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단춘전                          - 작자 미상 -

◇ 소설읽기     

  줄거리  

황성(皇城)에 김정(金楨)이라는 재상과 이정(李楨)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들은 아주 절친한 친구로 그 우정이 남달랐다. 그리고 김재상에게는 진희라는 아들이 있었고, 이재상에게는 혈룡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진희와 혈룡은 동갑을 같이 공부하며 자랐다. 그들은 부모들의 우정을 생각하면서 그 우정을 돈독히 하기로 맹세하고, 누구든지 먼저 출세하면 서로 천거해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 후 두 재상은 늙어 돌아갔고, 김진희는 과거에 급제하고 승진을 계속하여 평양감사가 되어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혈룡은 과거도 못 보고 아주 어려운 처지에서 노모와 처자를 데리고 겨우 살아갔다.

혈룡은 옛 친구 진희가 평양감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몇 푼의 돈을 얻기 위해 걸인 행색으로  평양에 갔다. 평양 감영에 가서 호장을 만나 감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으나 듣지 않고 천대하였다. 혈룡이 며칠을 묵으며 감사를 만나려 애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여비도 떨어지고 하는 수 없이 거지 생활을 하며 한 달 남짓 지냈다. 마침 연광정이라는 곳에서 평양 감사가 잔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혈룡을 찾아갔다. 그러나 김진희는 환영해 주기는커녕 사공을 불러 대동강으로 끌고 가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곳에는 연광정에서 잔치 시중하던 기생들 중에 옥단춘이 있었다. 옥단춘은 절개가 대쪽 같아 감사의 강권에도 굴하지 않던 기생이었다. 그런데, 감사의 친구라며 찾아온 거지 혈룡을 보고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짐작하고, 또한 혈룡이 감사의 손에 죽게 된 것을 불쌍히 여겼다. 그래서 옥단춘은 병을 핑계로 잔치 자리에서 물러나 뱃사공을 매수하여 혈룡을 살려 달라고 하였다. 옥단춘은 밤이 깊어지자 배를 타고 사공이 혈룡을 내려놓은 백사장에 가서 혈룡을 구출하여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옥단춘은 혈룡의 옷을 새것으로 갈아입히고 자기의 심정을 고백하여 그와 인연을 맺었다.

혈룡은 옥단춘의 집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그리고 옥단춘의 권고를 받아 과거에 응시하고 그리운 부모 처자를 만나기 위해 옥단춘과는 후일을 기약하고 평양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로 돌라온 혈룡은 뜻밖에도 노모와 처자가 좋은 집에서 시비를 거느리고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이 모두가 옥단춘의 도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가족들에게 평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였다.

드디어 혈룡은 과거를 보아 장원 급제를 하여 평안도 암행어사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혈룡은 걸인 행색을 하고 평양으로 가서 역졸들을 풀어놓고, 먼저 옥단춘의 집을 밤에 찾아갔다. 옥단춘은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몸도 씻어주고 머리도 빗겨주고 새옷을 내어 입혔다. 혈룡은 거짓말로 과거에도 떨어지고 가산도 탕진하여 거지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옥단춘은 조금도 싫어하는 얼굴빛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였다.

혈룡은 이튿날 평양 감사가 연광정에서 잔치한다는 말을 듣고, 거지 행색을 하고 찾아가서 큰 소리로 혈룡을 모르느냐며 욕을 하였다. 감사는 크게 노하여 혈룡을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혈룡을 묶어 놓고 전에 혈룡을 놓아준 사공을 잡아다가 고문하였다. 그리고 옥단춘과 혈룡을 한 배에 싣고 가서, 자신이 보는 곳에서 물에 던지라고 명하였다. 혈룡은 자신을 물에 던지라는 최후의 북소리가 울리자 연광정을 향하여 천지가 진동하도록 역졸들을 부르니, 역졸들이 암행어사 출도를 알리며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혈룡은 김진희를 붙잡아 봉고파직하고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옛 정을 생각하여 귀양을 보내는 정도로 형을 내리려고 하였으나, 진희는 천벌(벼락)을 받아 죽고 말았다. 그 후로 혈룡은 우의정에 올랐으며, 옥단춘은 국왕으로부터 정덕부인이라는 책봉을 받고 한평생을 부귀와 함께 하였다.

  감상 및 해설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 필사본 · 활자본.  '곽씨경전', '이어사전'이라고도 한다. 현재 10여 종 이상의 필사본이 전하고 있다. 활자본으로는 1916년에 박문서관과 청송당서점, 1926년 대성서림에서 발행한 것을 비롯하여 1961년에 세창서관에서 발행한 것까지 15종이 있다.

이 소설은 평양 기생 옥단춘의 순정과 절의, 그리고 이혈룡과 김진희라는 친구 사이의 그릇된 우정 문제를 다루면서, 고난에 찬 주인공의 처지가 마지막에는 행복한 것으로 전환되는 조선시대 소설의 일반적인 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춘향전>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가령 주인공들의 이름이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 · 성춘향에 대하여 이 작품에서는 이혈룡 · 옥단춘으로 되어 있는 것이나, <춘향전>의 신분관계와 <옥단춘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신분관계가 같은 점이 그러하다. 또한 어사출두나 봉고파직 등 결말 부분의 줄거리도 같으며, 두 작품 모두가 율문체인 점 등 <옥단춘전>이 <춘향전>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춘향전>을 모방한 작품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한편, 숙종 때 김우항이라는 사람이 등과하기 전에 불우하게 살다가 강계부사로 있던 이종에게 도움을 청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종이 오히려 그를 감금하려고 하자 김우항이 도망쳐 나와 기생 홍도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하고 평안감사가 되어 이종의 죄를 벌한 일이 있었다 한다. 이 이야기는 <옥단춘전>의 구성과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혹자는 <옥단춘전>이 김우항설화를 소설화한 것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옥단춘전>이 김우항설화를 소설화하였다거나, <춘향전>을 모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조선 후기에 몰락한 사대부에 대한 기생의 동정적인 사랑, 또는 몰락한 양반들의 암행어사 등 입신을 통한 불우한 처지의 보상 욕구 등의 모티프는 조선 후기의 시대상황으로 보아 상당히 보편적인 것이었으리라 추정되고, 이러한 모티프들이 결합되어 <춘향전>이나 <옥단춘전> 등의 소설이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옥단춘전>은 주인공 옥단춘의 이름이 김재철이 채록한 산대도감극 대사나 예천 · 군위 지방의 민요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읽혀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존하는 민요 <옥단춘요>는 소설 <옥단춘전>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가 <옥단춘전>이 유포되면서, 활자본 또는 활자본 계열의 필사본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옥단춘전>의 갈등 구조에서 먼저 제시되는 것은 이혈룡과 당대 현실과의 갈등 관계이다. 이혈룡의 집안은 그의 부친 대에는 지배 계급의 일원으로서 신분적 · 경제적 지위가 확고했다. 그러나 이혈룡의 당대에 와서는 관직에 나가지도 못하고 아울러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된다. 과거를 통하여 관직에 나가는 길이 막히고 나면 다른 생계가 막연해져 버리는 양반층 일각의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의 1차적 갈등 구조는 평양 감사와 이혈룡의 대립으로 양반층의 분해와 대립을 반영한 것이다.

또 하나의 갈등 구조는 옥단춘과 당대 사회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기인 그녀는 신분적 질곡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최소한이나마 지키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기생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벗어나고자 하여 당대 사회와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진취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현재적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며, 의기 있고 능력 있는 남성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지인지감을 가진 인물이며, 아울러 죽음을 무릅쓰고 신의를 지키는 인물이다. 따라서 옥단춘은 조선 후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진취적 여성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단지 춘향이는 변학도의 수청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매를 맞아 가며 항거하다가 투옥되는 반면, 옥단춘은 김진희가 감사로 내려와 수청들라고 엄명하자 어쩔 수 없이 수청 기생이 된다. 곧 옥단춘을 현실주의적 인간으로 볼 수 있다. 옥단춘의 이러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이 춘향전과는 다른 독자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옥단춘전>이 제기하고 또 그 해결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곧 신의의 문제다. 김진희의 배신과 옥단춘의 헌신적 사랑은 그 각각이 사회사적 의미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두 사항에 공통된 것으로서 신의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애당초 옥단춘이 이혈룡을 구원한 가장 근본적인 동기가 감사의 배신에 대한 의분 때문이었거니와, 이혈룡과의 애정이 조금도 변치 않는 것은 곧 신의의 차원에서 그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점이다. 김진희의 배신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옥단춘의 신의는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윤리의식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혈룡은 감사가 된 옛날의 벗을 찾아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죽을 고비를 겪고 생면부지의 기생 옥단춘에게서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찾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혈룡이 애초 의도했던 김진희가 아닌 옥단춘에게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는 <옥단춘전>의 구도가 갖는 사회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상 첫째는 주인공의 일대기적 구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의 충실한 일대기적 구성에서 대상의 전체성을 추구하는 지향에서 벗어나 이혈룡과 옥단춘이 당면한 현실과 대결해 나가는 과정만을 중점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즉 구체적인 현실 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행동을 서술함으로써 대상의 전체성을 추구하는 지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지향은 우리 소설이 19세기에 이룩한 성과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구성상 둘째 특징은 사건의 진행에 초월적 세계의 개입이 거의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이혈룡이 김진희를 찾아가는 부분부터 암행어사 출도까지의 서술된 시간은 약 1년 남짓한 기간이다. 이혈룡이 일약 어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민중의식의 한계와 그 해결방식의 환상성을 지적받기도 하지만 초월적 세계의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작품 첫머리의 태몽과 일부 계통에서만 나오는 것으로서 김진희가 벼락을 맞아 죽은 부분뿐이다.

곧 구성이나 주제가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초월적 세계의 개입이 없이 사건이 현실적 맥락에서 전개되고, 작품 전체의 구성도 일대기적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인물의 형상화에 있어서도 옥단춘과 이혈룡이 일정한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옥단춘과 이혈룡이 신의를 바탕으로 결합하여 폭압적인 지배층과 대결하여 승리한다는 주제 역시 커다란 사회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점들로 <옥단춘전>은 19세기 우리 소설사적 위치가 결코 낮지 않다.

문체의 특징은 이 작품이 이른바 문어체 소설에 속하면서도 실제로는 판소리식 문체가 상당히 많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춘향전>의 영향으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설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 작품은 이른바 문어체 소설과 판소리계 소설의 교섭으로 이루어져 고소설이 근대소설로 이행하면서 문체의 측면에서의 일종의 실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옥단춘전>은 그 구성이나 주제가 꽤 구태를 벗었다고 하겠다. 김진희가 천벌을 받고 죽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신비체험이라든가 초월적 존재의 개입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종전의 소설 전개 방식을 탈피하고, 문제나 해결방식이 현실적이다. 종전의 전기적 구성의 틀도 떠났으며, 주인공들의 일대기적인 서사방식도 지양하였다. 인물의 성격 창조면에서도 비교적 전형성을 확보하고 있다. 옥단춘과 이혈룡 사이의 관계를 세속적인 애정 이상의 순정으로 그리려고 한 작자의 의도는 낭만적 이상주의로 통한다. 처자식이 있는 이혈룡에 대한 옥단춘의 사랑을 결코 세속적 차원의 천박한 것으로서가 아닌, 매우 고상하고도 순수한 차원으로 승화시킨 데서 작자의 만만치 않은 예술적 처리 능력을 엿보게 한다. 김진희의 배신은 시종 철저하므로 악인의 전형으로서의 성격 창조에 성공적이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배신의 동기가 깊이 천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배신 행위는 설득력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까닭 없이 사람이 그 지경까지 악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가시지 않은 채 소설이 끝난다.

  요점정리  

● 갈래 : 고전소설, 애정소설

● 성격 : 교훈적, 응징적(보복적), 연정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권선징악, 진실한 사랑과 행복의 성취, 우정을 배신한 친구에 대한 복수

● 특징

* <춘향전>의 아류작으로도 봄. -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유사, 기생과의 결혼, 암행어사 출두

* 타락한 벼슬아치의 횡포와 우정을 풍자, 비판함.

* 판소리 사설과 유사한 문체를 사용함.

* 옥단춘을 통해 진취적 여성상을 보여줌.

* 비교적 우연성이 적고 초월적 존재의 개입이 적어 사실적임.

● 구성 단계

* 발단 : 어렸을 때 김진희와 이혈룡은 평생 서로 돕고 살자는 약속을 함.

* 전개 : 궁핍한 생활을 하던 이혈룡은 평안 감사가 된 김진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함.

* 위기 : 김진희는 이혈룡을 죽이라고 명령하고 이혈룡은 옥단춘의 도움으로 살아나 과거 시험을 준비하여 시험에 급제함.

* 절정 : 어사 신분을 감춘 이혈룡은 옥단춘과 함께 다시 김진희로부터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이는데, 이때 역졸들이 나타나 어사출두를 알림.

* 결말 : 이혈룡이 김진희에게 벌만 주고 살려 주려 하지만, 김진희는 벼락을 맞아 죽음.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소설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갈등 관계를 파악해 보자.

(1)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정리해 보자.

죽은 줄 알았던 이혈룡이 김진희가 있는 연광정에 나타남.

사공들이 이혈룡을 강물에 빠뜨리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짐.

김진희는 이혈룡과 옥단춘을 모두 물에 빠뜨려 죽이라고 명령함.

옥단춘과 이혈룡이 물에 빠지기 직전 암행어사 출두 소리가 울려 퍼짐.

 

(2) (1)을 바탕으로 주요 인물의 갈등 관계를 설명해 보자.

이혈룡 <---------------------------------> 김진희

암행어사, 김진희를 벌하고자 함.                          평안감사, 이혈룡과 옥단춘을 죽이려 함

 

옥단춘

자신이 자결할 테니 혈룡을 살려달라고 애원함.

 

2. 이혈룡이 암행어사로 출두하는 장면에서 각 인물들의 속마음을 상상해 보자.

옥단춘

영락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 살아나게 되는 건가.

 

이혈룡

저 사악한 김진희를 처단할 때가 왔구나.

 

김진희

아니? 이혈룡이 암행어사란 말이냐. 큰일 났군.

 

사  공

이크, 나 살겠다고 암행어사에게 물에 뛰어들라고 강요한 셈이 되었군.

 

3. 다음은 이 소설의 일부를 희곡으로 바꿔 본 것이다.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주목하여 소설의 갈래적 특징을 말해 보자.

이혈룡이 남루한 행색으로 연광정에 오르자, 옆에 있던 나졸들이 달려 나와 이혈룡을 잡아끈다.

나졸 : (매우 구박하는 말투로) 야, 이 미친놈아. 이 자리가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올라가느냐!

나졸들이 잡아끄는 바람에 이혈룡의 옷이 뜯어져 옷 사이로 알몸이 보인다. 이에 화가 난 이혈룡이 김진희를 향해 외친다.

이혈룡 : (매우 화가 나 호통을 치며) 네 이놈! 김진희야! 나 이혈룡을 모른단 말이냐? 어찌하여 나를 이렇게 박대하느냐?

⇒ 소설은 서술자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반면, 희곡은 서술자 없이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내용이 드러난다. 또 소설은 과거형 서술이 가능하지만, 희곡은 현재형 시제의 대사로만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서술자에 의해 다양한 서술 방식으로 사건을 전달하고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 소설이 지닌 갈래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 다음은 이 소설 전체의 결말 부분이다. 이를 참고하여 고전 소설의 특징을 이해해 보자.

사공들이 어사또의 영을 듣고 김진희를 끌어다 배에 싣고 만경창파 물 위로 둥둥 떠나기 시작하였다. 이때 어사또가 어진 마음으로 다시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서,

"저 놈은 제 죄로 죽을망정 웃대의 의리를 생각하고 옛정을 생각하면 나 또한 저와 같이 차마 죽일 수가 없구나." / 하고 나졸 한 놈을 급히 불러서 분부하기를,

"너는 급히 배에 가서 그 양반을 물속에 한참 넣었다가 거의 죽게 되었을 때에 도로 건져서 배에 싣고 오너라." / 하였다. 그 나졸이 영을 받고 강을 향하여 달려갈 적에, 별안간 뇌성벽력이 일어나더니 김진희에게 벼락을 쳐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김진희는 시신도 없이 사라졌다.

 

* 고전 소설의 인물은 대부분 평면적이다. 즉 성격이 크게 바뀌지 않고 일관되는데, 악인 김진희는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뉘우치지 않으며, 착한 이혈룡은 그런 그를 용서하고자 한다.

* 권선징악의 주제를 지닌다. 김진희가 벼락을 맞고 죽는 것을 통해 나쁜 행동을 경계하려는 고전 소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건이 전개된다.

* 비현실적이고 우연적인 요소의 개입이 많다.

  생각해 보기  

■ '춘향전'과의 관계

'옥단춘전'은'춘향전'과 유사한 점이 많다. ①작품 첫머리의 시대배경 설명 부분, ② 기생점고, ③ 호장 首奴와 옥단춘의 대화, ④ 옥단춘 집과 방 안 묘사, ⑤ 이혈룡이 어사가 되어 평양에 도착했을 때의 심경을 묘사한 부분, ⑥ 이혈룡을 기다리는 옥단춘의 심경을 묘사한 부분, ⑦이혈룡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것, ⑧"그 누구라 날 찾나"의 사설 ⑨ 암행어사 출도 장면의 묘사 등이 그렇다. 이혈룡과 옥단춘의 사랑이 성취되는 과정이라든가, 혈룡이 어사의 신분을 숨기고 옥단춘을 찾아간 일, 암행어사 출도 장면 등이 <춘향전>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춘향전>의 모방작, 또는 아류작이라고 평가되어 왔다. '이혈룡 : 이몽룡', '옥단춘 : 춘향', '김진희 : 변학도'의 대응관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관계가 작품의 실상에 있어서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이 작품의 주제의식도 신의(信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옥단춘전>을 단순히 <춘향전>의 아류작이나 모방작으로 재단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다.

 

■ 이름으로 본 등장인물의 특징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증명하는 요소로 여기에는 이름을 지어 준 이의 소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설 속 인명에도 작가의 기대와 의도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인물의 이름은 소설 속 인물의 행동과 더불어 그들의 성격을 파악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중략> 옥단춘(玉丹春)의 이름은 '붉은 봄'이란 의미로 여기에는 봄의 활발한 움직임과 임을 향한 절개가 담겨 있다. 소설에서 옥단춘은 행실이 송죽(松竹) 같고 본심이 정결한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위기에 처한 이혈룡을 구하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그의 가족을 돌보며, 이혈룡이 거지 행색으로 나타났을 때도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혈룡(李血龍)은 '피 흘리는 용'이라는 이름으로, '혈(血)'을 문학적으로 정열과 항거, 복수라고 볼 때, 이혈룡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비범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설에서 이혈룡은 효심이 지극하고 충성스러운 인물로 묘사된다. 천한 신분인 기녀의 도움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우정을 생각하여 김진희를 살리려는 선량함을 보이며,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푼다.

 

■ 등장인물의 동과

(1) 옥단춘 : 어려움에 처한 이혈룡을 도와주고 후에 정덕부인 됨.

→ 민중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를 드러냄.

(2) 이혈룡 : 옥단춘에 의해 위기에서 벗어남, 암행어사가 되어 김진희를 벌하고 옥단춘과 사랑을 이룸.

    김진희 : 신의를 저 버리고 이혈룡을 죽이려 함, 천벌을 받아 죽음.

→ '붕우유신'의 윤리와 신의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줌.

 

■ 옥단춘의 반과 그 의미

옥단춘은 기녀의 신분이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양반 남성들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훨씬 월등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녀들의 능력은 애정 성취 기반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조선 후기 신분 제도의 모순과 혼란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략>

옥단춘은 이혈룡에 대한 수절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정절 이데올로기는 양반 여성에게만 부여된 것으로 양반 여성이 정절을 지키는 것은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녀가 목숨 걸고 수절하는 것은 오히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지배 이념이었던 봉건적 질서에 오히려 저항하는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기녀들의 행위 또한 애정 성취를 위한 가장 근본적이며 공통적인 기반으로 작용한다. <중략>

옥단춘은 이혈룡보다 우수한 경제적 능력을 지닌다. 이미 축적해 둔 부로 이혈룡의 가솔을 먹여 살리고 그가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경제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기녀와 양반의 사랑은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어 나타난다. 반면, 양반 여성과 양반 남성의 애정 문제는 애정이라는 감정에만 초점을 두어 현실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어 상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미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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