문을 가까이 하면서도 방탕하고 풍류 즐기기를 좋아한다. 수성궁에 열 궁녀를 두고 시를 가르쳐주며 함께 지내는데 이 중에서 운영을 가장 좋아하였다.

운영 → 안평대군 사궁(私宮)의 한 궁녀로 궁중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중 김진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후 봉건적 애정관에 도전하여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추구하나 결국 죽는다.

김진사 → 다소 소극적이나 용모가 수려하고 인품이 후덕하며, 하인 특(特)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는 자애로운 성격의 인물이다.

하인 특(特) → 김진사의 하인이다. 수동적인 김진사에게 월장할 계획을 알려주고 운영을 궁 밖으로 이끌어 탈출시킬 방법까지 마련해 줌으로써 사건 전개를 상승 국면으로 치닫게 하는 인물로 이중적 인간형의 소유자이다.

자란 → 안평대군 궁에 있는 열 궁녀 중 한 명으로 운영의 절실한 사연을 듣고 그녀를 도와 빨래터를 탕춘대(蕩春臺)로 바꾸어 준다.

유영 → 얼굴빛이 파리하여 청파사인이라 불리기도 하고 이 작품의 작자라고도 하나 확실치 않으며, 작품 속에서 운영과 김진사의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매개적 인물이다.

문학사적 의의

① 고전소설의 상투적 결말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고전소설 가운데서 유일한 비극소설에 해당됨.

② 봉건적 애정관을 탈피한 자유 연애 사상을 보여줌.

③ 등장인물에 대한 개성적 성격 표현과 대화체의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생동감있는 구성과 함께 작품의 흥미를 더해줌.

기타 : 작자와 연대(숙종)를 알 수 없으며, <수성궁 몽유록><유영전>의 제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리  

◆ '운영전'의 비극성

이 작품이 비극적이라고 하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모두 자신의 욕망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운영과 김 진사는 서로 사랑하여 이를 쟁취하려다 실패한 인물들이며, 안평 대군 역시 왕자로 태어났지만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불우하게 일생을 마친 인물이다. 또 운영의 동료 궁녀와 김 진사를 배신하고 재물을 차지하려다 죽은 종, 그리고 무녀 등의 등장 인물들 역시 자신의 욕망을 이루지 못한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한편, 이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유영을 들 수 있는데 그도 역시 비극적 인물이다. 그는 김 진사가 기록한 책을 보며 식음을 폐하고 방랑생활을 하다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비극적 존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주요 인물들이 모두 비극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행복하게 끝나는 다른 고전 소설과 달리 조선 시대 유일의 비극적 소설로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 '운영전'의 구성상의 특징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유영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두 사람의 비극적 연애담을 다 듣고 나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액자식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구성 방식은 몽유록의 일반적 구성 방식과 차이를 지닌다. 몽유록의 일반적 구성 방식은 현실에서 잠이 들어 꿈을 꾸고, 꿈 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잠이 깨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 때 이야기의 중심은 물론 꿈 속의 사건에 놓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유영이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 중심 부분이 유영이 잠을 깬 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유영이 비극의 주인공들을 만난 것이 꿈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김 진사나 운영이 현실의 사람이 아닌, 이미 죽은 사람의 환신(幻身)이었다는 점에서 유영이 이들을 만난 것은 환상 체험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런 구성 방식도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몽유록의 발전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몽유소설(夢遊小說)

꿈 속의 일을 소재로 하여 구성된 작품으로, 내용의 대부분은 작가가 꾼 꿈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 세계의 주인공이 꿈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꿈에서 깨어 다시 현실 세계로 되돌아온다는 '현실-꿈-현실'로 진행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꿈은 전통적으로 문학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왔는데, 특히 몽유록은 조선 시대 중엽에 크게 유행했다. 왜냐 하면, 현실 세계에서 느꼈던 소외감 및 불만 등을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몽유록의 작품 내적 분위기는 우울하거나 비탄적 정도를 띠며, 결말 또한 허무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해설 및 감상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유영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비극적 연애담을 다 듣고 나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구성 방식은 몽유록의 일반적 구성 방식과 차이를 지닌다. 몽유록의 일반적 구성 방식은 현실에서 잠이 들어 꿈을 꾸고, 꿈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잠이 깨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때 이야기의 중심은 물론 꿈속의 사건에 놓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중심 부분인, 유영이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이 유영이 잠을 깬 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유영이 비극의 주인공들을 만난 것이 꿈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김 진사나 운영이 현실의 사람이 아닌, 이미 죽은 사람의 환신이었다는 점에서 유영이 이들을 만난 것은 환상 체험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런 구성 방식도 작품에 보다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몽유록의 발전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인 궁중 생활의 번민과 궁녀의 신분적 해방을 주제로 한 조선시대 유일의 비극소설인데, 이 작품은 사본으로만 전해 오던 한문본인데 1925년 한글 번역본이 나왔다.

한편 이 시기에 애정소설이 많이 창작된 데에는 실학 사상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7세기 이후 발생한 실학 사상은 형이상학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공용성(功用性, utility)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그리하여 실학 사상으로 인해 형식적이던 문학이 실질적인 문학으로 변모하였고, 사람들은 이제까지 억눌렸던 순수한 정감을 소설을 통해 표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이야기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여 유영과 운영 · 김 진사의 대화 속에서 서술되고 있다. 이는 운영과 김 진사가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직접 함으로써 사실성을 부각시켜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성은 궁중 안에 있는 궁녀들의 생활 묘사에서도 나타난다. 궁녀들의 갇힌 생활과 그로 인해 몸부림치는 사랑의 한(恨)은 <운영전>의 비극성과 함께 사실성을 한층 더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운영전>은 인간의 본성을 가로막는 제도의 모순과 궁녀들이 억눌린 생활 묘사 등 그 당시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생생히 표현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역사책에 나오는 '유영'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여 작품의 현실감을 더해 주고 있기도 하다.

운영과 김 진사는 결국 자유로운 사랑을 구속하는 사회 제도적 올가미에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이는 영원한 굴복이 아니었다. 땅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늘에서나마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이룬 운명과 김 진사의 사랑은 헛되어 사라져 버리는 인간의 부귀, 영화에 대비되어 그 영원성이 더욱 빛나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이처럼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는 위대한 것이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운영전>에서는 인간의 본성인 사랑은 영원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사회 제도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운영전>은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귀나 영화, 그리고 사회 제도도 아닌 우리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자유로운 인간성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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