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생 전(許生傳)                         -  박지원 -

◇ 소설읽기   

  줄거리   

허생(虛生)은 서울 남산 밑 묵적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로 글 읽기만 좋아했다. 10년 계획으로 글읽기를 하고 있었는데, 굶주리다 못한 아내가 '벼슬도 못하는 주제에 밤낮 글만 읽어서 무엇하겠느냐'며 푸념을 했다. 아내의 불평에 허생은 책을 덮고 문을 나선다.

장안에서 제일 부자라는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꾸어 안성으로 내려가 과일을 매점했다. 그 후 값이 오르기를 기다려 10배의 값에 팔아 그 돈으로 농기구, 의복 등을 장만하여 제주도로 가서 많은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는 제주도의 특산물인 말총을 몽땅 사들여 망건 값이 오른 후 되팔아 역시 10배의 이익을 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도적떼의 소굴로 들어가 도적들에게 계집과 소 한 마리씩을 데리고 오게 하여 그들을 무인도에 정착시킨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농사를 짓게 하여, 3년 후 일본 장기(나가사키)에 흉년이 들었을 때 그들에게 양곡을 팔아 은 백만 냥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백만 냥이란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다고 50만 냥을 바다 속에 넣어 버리고 나머지를 빈민 구제에 쓴 뒤 10만 냥만 남겨 놓았다. 빚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

허생이 10만 냥을 변씨에게 갚자, 놀란 변씨가 허생의 뒤를 몰래 따라 가 보니, 역시 예전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서로의 왕래가 잦아져 가까운 벗이 되었다. 변씨와 친한 어영대장 이완도 허생과 만나 시사에 관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완은 허생에게 비웃음만 사게 되고, 허생의 비범한 인물됨을 알게 된 이완은 허생을 천거해 기용하고자 했지만, 허생은 시사 삼난(時事三難)을 들어 이를 거절하게 된다. 이튿날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 후였다.

  감상 및 해설  

<허생전>은 [어우야담]에도 이야기되고 있는 이지함의 일화를 바탕으로 참신한 경제논리를 제시하며 허식에 찬 보수적 양반들의 윤리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제시해 준다. 이 작품은 박지원의 실학 사상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쓰여졌으며,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뚜렷한 유토피아 지향이 드러난다.

주인공 허생의 상행위, 경제력의 차이가 없는 이상적인 세계 건설, 섬에서 농사를 지어 수출까지함으로써 백만금을 벌어들이는 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00만냥 중 50만냥을 바다에 버린 행위 등을 통해, 국내의 경제적인 문제들(거지, 흉년, 독점, 수출, 인플레이션 등)을 훌륭히 해결할 수 있는 실학적 정책을 실천적으로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는 당시 사회가 이용후생을 모르고 공리공론만을 일삼는 유학자들의 폐단을 시정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 속에 근대 자본주의의 모습과 매점 매석의 부당성을 고발하며, 해외진출과 같은 교역의 꿈도 묘사되어 있다. 또한 북학론을 주장하는 작가가 북벌론을 주장하는 어영대장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요점정리  

성격 : 고대 소설, 한문 소설, 단편 소설, 풍자 소설

문체 : 역어체, 산문체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17세기 후반(조선 효종), '이용후생'의 실학 사상

주제 : 양반 및 위정자들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 대한 각성 고취

◆ 출전 : <열하일기> 중 '옥갑야화'에 수록됨

◆ 인물

⑴ 허생 : 비판적 지식인으로 비범한 능력과 이인(異人)다운 면모

⑵ 변씨 : 도량이 크며, 허생으로 하여금 경륜을 펴게 함.  이완과 접촉시키는 역할

⑶ 이완 : 당대 무능한 사대부 상징.   북벌론의 핵심 인물

◆ 작품에 나타난 연암의 사상

부(富)의 획득문제 ⇒ 매점매석을 통한 부의 획득(조선의 사회가 물자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외국과의 무역이 없기 때문에 조선이 부흥할 수 없다는 연암의 비판이 담김)

무인도에서의 경영(이상적인 공동체) ⇒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간다거나, 일본과의 무역을 하는 데서, 실학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과 공리공론에만 매달린 양반 식자층은 나라의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연암의 비판이 담김.

북벌론 비판 ⇒ 허생이 제시한 북벌론에 대한 세 가지 제안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서, 북벌의식은 하나의 허위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냄.

◆ 허생이 제시한 세 가지 제안

① 제갈량과 같은 사람을 천거할 것이니 왕이 삼고초려할 것.

② 명나라의 유민들로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종실의 딸을 시집보내고 간신의 집을 빼앗아 나누어 줄 것.

③ 젊은이들의 머리를 깎게 하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선비는 청나라의 청빈과에 응시하게 하고, 서민은 강남에 가서 돈을 벌게 하여 그나라의 실정을 정탐하게 함.

  생각해 보기  

1. 허생전에 드러난 유토피아 사상을 살펴보자.

⇒ 허생은 무인도에서 글하는 사람을 모두 데리고 나온다. 이는 글 아는 자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섬의 화근이라고 인식하는 것이고, 이 인식은 곧 당시 무위도식하던 양반 식자층을 겨냥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실학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과 공리공론에만 매달린 양반 식자층은 진실로 나라의 화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허생이 이 섬에 영원히 안주하지 않고 '땅이 좁고 덕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 버린다는 점이다. 허생의 무인도에서의 이상적 공동체 건설이란 하나의 실험에 불과하고 사실은 당시 조선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할 하나의 이상형을 제시한 것임을 말해 준다.

'무인도'는 현실적 경륜의 시험적 공간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빈 섬에 들어가 건설하며, 공동 생산과 예의 범절에 바탕을 두고 건설한 사회로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준비 공간이라는 점에서 '율도국'과는 구별된다.

* <홍길동전>에 나타난 이상향의 모습

길동은 그의 출신이 천비의 소생이기 때문에 적서의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힘으로는 신분적 차별 대우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소외된 인물이었고, 또 의적으로서 팔도를 횡행하며 활빈하는 행위도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없는 한계성이 따른다. 그러므로 길동은 좌절과 한계성에서 탈출하고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율도에의 진출이며, 갖은 방법으로 회유하는 조정에 그것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병조판서의 제수를 청원하여 그때까지 소외된 현실과 잠정적으로 타협하였다가 뒤에 율도에 진입하여 국가를 건설하였다.

'율도국'은 개인적 차원에 국한된 공간으로, 괴물을 퇴치하고 공주와 결혼하는 과정을 거쳐 이룩한다. 또한 율도국은 죽을 때까지 머무는 최후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허생전>의 무인도와는 다르며, 추상적이고 낙원화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구별된다.

 

2. 허생은 비록 매점매석을 통해 부를 획득했지만, 올바른 상행위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 독점의 수법을 통한 부의 축적은 백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있다. 특히 위정자들이 이 방법을 쓴다면 그것은 나라를 병들 게 할 것이라 하여 이 독점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니까 연암은 부를 축적하되 그것이 국내의 유통 구조의 확립과 외국과의 교역을 통해야지 국내에서의 독점을 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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