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경룡전(王慶龍傳)                 - 작자 미상 -

◇ 소설읽기   

  줄거리  

왕 각로는 낙향하면서 거상(巨商)에게 빌려 준 은자(銀子)를 받아오라고 아들 경룡을 남겨 둔다. 왕경룡은 그 상인에게 빌려 준 돈을 받아서 귀가하던 길에, 강소성 서주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고, 그곳 기생집에서 옥단을 만나게 된다.

5년 동안 서주에 머물면서 옥단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경룡은 기생 어미(창모)의 계략과 술책에 빠져 모든 돈을 탕진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쫓겨난 경룡은 기생 어미가 보낸 도적들에게 맞아 기절하였다가 마을 노인에게 구출되어 목숨을 건진다. 옥단과 헤어진 경룡은 알거지가 되어 양주 땅까지 오게 되고, 그 길로 양주 지방 광대의 무리에 예속된다. 경룡은 그곳에서 아버지의 지인인 한안이라는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그 후 옛적 옥단과의 인연을 주선해 준 노파를 관왕묘에서 만나 옥단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노파의 도움으로 옥단을 다시 만난다. 경룡과 옥단은 기생집에서 보화를 훔쳐 나오고 기모를 관가를 고발한다. 이에, 마침 기생 어미에게 돈을 주고 옥단을 첩으로 삼으려던 조 상인이 옥단을 납치해 가고, 옥단은 조 상인의 처로 인해 살인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다.

경룡은 옥단을 잃고 집에 돌아와 학업에 정진한다. 그는 마침내 장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되어 서주 땅으로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어난 조 상인 살인 사건을 마무리짓고 옥단을 다시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감상 및 해설  

<왕경룡전>은 작자 · 연대 미상의 한문 소설집 「삼방전」에 실린 고전 소설이며, 이본으로는 <왕어사경룡전>, <청루지열녀> 등이 있다. 기녀의 순정과 기녀에게 빠져 몰락과 상승의 길을 걷는 한 도령의 행로를 흥미 있게 엮은 애정 소설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쳐 <청루지열녀>, <왕어사경룡전> 등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명나라 가정(嘉靖) 연간으로 되어 있고, 중국 소설과의 연관성으로 보아 임진왜란 직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작품은 중국 당대(唐代)의 애정 소설 <이와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잣집 아들이 기녀에게 빠져서 가지고 있던 재물을 모두 탕진하고 이어 냉대를 받아 쫓겨나며, 다시 그 기녀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기본 구성이 일치한다. 그러나 <이와전>은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행하게 된 사람을 도와 출세시킨다는 기녀의 순정에 대한 재인식을 강조하였으나, <왕경룡전>은 끝까지 기녀를 관인(官人)의 예속물로 다루어 흥미 본위로 끝맺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그 주제 의식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뜻한다.

  요점정리  

● 성격 : 고전, 한문, 애정(염정)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시간적 - 명나라 가정 연간(임란 직후),  공간적 - 중국 소흥, 절강, 서주 일대

● 구성 : 연인들의 불완전한 결연 --<음모>-- 연인들의 이별 --<원조>-- 연인들의 재결연 --<음모>-- 연인들의 재이별 --<극복>-- 연인들의 완전한 결합

● 주제 : 고난을 극복하고 이룩한 사랑의 소중함.

● 인물

* 왕경룡 → 남자 주인공, 옥단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과거에 급제하여 사랑을 성취함.

* 옥단 → 여자 주인공, 어쩔 수 없는 가정 사정으로 기생이 되었으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켜 낸다.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 상황을 모면하고, 악인(창모)을 징치하기 위해 계략을 세우며 자신의 뜻을 이룬다.

* 창모(기생 어미) → 남녀 주인공과 대립되는 부정적 인물, 악인의 전형적인 인물, 물질적 부에 대한 탐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자행하는 인물이다.

* 왕 각로 → 왕경룡의 아버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인물, 유교적 이념에 충실한 인물이다.

* 경룡의 모친 → 아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인물이다.

  더 읽을거리  

■「삼방전」에 대해

겉표지 제목은 '삼방요로기'로, 안의 제목이 '삼방록'이다. 이는 <왕경룡전>, <유영전>, <상사동기> 등 여인의 순정을 주제로 한 세 소설을 묶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요로원기'를 덧붙였으므로 '삼방요로기'라고 한 것이다. 주로 <운영전>으로 알려져 있는 <유영전>은 안평대군의 궁녀인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한문 소설이다. <영영전>이라고 하는 <상사동기>는 성종의 아들 회산군의 궁녀인 영영과 성균관 진사인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 한문소설로, 해피 엔딩이다. '요로원기'는 박두세가 1708년 요로원(충남 아산군 음봉면 신정리에 있는 객사)에서 하룻밤 지낸 이야기를 적은 기행문이다.

■ 「왕경룡전」에 대해

17세기 전반에 기녀를 소재로 하여 지어진 한문전기소설로 <옥단전>, <왕어사경룡전>이라고도 한다.

경룡은 기생 옥단에게 빠져 백년가약을 맺지만 돈이 떨어지자 기생어미의 간계로 내쫓긴다. 갖은 고생 끝에 결심을 새로이 한 경룡은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위급한 처지에 놓인 옥단을 구출해 행복하게 살게 된다.

중편소설인 <왕경룡전>은 어떠한 면에서건 중국소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엄연히 우리의 소설이다. 소설 구성은 치밀하고 시도 상당히 정제되어 있으나 맥없는 전개로 인하여 같은 애정소설 부류인 <운영전>이나 <상사동기>에 비한다면 밋밋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소설 속에 자본주의의 맹아라 할 수 있는 장사치들이 등장하고 전반에 걸쳐 꾀가 기저를 이룬다는 점이 특이하다.

옥단은 자본주의의 표지인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도 진정한 사랑을 원하기에 "꽃 찾는 길손에게 부탁하오니 부디 화류계에는 비기지 마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왕경룡전>은 지독한 남성주의가 판치던 조선 중기에 여성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낸 소설이다. 아무리 남성지배중심사회라 해도 사랑에서만큼은 좌우대칭을 취하려 드는 여성의 의도가 선연하게 나타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창기(娼妓)란 음란하고 사특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존재다. 옥단이 바로 그런 사람이지만 이 소설에서 옥단은 신실한 정절을 지닌 여인으로 격상되었다. 비기어 말하자면 기생의 꽃인 '해어화(解語花)'를 군자의 꽃인 '국화(菊花)'로 만들어 놓았다는 말이다.

옥단을 따라 경룡을 따라 줄달음치다 보면 주인공들의 내면심리를 놓치게 되어 영 재미없는 소설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천천히 장면이 바뀔 때마다 숨을 돌리며 읽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생어미가 화류계에서 손님 호리는 청루전환법(靑樓轉換法)이나 경룡이 여인을 후리는 청루농주법(靑樓弄珠法)의 재미를 엿보게 될 테고, 영원할 조선인의 표지인 품종과 계보의 업데이트 작전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왕경룡전>은 우리나라 애정소설의 대명사 격인 <춘향전>의 한 연원이 되었던 소설이니 만큼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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