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 미상 -

◇ 소설 읽기   

  줄거리  

적멸사(寂滅寺)의 청허선사가 강도(江都)에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연미정 기슭에 움막을 짓고 지낸다. 어느 날 꿈에서, 병자호란 당시 강도에서 죽은 열다섯 여인의 혼령이 한 곳에 모여 울분을 토로하는 광경을 엿보게 된다.

첫 번째로 말하는 여인은 당시 영의정을 지낸 김류(金瑬)의 부인으로서, 남편이 능력 없는 아들 김경징(金慶徵)에게 강도 수비의 책임을 맡겼고, 아들은 술과 계집에 파묻혀 강도가 쉽게 함락되게 하였다며, 남편과 아들을 함께 비난한다.

두 번째 여인은 김경징의 아내로서, 자기 남편이 강도가 함락되게 만든 책임으로 죽임을 당한 것은 마땅하나, 같은 죄를 진 이민구 · 김자점 · 심기원은 전쟁 후 오히려 벼슬이 오른 것은 공평치 못한 일이라고 비난한다.

세 번째 여인은 왕후의 조카딸로서, 남편은 전쟁 중에 눈이 멀고 그 부모도 돌아가셨다며 애통해 한다.

네 번째 여인은 왕비의 언니로서, 적군이 들어오기도 전에 자기 아들이 자기를 찔러 죽이고서 정렬(정렬)로 표창케 한 사실을 어이없어 한다.

다섯 번째 여인은 강도가 함락된 데에 자신의 남편이 책임이 있음을,

여섯 번째 여인은 강도 유수를 맡았던 시아버지의 책임을,

일곱 번째 여인은 아들의 책임을 각각 말하며 개탄한다.

여덟 번째 여인은 남편이 오랑캐의 종이 되어 상투를 잘랐다며 비난한다.

아홉 번째 여인은 서울로부터 홀로 강도에까지 피난을 왔다가 무참히 죽임을 당한 원통함을 토로한다.

열 번째 여인은 지휘관이었던 자기 남편의 잘못과 이름 있는 관리의 아내이면서도 오랑캐에게 몸을 내준 동생의 실절(失節)을 비난한다.

열한 번째 여인은 마니산 바위굴에 숨었다가 오랑캐의 겁박을 피해 절벽에서 투신한 여인으로서, 으깨어진 비참한 몰골로 원한을 토로한다.

열두 번째 여인은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전쟁을 만나 물에 빠져 죽었으나,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아내가 오랑캐 땅에 들어갔는지, 길에서 죽은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며 탄식한다.

열세 번째 여인은 자신의 시아버지가 강하게 척화(斥和)를 주장하여 대의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그 공로로 하늘 궁전에서 선녀로 노닐게 되었음을 자랑한다.

열네 번째 여인은 그 할아버지의 고결한 지조의 공로로 인해 천당에 들어가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열다섯 번째 여인은 기생으로서, 뒤늦게 정절을 지키려 하였으나 전쟁을 만나 목숨을 버렸다는 얘기를 하면서 전쟁 중에 절의 있는 충신은 하나도 없고 늠렬(추위가 살을 에이는 듯함)한 정절은 오직 여인들만이 보여 주었다고 개탄한다.

여인들의 통곡소리에 청허선사는 꿈에서 깬다.

  감상 및 해설  

몽유록계 소설로,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고, 한문본 20면 1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의 구성은 대부분의 몽유록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입몽―각몽'이라는 공식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공식적 구성 방법과 꿈이라는 허구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이 작품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 함락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하여, 난중에 관료들의 행위를 규탄하고 반성하는 내용으로서 독자들에게 교훈적 의미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부인들의 망령이 회합하여 남편이 있던 관료들을 규탄하는 내용은 허구라는 형식만 빌렸을 뿐 실제는 사실의 확인이며 지식의 강조라는 점에서 교술장르에 포함될 수 있는 요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몽유록은 주로 관료사회에서 소외된 사대부들의 사회적 갈등과 역사과정에 대한 관심의 고조에서 유발된 독특한 서사 유형이라고 규정하려는 경향도 있다. 목격담의 형식은 감추어진 사태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서사적 방안이며, 무고하게 희생된 원혼의 등장은 사회적 부조리와 역사과정의 모순을 부각시킬 수 있는 극화(劇化)의 한 방안이다. 한편, 격렬한 규탄과 처절한 애소로 시종일관하고 있는 이 작품은 고발 · 비극 · 주정적인 특징으로 인하여 <원생몽유록> · <달천몽유록> · <피생명몽록(彼生冥夢錄)> 등과 함께 현실비판형 몽유록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다른 작품과는 달리 희생된 원귀들의 비탄을 위무하고 내적 화해에 기여하는 몽유자의 극중 개입이 배제되어 있는 점에서 방관자형 몽유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몽유록의 특징은 몽유자가 몽중세계에 개입함이 없이 극적으로 전개되고 현실세계와 몽중세계가 단절되어 있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 몽유자인 청허선사는 완전히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상 특질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은 부인들의 대화 가운데서 추출되는 불교적 내세사상 및 도교적 내세관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유일본으로 <피생명몽록>과 합철되어 있으며, 고전소설의 그릇된 역사적 사실을 신랄하게 꼬집어 비판하고 기발하게 고발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꿈속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몽유록계 작품으로 그 내용에 병자호란 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자결한 여인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병자호란 직후에 저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몽유록계 작품에서 꿈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몽유자는 현실에 대해 비분하는 선비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에서는 선사(禪師)가 등장하는 것이 특이하다. 내용은 몽유자인 선사가 강화도에 들어가서 호병에 살육된 시체를 수장(收葬)하고 있는데, 어느 날 밤 꿈에 강화도가 함락되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열네 사람 의 부인들이 한탄하는 호소를 차례로 듣게 된다. 이들 14명 가운데 한 여인을 제외하고는 당시 고관과 강화도 방어에 중책을 맡았거나 사대부들의 부인들이었다.

이 여인들은 한결같이 남편 · 자식 · 시아버지 등의 잘못으로 국가가 참담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고 그래서 자신들이 자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규탄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로서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했다는 여인도 있는데, 그것은 살기 위해 호병에 투항한 남성들을 질책하고자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여인은 기생으로서 국가의 치욕이 심했으나 충신과 절의를 지킨 남성은 적었는데 여인들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했으니 영광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끝에 등장하는 여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화도가 함락될 때 호병에게 살육을 당했거나 자결한 여인들이며 그녀들이 규탄하는 내용도 당시의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자결한 부인이 남편을, 어머니가 아들을, 며느리가 시부모를 질책 · 규탄하게 한 것은 기발한 착상이라 할 수 있다. 병자호란은 역사에 드문 치욕적인 병란이었다. 국정에 참여한 인사들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불성실함과 무능함을, 자결한 여성들의 입을 통해 규탄하고자 한 것이 본 작품의 저작 목적이다.

<강도몽유록>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쟁 중에 허무하게 죽어간 것을 한탄하는 여인들, 그리고 가장 많은 것으로, 전쟁에 임하여 관료로서의 책무와 인간적인 본분을 다하지 못한 남편 · 자식 · 시아버지의 행위를 비난하는 여인들, 그리고 시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척화(斥和)를 주장한 공로로 자신들이 하늘 세계에서 선녀로 있게 된 것을 자부하는 여인들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에는 당시 인조반정의 공신 세력에 대한 비공신 세력의 반발이 담겨 있는 듯하다. 당시 비난받은 공신 세력의 허물은 인사의 문제, 군사력의 사적인 소유, 경제적 침탈 행위, 그리고 병자호란 때에 화의론을 내세움으로써 임금이 무릎을 꿇고 항서를 올리는 치욕을 겪게 한 것 등이다. 공신들의 허물을 공격하면서 공신 세력 자신의 부인 혹은 며느리를 통해 비난하도록 구성한 수법은 특이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척화의 대의와 여인의 정절을 높이 평가하는 관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요점 정리  

● 갈래 : 고전소설, 한문소설, 몽유록계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시간적 → 병자호란 이후

* 공간적 → 강화 월곶리 연미정 근처

* 사상적 → 불교적, 도교적 내세관

● 주제

* 병자호란 당시 관리들의 부정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오랑캐에 대한 적개심

* 조선인의 변절과 윗사람들의 실정에 대한 비판

● 특징

* '입몽―각몽'의 공식적 구조 유지

*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주축으로 하는 몽유록계 작품

* 목격담의 형식을 빌리고 무고하게 희생된 원혼들을 등장시켜 부조리와 역사적 모순을 부각시킴.

* 병자호란 중의 관료들의 그릇된 역사의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처절한 애소로 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룸.

* 내적 화해자의 역할을 하는 몽유자(선사)의 극중 개입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방관자형 몽유록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음.

  생각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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