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淑香傳)                  - 작자 미상 -

◇ 소설읽기    

  줄거리  

송나라 때 김전이 거북을 살려 준 일이 있었는데, 뒷날 물에 빠진 그를 거북이 건져 주었다. 김전과 장씨 사이에서 뒤늦게 숙향이 태어난다. <발단>

숙향이 다섯 살 때, 전쟁이 일어나 부모와 헤어지게 되고, 장 승상 댁 양녀가 되어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숙향은 종 사향의 흉계로 쫓겨나게 되고 자살하려 하나 선녀가 구해 준다. <전개>

이리저리 떠돌던 숙향은 불을 만나 죽게 된 순간 화덕진군이 구해 주고, 마고 할미와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숙향은 천상 선녀로 놀던 전세의 꿈을 꾸고, 그 광경을 수놓는다. <위기>

숙향의 수를 본 이선은 그림이 자신의 꿈과 같은 데 놀라, 마고 할미의 집을 찾아가 고모의 도움으로 숙향과 가연을 맺는다. 아들의 혼인을 안 이 상서는 낙양 태수 김전에게 숙향을 하옥케 하나, 김전의 부인 장씨의 꿈으로 숙향이 김전의 딸임을 알게 된다. <절정>

마고 할미가 죽자, 숙향은 홀로 살기 어려워 자살하려다 이선의 부모를 만나 과거에 급제한 이선과 혼인을 허락받는다. 이선이 황태후의 병환 치료에 쓸 영약을 구하러 험난한 길을 떠나 약을 구해 오고, 이선과 숙향은 부귀를 누리다가 선계로 돌아간다. <결말>

  감상 및 해설  

'숙향전'은 작자 미상의 조선 후기 한글 소설로, '이화정기(梨花亭記)'라고도 한다. 천상에서 득죄한 두 남녀가 각각 적강(謫降)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이후 두 남녀는 우연한 기회에 서로 만나게 되는데, 부모의 반대와 숙향의 가혹한 시련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천상에서의 숙연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숙향전'은 사건 전개에 있어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애정이 천상에서 이미 예정된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의 구조에 따라 여성의 수난을 그리면서, 숙향의 삶을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고, 애정의 문제와 여성 수난의 상황이 마련되어 있어 여성 독자층의 기호에 부합한다. 주인공인 숙향과 이선의 행적이 다른 고전 소설 작품에 흔히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른 시기에 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다만, 숙향의 경우 자신의 능력이 아닌 초월적 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영웅상과의 차이를 드러낸다. 또, 천상의 월궁 선녀와 태을성이 서로 희롱하는 죄를 짓고 각각 숙향과 이선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와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마침내 사랑을 성취하고 행복을 누리다가 다시 천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설정은 적강 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요점정리  

● 갈래 : 염정 소설, 적강 소설, 영웅 소설

● 성격 : 도교적, 초현실적, 전기적, 낭만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근원설화 : 동물 보은 설화, 혼사 장애 설화, 선약(仙藥) 탐색 설화

● 제재 : 숙향과 이선의 사랑

● 주제 : 고난을 극복한 사랑의 성취,  인간의 천상적 애정 실현

● 특징

* 천상의 예정에 따른 애정의 실현

* 영웅 소설적 구조

1) 고귀한 혈통과 출생 →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김전의 외동딸로 태어남.

2) 시련 → 적병의 침입으로 부모와 이별함.

                장승상 댁 시비 사향의 음모로 쫓겨남.

               이선과의 혼인을 안 이 상서가 숙향을 죽이려 함.

               마고 할미가 죽자 홀로 남은 외로움에 자살하려 함.

3) 구출과 양육 → 장승상 댁의 양녀가 됨.

                          용녀 · 선녀 · 화덕진군 · 마고 할미의 도움을 받음.

                          신이한 힘으로 인해 죽음을 모면함.

4) 성공 → 결혼하여 부귀를 누리고 다시 선계로 돌아감.

  생각해 보기  

▶ '숙향전'에 나타난 갈등 관계와 그 의미

'숙향전'에 설정된 대표적 갈등은 이선이 부모에게 고하지 않고 출신도 알지 못하는 천애 고아 숙향과 가연을 맺음으로써 발생한다. 남편의 인간적 애정과 유교적 도덕관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갈등은 두 사람의 애정에 의한 결합을 부모가 인정함으로써 해결된다. 부모의 의사와 신분적 질서에 근거하는 유교적 논리보다는 인간적 애정을 중시하는 작가적 태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가적 태도는 초현실적, 천상적 논리로 전개되는 부분과 현실적 논리로 전개되는 부분의 상호 대립에도 암시되어 있다. 유교적, 현실적 논리를 뛰어넘어 숙향과 이선이 혼인한 것은 천상에서 정해 준 논리를 따른 결과이고, 이들의 혼사 장애 역할을 한 이선의 부친은 현실적 논리로 두 사람의 가연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숙향전'의 가치는 이렇게 인위적, 현실적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남녀 애정을 성취시켜 준 데서 찾을 수 있다.

 

▶ '숙향전'의 기본 구조 = 영웅 소설적 구조

'출생 - 성장 - 만남 - 이별 - 재회 - 완성'이라는 일대기 구조로 전개되며, 이 과정 중에 '영웅의 일생' 구조가 가지는 고난과 극복 또는 과제와 해결, 시혜와 보은이라는 형식이 중첩되고 있다. 즉, 출생의 과정에는 무자(無子)와 만득자(晩得子)가 있고, 성장의 과정에는 기아(棄兒)와 구출, 모함과 신원, 투신과 용녀의 구출, 화재와 화덕진군의 구함, 방황과 마고 할미에의 의탁 등이 있으며, 만남의 과정에서는 인연과 탐색 상봉이 있고, 이별의 과정에서는 혼사 장애와 극복이 있으며, 재회의 과정에서는 시험과 완수가 있고, 완성의 과정에서는 권혼(勸婚)과 수용, 구락(求樂)과 수행(遂行) 등이 있다.

 

▶ '숙향전'에서 숙향에게 예언된 다섯 가지 위기와 의미

5세에 부모와 헤어져 모함을 당하며 물에 빠졌다가 화재를 당하고 감옥에 갇히는 15세가 되기까지 다섯 번의 위기를 겪게 되고, 17세에 정렬 부인에 오르며, 20세에는 헤어진 부모와 재회하고, 70세에 승천한다는 예언은 인과적이고 단계적으로 연결되어 제시된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되도록 배치하였으며, 또한 이것은 두 사람의 인간적 성숙에 초점을 맞춰 두고 있다. 즉, 부모가 자식이 없어 기도하여 자식을 낳고, 자식을 잃어 버리더니 구출자가 구하게 된다는 식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이며, 이러한 긴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성숙과 확대를 드러낸다. 이러한 과정은 신성 세계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간성의 확대 과정이 신성적 질서로 통합되어 있으며, 인간성 중에서도 주로 남녀 애정이라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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