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선전(白鶴扇傳)                  -작자 미상-

◇ 소설 읽기  

  줄거리  

명나라 홍무 연간에, 남경에 사는 유 태종은 벼슬이 삼공이고 충효의 가문 사람이다. 조정의 간신인 병부시랑 처천이 해하려 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한가히 지내는데, 자식이 없어 부인 진씨와 후원에 단을 모으고 기도하던 중, 부인 꿈에 선동이 나타나 '천상에서 죄를 지어 당신의 자식이 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잉태하게 되며, '이 아이의 배필은 서남에 있다'는 선녀의 말을 들으며 아들을 순산핟. 이름은 유 백로로 용기 있고 풍채가 좋았다. 성남의 운수 선생에게 배우고자 길을 떠난다. 이부상서 조 성노와 순씨 사이에도 자식이 없어 절에 빌어 천상의 시녀가 딸로 태어나게 되니, 이름을 은하라 하였다. 이 둘은 사실상 천상계의 선관(선동), 선녀로 죄를 지어 인간계에 내려와 환생한 것이다.

어느 날 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고자 하는 글귀(窈窕淑女 君子好逑)를 써 넣은 부채인 '백학선'을 건네주고는 훗일을 약속한다. 백로가 장성하자 병부 상서 문 상서가 백로를 사위로 삼고자 청혼하였으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고 거절하자 문 상서는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삼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유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병이 들게 되고 이에 벼슬까지 버린다.

이때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 오자, 최국양이 입궐하여 출전하며 백로의 외숙 전홍로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한다. 전홍로는 은하의 신세가 측은하여 조성로 일가를 도망가게 해 준다. 방황하는 은하에게서 유 태종이 백학선을 뺏으려고 옥에 가두나 실패하자 일 년만에 풀어준다. 유백로가 최국양에게 원한을 가지고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 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방황하던 은하가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고는 임금에게 자원한다. 이때는 최국양의 모함으로 백로의 가족이 옥에 갇힌 때다.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조은하로 하여금 원수 가달을 치게 허락한다. 선녀의 도움으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가달을 잡으며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구성>

* 발단 : 천상계의 선관 선녀가 죄를 짓고 인간계로 쫓겨와 각각 유백로와 조은하로 환생한다.

* 전개 : 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집안 대대의 보물인 백학선에 백년가약을 맺고자 하는 글귀를 써주고 훗날을 기약한다.

* 위기 : 병부상서 문상서가 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 절정 :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오자 최국양은 백로의 외숙 전홍로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하나 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로는 은하를 놓아준다. 백로는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 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게 된 은하는 임금께 지원한다. 은하가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이를 허락하고 은하는 오랑캐를 물리치고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 결말 :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감상 및 해설  

이 작품은 애정 소설이자 영웅 소설로서 천상 세계에서 죄를 지은 두 남녀(선과, 선녀)가 지상의 인간계로 쫓겨 와 역경을 겪은 다음에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서사 구성 면에서 남자와 여자가 모두 혼사 장애를 겪고 있는데, 이를 병립적인 구조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구출해 오는 등 남성보다 여성의 적극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작품은 내용과 문체상의 특징으로 미루어 18세기 이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한글 소설이다. 이른바 적강소설이면서 영웅소설이고, 애정소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애정 소설의 성격이 짙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백학선'이라는 부채가 주제를 실현하면서 사건과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갈등과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무훈담을 통하여 주제인 애정 윤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요점 정리  

갈래 : 고전 소설, 국문 소설, 애정 소설, 영웅 소설, 적강 소설

● 성격 : 염정적, 전기적, 비현실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중국(형주, 남경, 기주 등), 가달족이 존재했던 시기

● 주제 :  남녀 간의 신의 있는 사랑과 충성심의 발현

● 특징

* 영웅 설화의 구조 → 주인공이 겪는 고난의 과정은 장차 이를 극복하고 위업을 성취하는 결말을 고려하면 영웅 설화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여성 수난 모티프 → 은하 낭자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초와 시련을 겪는다. 애정을 성취하는 과정에 장애물이 존재하는 혼사 장애 모티프도 나타나 있다.

* 애정 중시의 가치관 → 충효 등의 유교 윤리보다 애정이 보다 더 중시되는 애정 지상주의적 가치관이 드러나 있다.

* 백학선 → 이 글의 중심 소재이며 제목으로, 사건 전개의 매개체이다.(백학선을 둘러싸고 사건이 전개되며, 백학선을 지키고자 하는 은하 낭자의 의지는 지조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임.)

* 대화와 서술에 의한 사건 전개 → 주로 대화를 통해 사건이 전개되며, 서술자가 상황을 요약하여 제시한 부분도 나와 있다.

* 문어체적 어투 → '~하더라'와 같은 표현은 주로 문장에서 사용되는 어투이다.

● 인물

* 유 자사(형주 자사, 유 상서) → 유 한림(유백로)의 아버지. 남장한 은하 낭자를 감금한 적이 있으며, 아들의 혼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함.

* 유 한림(순무 어사, 유 어사, 대사도, 유백로) → 은하 낭자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병이 나서 휴양하게 되었으며, 은하 낭자를 찾기 위해 남경으로 가려고 한다. 은하 낭자에 대한 절절한 애정의 소유자이고, 은하에게 백학선을 준 인물로 은하의 행방을 수소문함.

* 은하 낭자(조 소년, 조 소저) → 백학선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유백로가 찾는 주인공

* 전홍로(현령) → 은하 낭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감추어진 이야기가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함.

* 춘낭 → 은하 낭자의 하녀. 은하의 시비로서 각종 정보를 은하에게 제공하는 인물임.

* 조성로 부부 → 은하의 부모로 피신 도중 세상을 떠남.

  생각해 보기  

◆ '백학선'의 의미와 기능

'백학선'은 흰 학이 그려진 부채를 말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적이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백학선(부채)이다. 부채의 등장 부분이 유백로와 조은하의 만남이요, 그 부채에 쓰인 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은하의 집안은 몰락하고 그녀의 부모는 죽게 된다. 부채를 소유한 조은하는 시아버지로 인해 옥에 갇히고, 후에 대원수가 되어 적을 무찌르는 대목에서 부채에 그려진 학이 솟아 도움을 받는다. 남자 주인공 '유백로'의 이름 또한 어머니인 김씨의 꿈에 백학을 타고 내려온 청의동자를 보고 낳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이미 태몽과 이름에서 '백학선'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백학선'은 주인공 자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유백로전'이 아니라 '백학선전'이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백학선전'에서는 주인공의 탄생 그 이전에 '백학선'이 먼저 존재한 것이다.

백학선은 조 낭자가 귀하게 간직하려 한다는 점에서 조 낭자의 '절개'를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유백로와 조 낭자가 다시 만난다고 가정할 때, 조 낭자의 정체를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유백로가 백학선에 새긴 글귀로 보아 유백로가 조 낭자를 반려자로 맞이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조 낭자가 처음 본 소년에게서 백학선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줄거리(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조선시대 애정 소설로 청나라 때의 의협 소설인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을 모방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우연성과 전기성을 벗어나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표현 또한 그러하다. 또한 애정 소설의 주제성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다소 안타깝다.

명나라 태조 시절에 남경 땅에 한 선비가 있었으니, 성은 유(劉)요, 이름은 태종이라 했다. 대대로 충효의 가문으로 벼슬이 삼공에 이르렀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일을 처리하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송했다.

이때 조정에 한 간사스러운 신하가 있었는데, 이름은 처천이요 벼슬이 병부시랑이었다. 황제의 총애가 깊어 만조백관이 그에게 다 아첨하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유상서만은 그를 따르지 않았고 워낙 성품이 곧아서 처천은 유 상서를 항상 눈에 가시처럼 생각했다. 유 상서는 처천이 자기를 시기해 해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모든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명산을 유람하며 한가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었으니, 바로 슬하에 혈육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남에게 악하게 한 일도 없는데 자식이 없으니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을 어찌 뵈오리오. 옛사람도 일월성신에게 빌어서 자식을 얻었다고 하니 우리도 정성을 들여다봅시다." 하며 유 상서는 부인과 의논하여 후원에 단을 쌓고 매일 밤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잠시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홀연히 서쪽 하늘에서 오색 구름이 일어나면서 옥빛 같은 백학을 타고 한 선동이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저는 하늘 나라의 선동이온데 천상에서 죄를 지어 쫓겨났사옵니다. 갈 곳을 모르다가 북두성이 부이에게로 가라고 하기에 왔사옵니다. 부인은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면서 선동은 부인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과연 그날부터 태기가 있어 열 달 뒤에 남자 아이를 낳으니, 유 상서는 크게 기뻐하며 이름을 백로라 하였다. 부인이 아기를 낳을 때 하늘에서 한 쌍의 선녀가 내려와 순산을 도왔는데, 그 선녀가 말하기를 "이 아이의 장래의 배필은 서남 땅에 있으니 인연을 잊지 마시오."라 하였다.

그 아이가 어느 덧 자라나 열 살이 되었는데, 얼굴과 풍채가 으뜸이요, 효성이 지극하며 용기 또한 출중하였다. 백로는 성남에 있는 도학에 뛰어난 운수 선생을 찾아가 학문을 배우고자 하였다. 이에 유 상서는 백학선을 주면서 "이 부채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배이니라. 각별히 알고 잘 간수하여라."라며 아들을 떠나보냈다.

한편, 이부상서 조성노는 대대로 명문거족이요,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었는데 부인과 해로한 지 사십 년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밤낮으로 자식 점지 받기를 빌었는데, 그 부인이 하루는 꿈을 꾸니 하늘에서 한 선녀가 금덩이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저는 옥황상제의 시녀였는데 칠월 칠석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은 죄로 인간세상으로 쫓겨 내려오다 일월성신이 지시하는 대로 부인께 이르렀사옵니다." 선녀는 이렇게 말하고 금덩이에서 뛰어내려 방안으로 들어왔다. 과연 그때부터 태기가 있어 딸을 낳으니 조 상서가 기뻐하며 딸의 이름을 은하라 짓고 사랑하였다.

세월이 흘러 은하의 나이도 열 살이 되었다. 하루는 유모와 함께 외가에 다녀오다가 유자를 따 가지고 잠시 길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유백로가 운수 선생을 찾아가던 길에 은하를 보게 되었다. 백로는 한눈에 은하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은하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유자를 달라고 청해보았다. 은하 역시 백로를 마음에 두어 기쁜 마음으로 유자를 건넸고, 백로는 백학선에 훗날을 기약하는 글귀를 적어 은하에게 주었다.

백로가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삼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유 상서가 아들을 반기며 백학선을 가져오라 이르니 백로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잃어 버렸다고만 아뢰었다. 백로가 부친의 꾸중을 듣고 몸둘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마침 병부 상서가 문공을 찾아와 백로와 자신의 딸을 혼인시킴이 어떠할지를 물었다. 백로는 은하가 생각나 "장차 입신한 후에 혼사를 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라고 부친에게 아뢰었다.

때가 이르러 과거에 응시하니 백로는 장원으로 급제하게 되었다. 황제께서는 그가 유 상서의 자제임을 알고 더욱 기뻐하시며 백로를 한림학사, 유 상서를 기주각사로 임명하셨다. 백로는 남방순무어사가 되어 길을 떠나면서 은하를 찾아 백년가약을 맺기로 결심한다.

한편, 은하도 열다섯 살이 되어 그 아름다움과 재주가 가히 비길 데가 없는데, 백로와 만났던 일이며 백로가 준 백학선을 소중히 간직하며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 상서는 딸의 일을 모르고 당시 장안에서 제일 훌륭한 신랑감인 최국양의 자제에게 은하를 시집보내려 하는 참이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은하는 그날부터 식음을 폐하고 앓아 누웠으니, 조 상서가 근심하여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 열녀는 불경이부라 하오니, 저는 결단코 다른 가문을 섬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 소년 선비는 신의가 있는 사람으로 반드시 저를 찾을 것이옵니다." 은하의 이와 같은 말에 조 상서는 최국양에게 그 뜻을 전하였는데, 최국양은 이를 괘씸히 여겨 장차 복수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오랑캐를 무찌르라는 명을 받은 최국양이 전장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부하인 형주 자사에게 조 상서의 딸과 자신의 아들과의 일을 말하며 조성노를 잡아들이고 죄를 씌워 딸을 노비로 만들라고 지시하였다. 이때 하황현의 현령이 전홍뢰라, 조성노를 잡아들여 사실을 따지니, 조 상서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전홍뢰가 생각하기에도 죄라고 할 수 없었으므로 조 상서 일가에게 몸을 피해 야반도주할 것을 권했다.

은하를 찾으려는 일념에 고심하던 백로는 황제의 명으로 청주로 가게 되었다. 하황현에 이르니 전홍뢰는 백로의 외숙이었다. 외숙은 조카가 큰 병이 난 것을 알고 그 까닭을 물었다. 조카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전홍뢰는 조 상서 일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백로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남복을 한 은하와 조 상서 일가는 남경으로 도망하여 천신만고 끝에 기주 땅에 이르렀는데 노독에 지친 조 상서 부부는 그만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를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은하를 시비 춘랑은 점치는 사람에게 데리고 갔다. "안심하고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면 고목이 봄을 만나고, 차가워진 재가 다시 더워질 것이요, 만약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으면 16세에 만나지 못하면 20세가 되면 만날 수 있을 것이요."

은하가 점쟁이의 말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갑자기 관아에서 포졸들이 나와 다짜고짜 은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는 은하에게 기주 자사는 백학선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쳤다. 은하의 생각에 귀한 백학선을 탐내는 것이라 판단하고 거짓을 고하였다. "이 부채는 소생의 조부께서 동계 현령으로 계실 적에 서해 용왕이 꿈에 나타나서 준 보물이옵니다. 비록 천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은하의 말에 화가 난 자사는 은하를 옥에 가두었고, 은하는 백학선을 지키기 위해 시비에게 당부했다. "나는 백학선을 목숨 걸고 지킬 것이니 너희도 나를 도와 그것을 깊이 감추어라. 내가 만약 죽거든 백학선과 함께 부모님 곁에 묻어다오." 은하는 수 년째 감옥에 갇혀 이미 기력이 쇠하여 이 말을 하고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다.

기절을 한 은하의 혼이 유유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선계에 이르니, 그곳에는 고금에 으뜸가는 절부 열녀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 중 여왕은 요임금의 딸이요, 순임금의 아내인 아황과 여영이었다. "가련도 하구나, 낭자여. 그러나 일 년만 참고 견디면 고대하던 낭군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너에게 신통력을 주겠으니 훗날 반드시 쓸데가 있을 것이다."  여왕은 그러면서 은하에게 술 한 잔을 내렸는데, 그것을 마시니 몸이 가벼워지며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문득 은하가 주렴을 걷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다시 옥중이었다.

유 자사는 백학선을 찾지도 못하고 옥중의 소년을 오래 붙잡아 둘 수도 없다고 생각하여 은하를 풀어주기로 하였다. 출옥한 은하는 유 한림을 찾으려고 청주로 향했으나 도중에 만난 사람에게 그가 다시 황성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한편 유한림은 은하에 대한 생각 때문에 병을 얻어 황제께 아뢰고 휴양하기를 청했는데, 황제는 오히려 그와 부친의 벼슬을 높여주고 황성으로 불러 올린 것이었다. 아들의 병이 자꾸 깊어감을 가슴 아파하던 유 상서는 고심 끝에 전홍뢰에게 도움을 청하였다가 은하와 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하려는 꾀를 낸 전홍뢰는 남경을 침범한 오랑캐를 무찌를 장수로 유백로를 천거하였다. 황제는 백로를 병부상서 진남대원수에 봉하였고, 백로는 위풍당당하게 전장으로 나아갔다. 그곳에서 은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서.

드디어 적과 맞선 백로의 관군들은 반 년이 지나도록 승패를 내지 못하는데, 옛날 앙심을 품은 최국양은 군량 보급도 끊어 버리며 백로를 괴롭혔다. 군량미가 끊긴 관군들은 여기저기서 죽어가고 그 틈을 탄 오랑캐의 괴수 가달은 승승장구하여 결국 백로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가달은 백로를 인질로 잡고 그가 마음을 돌려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한편, 은하는 황성으로 가던 중에 소주 땅에 이르러 용한 점쟁이를 만나는데, 그에게서 백로가 적장에게 잡혀 있다는 것과 그를 구한 사람은 아내 될 사람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은하가 다시금 힘을 내어 형주로 향하는데 한 곳에 이르니 아름다운 풍경이 은하를 잠시 머물게 하였다. 그런데 큰 바위 하나에 새겨진 글씨가 눈을 끌어 살펴보니 바로 유 원수가 자신을 만나지 못함을 한탄하고 새겨놓은 글씨였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그 충격으로 은하는 실신을 하고 말았다. 춘랑이 은하를 위로하며 그날 밤 묵을 주막을 찾아들었는데, 그곳에서 유 원수의 군대가 패하고 적장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주막집 주인은 과거 유 상서 댁 노복이라, 함께 슬퍼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부모께 자신의 편지를 전해줄 것을 청하였다.

한편, 유 상서 내외는 아들의 소식을 모르고 근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백로가 패하고 삼만 군대가 모두 죽었다는 소식이 황제께 전해졌다. 최국양은 황제께 가혹한 참소를 하였다. "이제 유백로가 패전하여 삼만 군병이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유백로 또한 도적에게 굴복하고 말았으니, 빨리 그 불충을 물어 유태종을 하옥하시고 그 가문을 적몰하옵소서."

유 상서 내외는 아들의 소식을 듣고 자결하려 하였으나 그 전에 이미 무사들이 들이닥쳐 가산을 몰수하고 유 상서를 옥에 가두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노복은 은하의 편지를 들고 어렵게 옥에 들어가 유 상서를 만났다. 은하의 편지를 읽은 유 상서는 안타까워했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을 은하에게 전하라고 일렀다.

노복의 말을 들은 은하는 이제 남은 길은 백로를 만나 함께 죽은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아내 될 사람이 그를 살릴 수 있다는 점괘를 생각해내고 생각을 바꾸었다. 은하는 황급히 황성으로 올라가 황제께 다음과 같은 표문을 올렸다.

"유백로의 처 조은하가 황제 폐하께 아뢰옵니다. 제 낭군 유백로는 충효의 자손으로 황명을 받고 전장에 나가 적을 맞아 싸웠나이다. 가달이 능히 대적치 못해 일년 동안을 대치하였는데, 마침 조정에 간신이 있어 군량미 조달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삼만 군병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나이다. 또한 백로는 지금 도적에게 잡혀 있지만 결코 무릎을 꿇지 않고 충절을 지키고 있으니, 이와 같은 충신이 또 어디 있겠나이까. 첩은 비록 여자이오나 저에게 군사를 주시면 가달의 항복을 받고 지아비를 구하여 돌아오겠나이다."

황제와 신하들이 모두 찬성하여 황제는 은하를 직접 불러들였다. 그리고 한낱 여자의 몸으로 어찌 대장군도 못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문하였다. 그러나 은하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 어찌 남녀가 있으며, 바위에 구멍을 뚫는 작은 송곳처럼 여자라고 해서 전장에 나가지 못할 것은 없다고 아뢰었다. 그러자 최국양이 결사 반대하는지라, 황제는 은하를 시험하기로 했다. 우선 병서에 대해 질문하니 막힘이 없고, 게다가 실전에는 더 뛰어나서 칼을 쓰는 솜씨가 일품이고, 힘 또한 장사였다.

이에 황제께서 옥잔에 향주를 부어 손수 내리시고, 황금 갑옷과 옥화궁과 금비전을 주시며 정남대원수에 봉하고 삼만 군대를 맡기었다. 은하는 출전에 앞서 최국양의 죄를 고하였다. 황제는 조 원수의 청대로 최국양의 두 아들을 잡아 남경으로 압송시켰다. 이는 민심을 진정시키려는 처분이었다. 조 원수는 두 아들을 죽여 지난번 숨진 삼만 군병의 넋을 위로하였고, 그 넋들은 조 원수를 도울 것을 맹세하였다.

이제 조 원수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출정을 준비하는데, 그때 하늘에서 선녀가 학을 타고 내려와 조 원수에게 이르기를, "그대의 사연이 절절하여 옥황상제께서 그대를 도우라 하셨소. 만일 싸움 중에 급한 일이 있으면 진언을 외치며 적진을 향해 백학선을 세 번 부치면 홀연히 오색 구름이 일어나며 조화를 부릴 것입니다.

드디어 출정한 조 원수와 명나라 군사는 뛰어난 계책으로 가달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가달을 사로잡았다. 백학선이 도움을 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승을 거둔 조 원수는 가달의 목숨을 구해주며 유 원수의 생사를 물었다. 그가 영창에 갇혀 있다는 말에 조 원수는 소년 장수를 보내 그를 데려오도록 명했다. 드디어 상봉하게 된 유백로와 조은하의 그 심정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장수들을 먼저 황성으로 올려보내고 그 동안 신세를 졌던 사람들을 만나 그 간의 회포를 풀었다.

승전보를 접한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유백로에게는 연왕을 봉하시고, 조은하에게는 정렬충의 왕비를 봉하셨다. 그리고 최국양을 저잣거리에서 허리를 잘라 죽게 하고 유백로의 부모를 석방하여 옛 벼슬을 다시 내리었다.

또한 황제께서는 두 사람의 혼례를 친히 주관하시니 두 사람의 정절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두 사람이 부모에게 효도하며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해로하니, 그 자식들이 한결같이 군자며 충신이었다.

연왕 부부가 80여 년을 해로하다가 어느 날 망월루에 올라 술잔을 기울이는데 하늘에서 문득 선동과 선녀가 내려와서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전하와 왕비를 하늘로 모셔가려고 왔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연왕 부부는 자식들을 불러놓고 이승에서의 인연이 다 되었음을 알리고 나라에 충성하며 친척간에 화목할 것을 당부하였다. 연왕 부부가 옥가마에 오르니 선동과 선녀가 시위하고 멀리서 그들을 맞이하는 옥저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그들은 신선이 되어 승천한 것이다.

blue56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