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풍전(李春風傳)                - 작자 미상 -

◇ 소설읽기   

  줄거리  

숙종 때 서울에 사는 이춘풍은 가정은 돌보지 않고 놀러다니며 가산을 탕진한다. 나중에는 아내가 품을 팔아 모은 돈까지 다 없애고 빚까지 진다. 박득만이라는 상인이 돈을 써서 벼슬을 사려고 한다는 소식을 얻어 듣고서 최참판에게 다리를 놓겠다고 찾아갔으나 용돈도 못 얻고 술대접만 받고 돌아온다. 춘풍은 돈이 떨어지자 기생 월향에게까지 천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 김씨가 굶주려서 거동도 못하고 누워 있다. 춘풍은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는 아내에게 서약까지 한다. 이에 김씨는 기뻐하며 주린 배를 안고 열심히 품팔이를 하여 돈을 모은다.

춘풍은 다시 교만하여져서 호조(戶曺)에서 돈 2,000냥을 빌리고 아내가 모은 500냥까지 합해서 평양으로 장사를 하러 간다. 평양 명기 추월에게 미혹되어 장사는 하지 않고 돈을 탕진하다가, 이윽고 박대와 수모를 받으며 추월의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한다.

남편의 소식을 들은 김씨는 마침 이웃에 사는 참판이 평양감사로 부임하게 되자 청을 드려 비장(裨將)이 되어 남복을 하고 평양에 간다. 추월의 집을 찾아가 추월의 간교한 행색과 남편의 거지 같은 모습을 확인하고, 추월을 엄히 문책, 5.000냥을 남편에게 주게 하고 춘풍 역시 태장(笞杖)을 쳐서 죄를 다스린다.

춘풍은 의기양양하여 집으로 왔으나 아내가 비장의 복장으로 나타나서 꾸짖자 다시 망신만 당한다. 춘풍은 비장이 아내인 것을 알고 개과천선하여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집안을 다스리는 데에 힘써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을 이룬다.

  감상 및 해설  

작자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로, 필사본 · 국립도서관본 · 가람문고본 · 김기동 소장본 등 3종이 있다. 그밖에 김영석이 1947년 개작하여 협동문고로 간행한 <이춘풍전>이 있고, '부인관찰사'라는 표제의 활자본이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평범한 서민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계 소설과 같은 평민문학이다.

가정이 무능하고 방탕한 남편 때문에 몰락하고, 슬기롭고 유능한 아내의 활약으로 재건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허위에 찬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의 능력이나 기능을 부각시키려 한 의식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을 가정적인 차원에서 문제삼고 있으며, 허위로 가득차고 방탕한 삶을 비판하고 근면과 슬기와 성실한 삶을 강조하는 교훈적 주제를 담고 있다.

또한,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한 작품이기도 하다. 돈으로 벼슬을 사려다가 집안이 망한 상인 박득만과 최참판 사이에서 대리청탁으로 돈이나 뜯어 쓰려는 이춘풍의 행위는 관직을 사고 파는 일이 성행했던 당시 사회상을 풍자한 것이다.

호조의 돈을 빌려 온 이춘풍을 갖은 수법으로 털어내고는 돈이 떨어지자 하인으로 구박하는 추월의 모습에서 신의와 인정이 메마른 가박한 사회를 공격한 점도 엿볼 수 있다.

한 여성의 활약으로 방탕한 남성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몰락한 가정을 이룩하였다는 점에서 여성의 주인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작품으로서 의의가 있다.

 

■ 백과사전에서

판소리로 불렀다는 기록은 없으나, 문체나 사설면에서 판소리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여러 종의 이본이 있으나, 시기가 앞서면서도 내용이 풍부한 서울대 가람문고본을 원본으로 했다. <이춘풍전>은 조선 시대 말기에 이루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구성 방식, 서술 시점, 공식적 표현구, 문체 및 서사 진행 투어 등에서 판소리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상품 경제의 발달과 자본의 발달 등 근대화 이행기에 놓인 당대의 세태를 재물을 탕진하는 한량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계우사> 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춘풍전>은 문제적 인간의 길들이기 방식이라는 공통된 작품 내적 구조를 견지하면서도 <계우사>와 달리 작품 전면에 춘풍의 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춘풍전>은 탕아, 기생, 처의 삼각 구도 속에서 처를 주동자로 내세우고 기생 추월을 대결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어리석은 남편의 모습과 현명한 처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우부현녀담을 변형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 '남장(男裝) 여인'의 의미

남장 여인은 남성 중심의 봉건적 사회 현상의 허구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장치이다. 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습적, 제도적 억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더 깊은 의도는 여성의 본질적 능력이 결코 남성에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을 능가한다는 사실은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춘풍전'의 인물에 나타난 사회상

<이춘풍전> 역시 기생에게 매혹된 양반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세태소설로, 다락골에 사는 이춘풍이라는 양반 건달이  공연히 뽐내다가 기새에게 매혹되어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을 아내가 구출해 주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이춘풍은 훤칠한 풍채, 멀끔하고 미끈한 차림으로 기생 몇 명쯤은 문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부모가 물려준 돈은 물론 아내가 바느질을 하여 번 돈까지 모두 술과 여자와 노름으로 날려 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결국 호조에서 빌린 많은 돈을 기생과 어울리며 다 써 버리고 만다. 이러한 춘풍에게는 선비가 지켜야 할 도리나 윤리 의식이라고는 없다. 다만 위선과 허세에 가득 찬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춘풍을 홀리는 기생 추월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춘풍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는 온갖 교태를 부리며 홀리다가 수천 냥 돈을 탕진하고 나자 "청루 물정 몰랐던가, 평양 기생 추월 소문 못 들었던가. 자네가 가져온 돈냥 혼자 먹었던가."라고 말하며 문 밖으로 내쫓아 버린다.

이들과 반대로 춘풍의 아내는 모범적인 여인의 전혀이다. 그러면서도 조선시대 여인들은 실제로 하지 못하는,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을 하는 여중호걸이다. 소극적이며 순종적인 여인이 아니라 남편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새로운 시대의 여인상인 것이다.

조선시대 여성은 유교 윤리에 의한 구속 때문에 다른 시대보다 더욱 불리한 처지에 있었다. 생업을 위한 경우가 아니면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고,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혼인을 하고, 정해진 도리에 따라서 시부모를 섬기며 남편을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서의 남존여비의 규범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모습일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부당한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은 다행히 <이춘풍전> 같은 소설이 있어서, 규범에서의 탈출과 남녀의 지위 역전을 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간접적 경험으로 여성들은 자신에 대해 새로운 깨우침을 얻기도 했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여성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경제적 · 사회적 ·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잠재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춘풍, 추월 그리고 춘풍의 아내는 모두 그 당시 사회사을 반영하고 있다. 양반의 허세와 위선이 가득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 그리고 여성들이 억압받는 사회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춘풍전>은 여러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 사회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한 서민문학으로 그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요점정리  

● 성격 : 고전, 판소리계, 세태, 풍자소설 (해학적, 교훈적, 풍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조선 숙종조

● 인물

* 춘풍 → 도학적인 선비정신을 상실한 인물(학문보다는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구조)

* 춘풍 처 →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 탈피(적극적인 여성상의 출현, 여성의 지위 향상)

* 추월 → 정조나 절개보다는 금전적 욕심을 챙기는 기녀(물질 중심의 가치관)

● 주제 : 진취적 여성의 활약으로 방탕한 남성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몰락한 가정을 일으켜 세움.

● 특징 : 판소리 사설의 문체

              새로운 인간형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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