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부 전(興夫傳)                          -  미 상 -

  줄거리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어름에 연생원의 두 아들이 살고 있었다. 같은 어미의 소생이었지만, 형 놀부는 심술이 사납고 둘도 없는 악한 사람이었고, 아우 흥부는 동기간의 우애가 독실한 천하에 둘도 없는 착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동생과 같이 살아오던 형 놀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전답과 재산을 흥부에게는 밭 한 마지기, 돈 한 푼도 주지 않고 나가서 빌어먹으라고 하며 흥부를 쫓아낸다. 흥부 가족은 하는 수 없어서 언덕 위에 움집을 초라하게 짓고 들어 앉았으나 앞으로 살 길이 아득하였다. 게다가 아이들은 해마다 낳아서 자꾸만 늘어났고, 품팔이를 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일쑤였다.

하루는 흥부가 견디지 못하여 형의 집으로 쌀을 얻으러 간다. 그러나 그의 악한 형 내외에게 죽도록 매만 얻어맞고 온갖 욕설과 구박만 당하고 돌아온다. 흥부 내외는 아무리 품팔이를 하여도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 또 하루는 읍내에 나갔다가 이방한테서 김부자가 죄를 지어 형벌로 볼기 30대를 맞게 되었는데, 대신 볼기를 맞는 사람에게 30냥을 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흥부는 김부자 대신에 볼기를 맞으려고 관가로 가나, 일이 여의치 않아 그도 못하게 된다.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왔다. 강남에서 제비들이 돌아와 집을 짓는다. 흥부집 처마에도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고 있다. 하루는 뱀이 제비집에 들어가 새끼를 잡아 먹으려고 하므로, 흥부가 불쌍히 여겨 뱀을 칼로 치려할 때,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흥부는 불쌍히 여겨 당사실로 동여주니, 제비 새끼는 죽지 않고 살아난다. 그 제비가 강남으로 갔다가 제비 왕에게 사실을 고하고, 흥부의 은혜를 갚아 달라고 부탁한다. 제비 왕은 그 제비에게 박씨 하나를 주며 흥부에게 가져다 주라고 한다. 이듬해 봄에 그 제비가 흥부의 집에 와서 박씨 하나를 뜰에 떨어뜨려 준다. 흥부는 그 박씨를 심었고, 가을이 되어 커다란 박이 많이 여문다. 흥부 내외가 먹으려고 박을 하나씩 타 보니, 선약을 비롯하여 수많은 재물과 선녀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흥부는 일시에 부자가 되고, 많은 애첩과 시종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놀부는 아우 흥부가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는 시기와 질투가 나서 이것저것 빈정대다가, 흥부로부터 부자가 된 이유를 묻는다. 아우의 내력을 들은 놀부는 이듬해 봄에 제비 새끼를 일부러 잡아서 다리를 부러뜨려서 실로 동여 주었다. 제비는 그 이듬해 박씨 하나를 가져다 주며, 놀부는 그 박씨를 심고 가을이 되기를 고대한다. 가을이 되어 많은 박이 익었다. 하인을 시켜 박을 타게 하니, 첫째 박에서는 여러 동자가 나와서 놀부를 곯리며 3천 냥을 뺏아간다. 둘째 박에서는 노승들이 여러 상좌를 데리고 나와 5천 냥을 빼앗아 간다. 세 번째 박에서는 상여꾼이 나와서 또 3천 냥을 빼앗아 간다. 넷째 박에서는 무당들이 나와서 5천 냥을 빼앗아 간다. 마지막 박을 타보니 누런 똥이 쏟아져 나와 놀부의 집은 똥바다가 된다.

이 때 아우 흥부는 형이 패가망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형 내외를 자기 집으로 모시고 지성으로 섬기며, 자기 집과 똑같은 집을 지어 주어서 살게 한다. 이에 그렇게 악독한 놀부도 개과하고, 선인이 되어 형제가 화목하게 산다.

  감상 및 해설  

<흥부전>은 작자와 연대 미상의 판소리계 소설로, 설화와 판소리 등의 과정을 거쳐 정착된 것으로, <연의각>,<흥부가>,<흥부전>,<박흥부전>,<박타령> 등으로 불려질 만큼 이본도 많고 제목도 다양하다.

이 소설의 구조는 "모방담"의 전형적 구성을 보여주는데, 이 구성은 창조적 행위와 모방적 행위로 나뉘어진다. 전자는 긍정적으로, 후자는 부정적으로 처리되어 권선징악의 주제의식을 구현하는 것이 상례인데, <흥부전> 또한 여기에 근거하고 있으며, 다분히 공식적이고 봉건적 질서를 확인하는 유교적 윤리의식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인물의 설정이나 사건의 서술에 있어서도 유형적이고 공식적인 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조선후기 서민사회에서 광대와 가객 등 예능인들에 의해 형성된 작품으로, 당시 사회의 불구조화라는 서민의식이 잘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이 소설에 나타난 대중적이며 통속적인 권선징악이 아주 자연스럽게 해학과 풍자적인 표현을 통해서 독자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아우 흥부가 형 놀부의 집에서 쫓겨나오는 장면, 흥부가 언덕에 움집을 짓고 많은 아이들과 가난하게 사는 장면, 흥부가 형의 집에 양식을 얻으러 갔다가 매를 맞고 오는 장면, 흥부가 제비의 다리를 고쳐 주고 박씨를 얻어 부자가 되는 장면, 형 놀부가 아우의 말을 듣고 제비 다리를 부러뜨렸다가 고쳐 주고 패가망신하는 장면이 너무도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흥부전>은 어떻게 보면 동화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한 감이 있으나, 그러한 결함을 해학적이며 풍자적으로 잘 극복하고 있다. 거기에다 유교 윤리사상의 하나인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흥부전은 선악의 극치를 달리는 형제간의 상반된 인간성을 해학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표현하여 문학적인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흥부전>은 윤리소설로서 인과응보라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인간 계도사상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대 소설, 판소리계 소설, 윤리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시간적 - 조선후기

* 공간적 -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어름, 제비국

* 사상적 - 유교사상, 불교의 인과응보

◆ 주제 : 인과응보 및 권선징악.  형제간의 우애 권장

◆ 인물

* 흥부 → 가난하지만 선량한 인물, 근대적 시각에서 볼 때는 생활능력이 없으면서도 자식만 10여명이나 낳은 비생산적인 인물

* 놀부 → 흥부와 대조적인 악한 인물, 부의 축적을 최대의 목표로 삼아 무리하게 자본의 축적을 기도하지만, 규모있고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물, 사회적 관습이나 법을 무시하지만 개과천선하여 선한인물로 변화되는 동적인 인물

* 흥부처 → 현실을 다소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려고 하나, 자신에게 주어진 관습이나 제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

째부 →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인물, 봉건적 주종관계가 아니라 계약에 의한 고용관계를 추구하며 놀부가 생활능력을 상실하자 자리를 뜨는, 근대적 의미의 노동자상

◆ 근원설화 : <방이설화>, <박타는 처녀 설화>

  생각해 보기  

1. <흥부전>은 '모방담'의 구조를 보인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 ① 창조적 행위자가 우연한 기회에 시혜자와 만난다.

            (뱀에게 물릴 위기를 피해 땅에 떨어진 제비의 다리를 고쳐준다)

    ② 시혜자가 창조적 행위자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제비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주어, 박속에서 재물이 쏟아져 나온다)

    ③ 창조적 행위자가 부자가 되어 행복해 진다.

            (흥부가 부자가 되고 행복하게 산다)

    ④ 모방자가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시혜자를 만난다.

            (놀부가 흥부의 일을 알고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다)

    ⑤ 시혜자가 모방자에게 악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제비가 놀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주어 박속에서 나온 인물들이 놀부의 재산을 빼앗아 간다.)

    ⑥ 모방자가 벌을 받고 불행에 빠진다.

            (놀부가 가산을 탕진하고 불행해진다)

   참 고  

1. 갈등과 사회상을 통해 본 <흥부전>의 주제

⇒ <흥부전>의 주제에 대한 대표적인 견해로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표면적인 주제는 선량한 자는 복을 받고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자는 벌을 받으니, 사람은 선량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면적인 주제는 신분이 미천한 부자의 대두로 가난해진 양반과 모든 기존 관념이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되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견해이다.

둘째는, 흥부라는 인물이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굶주려야 되는 반면에 놀부라는 인물이 악질적인 행위에도 부자로 잘 살고 있는 현실의 모순이 문제라 하여 현실적인 역리현상(逆理現象)에서 그 주제를 찾는 견해이다.

 

2. 흥부와 놀부의 인물 평가

⇒ <흥부전>의 중심인물은 말할 것도 없이 놀부와 흥부이다. 이 두 인물은 형제간을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둘은 형제 사이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상이한 계층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먼저 놀부를 살펴보면, 놀부의 신분은 평민이거나 그 이하이다. 놀부의 심술 묘사 속에 간간이 비친 그의 이익 추구 행위는 모두 반사회적인 행위와 결부되어 있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인륜이나 사회 도덕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마는 행위가 당대 민중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였음이 틀림없다. 요컨대 천민 출신으로 놀부는 자신의 힘으로 경제적 기반을 다져 거대한 부농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위로 이룩된 것이었다.

이에 반해 흥부는 신분상으로는 양반이되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평민 이하의 상황에 떨어져 있다. 흥부는 양반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그의 의식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폭로당하게 되고 민중들의 웃음을 사게 된다. 그가 양반 의식을 가질수록 그의 곤궁상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 상황은 놀부의 반사회적, 반도덕적 이익 추구 행위와 대비됨으로써 더욱 심각하게 부각된다.

요컨대 인물을 중심으로 볼 때, <흥부전>은 반사회적 행위로 부를 축적한 놀부와 그로 이해 빈사지경에 이른, 생산수단을 상실한 농촌 빈민의 대립 갈등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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