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야회록 (書齋夜會錄)                      - 신광한 -

  줄거리   

옛것을 좋아하고 품은 뜻이 커서 세상에 물리친 바 된 선비가 산촌에 별서를 짓고 문을 닫고 왕래를 끊은 채 오직 서사를 즐기며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서재를 나와 가을밤의 흥취에 시를 읊다가 문득 자신의 서재에서 들리는 소리에 방안을 엿보게 된다.

서재에는 모습이 서로 다른 네 사람이 주인 없는 틈을 타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이 차례로 주고 받는 대화와 시문을 엿듣던 선비는 처음에는 도적인가 의심했으나 금방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 잠시 후 선비는 이들이 흩어질까 의심하고 인기척을 내자 방안이 조용해지고 문득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선비는 이들이 다시 형체를 나타내기를 빌어 직접 만나 각자의 가문과 사연을 차례로 듣게 된다. 선비는 이어 서로의 남은 회포를 시로 나타내기를 제의하여 차례로 읊는다. 그리고 난 뒤 문방사우는 지금껏 주인이 알아준 은혜를 빌어 멀리 내치지 말기를 부탁하고 자취를 감춘다.

선비는 날이 밝자 버려진 벼루, 망가진 붓자루, 닳아빠진 먹, 장독 뚜껑 대신 덮었던 닥종이를 땅에 묻어주고 제문을 지어 제사를 올린다. 그 날 밤 꿈에 사우가 다시 나타나 감사하다고 하며, 공의 수명은 앞으로 4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사례하고 사라졌는데, 그 후 왕래가 끊기어 이러한 괴변이 다시는 없었다 한다.

  감상 및 해설  

조선 중기 기재 신광한이 지은 가전체 작품이다. <기재기이>에 실려 있으며, 목판본은 1553년에 간행된 고려대학교 만송문고 소장본에 실린 것으로 총 25면, 매면 9행, 매행 16자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벼루, 먹, 종이, 붓의 문방사우를 의인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선비가 서당 밖에서 시를 읊조리다가 방안에 치의현관(緇衣玄冠) · 반의탈모(班衣脫帽) · 백의윤건(白衣綸巾) · 흑의흑모(黑衣黑帽)의 네 사람이 모여 서로 자신들의 가계와 생활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엿듣게 된다.

<서재야회록>은 버려진 벼루, 망가진 붓자루, 다 닳은 먹, 장독 뚜껑으로 덮었던 닥종이의 문방사우가 가전(假傳)으로 의인화되어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을 싸서 묻고 조상(弔喪)하는 글은 <조침문>과도 유사하다.  선비가 오랫동안 애용하던 문구들을 의인화하여 주인과의 사이에서 자기 조상들의 역사적 계보와 내력을 이야기하고 못다 한 사실들을 시로써 읊어가는 구성법은 마치 진현(먹), 도홍(벼루), 모영(붓), 저선생(종이)으로 의인화된 한유의 <모영전> 또는 조선후기 남유용의 <모영전보>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선비인 주인이 사용하던 문방구가 주인과 대화를 하고 제문을 지어 위로하자 수명까지 연장시켜 사례한다는 감응의 방법은 독특하다고 하겠다.

  요점 정리  

◆ 성격 : 가전체, 몽유록계 작품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구성

* 도입부 - 주인공인 선비의 인물 소개와 작품의 배경 제시

* 전개부 - 문방사우를 의인화하여 주인공과 만나서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대화와 시문을 통해서 서술

* 논평부 - 문방사우와 작별을 한 후 주인공의 동정을 서술함.

◆ 주제 :

◆ 출전 : 소설 '기재기이(企齋記異)'

* '기재기이'의 문학사적 의의 : 전기 소설의 한 전형을 마련함(하생기우전)

                                              조선 초기의 소설 문학사의 공백을 메움.

                                              쾌락설과 공리설의 효용설이라는 작가의 입장을 정리함.

                                              다양한 장르의 실험

* 안빙몽유록(安憑夢遊錄) : 늦봄, 꽃들과의 한바탕 잔치

* 서재야회록(書齋夜會錄) : 선비의 오랜 벗, 문방사우(文房四友)

* 최생우진기(崔生遇眞記) : 최생, 신선을 만나다

* 하생기우전(何生奇遇傳) : 죽은 미녀 살려 내서 결혼한 이야기

  생각해 보기  

■ 이 작품의 특성에 대해서

첫째, 문방사우인 지필묵연을 의인화한 가전 양식을 수용하여 작가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소설화한 독창적인 기법을 보여준다. 특히 세상을 물리친 바 있는 주인공과 낡고 쓸모없이 된 지필묵연과의 동질성을 찾아 주인공의 행위와 개연성을 맺게 한 서술구조는 다른 작품과 구분되는 독특한 수법이다.

둘째, 시문의 삽입을 통해 표현의 묘미를 덧붙인 점도 다른 동종의 가전체와 구분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문방사우를 위해 제문을 지어주는 결말부 역시 새로운 변이양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결말 부분에 다시 꿈을 가탁하여 주인공의 수명이 앞으로 40여 년이 남았음을 알리는 사건 구성은 가전체 형식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말의 처리에 대해 사건이 일회적이며 주인공이 일상성을 다시 계속하고 있어 극적인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초기 소설의 형성과정을 살피기 위해 전기체적 성격에 중심을 두고 비교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기체적인 맥락이기보다는 가전체의 변이와 자서전적 의미를 보여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작가의 역사전기적인 현실 배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셋째, 표현의 세련미와 서술의 주관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전체는 역사적 사실이나 전고의 인용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거나 비유적인 우언을 통한 주제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국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고려조는 물론 조선조에 이르러서도 계속되어온 가전 필법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서재야회록>의 경우는 좀더 다양한 고사를 주관성을 가지고 수용하였으며,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배경사상과 우언의 활용도 도가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에 수용된 40년이라는 꿈 이야기는 단지 허구적인 사건 구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인 원망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어 인과론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작가 자신이 욕구를 표면화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사건이 일회적으로 끝맺은 것이나 내용을 현실성 있게 변용한 결과이며, 그러한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투구한 변모양상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성격이 제거되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을 현실적으로 개연성 있게 수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신광한의 세계관과 문학관

1) 도학 사상에 바탕을 둔 이상주의적 정치관

* 인간의 존재 문제와 그것에 바탕한 당위성 강조, 공자와 맹자의 도에 관한 사상에 충실

* 맹자의 '불인지심'과 '측은지심'에 바탕을 둔 정치 구현

2) 당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 <안빙몽유록>에서 세한삼우인 세 나무의 시를 인용하면서 당대 사회의 모순과 임금의 후덕함의 부족함을 통렬하게 비판

3) 문사의 풍도와 안빈낙도의 자족적 자세 강조

* 공맹사상 외에 노장 사상에도 심취, 현실 정치에서의 한계를 경험한 후 느낀 좌절의 표현

4) 지치주의에 입각한 민본사상

* 맹자의 영향, <최생우진기>를 통해 형상화, 태극사상과 민본사상 피력

5) 사회적 효용성과 제도적 기능 중시하는 문학관

* 독자에게 세교 강조, 문학을 통해 가르침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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