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                          - 작자 미상 -

◇ 소설 읽기   

  줄거리  

새로 부임하는 제주 목사(牧使) 김향(金鄕)은 배비장(裵裨將)에게 예방(禮房)의 임무를 맡기므로, 배비장이 제주도에 가서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고 아내와 굳게 약속하고 제주 목사를 따라 나섰다. 제주도에 도착하자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 장면이 벌어지는데, 정비장이 창고에 넣어둔 자신의 짐을 모두 주었지만 애랑은 정비장의 이빨까지 뽑게 만들었다. 서울을 떠날 때 아내에게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떠나온 배비장은 이 장면을 보고 정비장을 한껏 비웃으며, 애랑을 두고 배비장은 방자와 내기를 걸게 되었다. 그 이후로 배비장은 기생을 멀리하고 주석(酒席)을 피하며 오직 공사(公事)에 열중하고 여가에는 책을 읽으면서 지냈다.

이에 제주 목사는 배비장을 유혹하도록 제주 기생 애랑에게 명했고, 이러한 계교의 실행을 돕기 위하여 야외에서 봄놀이판을 벌였다. 목사 일행을 따라나와 따로 자리잡은 배비장을 애랑은 한라산 중턱에서 교태를 부리며 유혹의 손길을 뻗으며 교태를 부렸다. 이에 크게 마음이 움직인 배비장은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뒤쳐졌다가, 애랑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만다.

배비장은 방자를 매수하여 애랑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만날 기약을 얻어냈다. 배비장은 방자가 지정하는 개가죽 옷을 입고 애랑의 집을 찾아갔다. 배비장은 애랑의 집 담구멍을 간신히 통과하여 애랑을 만나는데 방자가 애랑의 남편 행세를 하며 들이닥치자, 배비장은 알몸으로 자루 속에 숨게 된다. 방자가 술을 사러 간다고 틈을 내준 사이에 배비장은 피나무 궤에 들어가서 다시 몸을 숨겼다. 방자가 돌아와서는 배비장이 숨어 들어가 있는 피나무 궤를 불을 질러 없애 버리겠다고 위협을 하다가, 다시 톱으로 켜는 흉내를 내면서 궤 속에 든 배비장의 혼을 빼놓았다. 그러다가 재수 없는 궤짝을 바다에 버려야겠다며 궤짝을 관청의 앞마당에 갖다 놓고서 이리 저리 흔들면서 뱃노래를 들려주니 배비장은 바다에서 정말로 죽는 줄로만 알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러다가 어느 사공이 배비장을 구해주는 척하면서 소금물이 짜니 눈을 꼭 감고 나오라고 하는 말에 배비장은 눈을 가리고 알몸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오다가 댓돌에 부딪쳐 제주 목사 이하 관속과 기생들에게 큰 망신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감상 및 해설  

「배비장전」은 판소리로 불리어진 '배비장타령'이 소설화된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작품이다. 판소리 열두 마당에 속하지만 고종 때의 신재효가 판소리 사설을 여섯 마당으로 정착시킬 때 빠진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미 '배비장타령'은 판소리로서의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신재효과 창작한 것으로 보이는 「오섬가」에 「배비장전」의 한 부분인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고, 또 배비장이 애랑에게 조롱 당하는 사실이 서술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이 시기까지 '배비장타령'은 부분적으로 불리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배비장전」은 판소리 소설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요점 정리  

● 갈래 : 고전소설, 풍자소설, 판소리계 소설

성격 : 풍자적, 해학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근원설화 : 발치설화, 미궤설화

● 주제 배비장의 이중성에 대한 풍자

● 인물

* 배비장 : 제주 목사를 따라 온 비장으로,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깨끗한 척하다가 기생 애랑에게 놀림을 당함.

* 애랑 : 제주 기생으로 제주 목사와 짜고 배비장을 놀림.

  생각해 보기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배비장전」은 조선후기에 유행한 작자 미상의 한글 소설이다. 일찍부터 판소리 <배비장타령>으로 불려오다가 소설화되었다. 먼저 판소리로 널리 불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이야기가 서민들의 정서에 잘 맞았음을 의미한다.

소설은 배씨 성을 가진 비장이 제주도에 도착하여 기생 애랑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와 함께 관료 사회에서 한 번은 거쳐야 할 신참례(新參禮) 문화가 중심을 이룬다. 평범하면서도 고지식한 배비장은 전임 비장이 애랑과의 이별을 안타가워하여 이까지 빼 주는 것을 보고 한심해 하면서 자신은 여자의 유혹에 절대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후에도 배비장은 술자리나 여자의 유혹을 멀리하면서 기존의 관행에 쉽게 휩쓸리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관리들의 미움을 산다. 드디어 목사 · 방자 · 애랑까지 합세한 배비장 곯려주기 계책이 추진된다.

어느 봄날 야외 놀이판에서 애랑의 교태에 반한 배비장은 꾀병을 핑계로 대열에서 이탈하고, 이후 방자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애랑과의 정분을 키워 간다. 급기야 애랑의 집까지 찾아가나 미리 계획을 꾸민 방자에 의해 혼비백산 쫓겨난다. 겨우 궤짝에 몸을 숨겼으나 목사와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궤짝은 동헌으로 운반되었으며, 알몸으로 궤짝에서 나온 배비장은 모든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다.

「배비장전」은 관료 사회의 야합상(野合相)을 소재로 관인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데, 시종 웃음을 선사하며 해학적으로 풀어 나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조선 후기 하급 관인의 위선적이고 호색적인 모습과 당시 관행으로 굳어진 신고식 문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배비장전」은 관료 사회의 말단 벼슬인 비장과 함께 방자 · 기생 등 사회의 하급 계층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소설의 친근감을 더한 점과, 조선 후기까지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했던 제주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한 점이 주목된다.

 

◆ 「배비장전」의 풍자성

비장이란 감사, 부수, 병사, 수사, 관외사신을 수행하던 조선시대 관원의 하나로 중간층 출신의 관원이다. 중간층 출신인 비장의 성격은 대체로 이중적인데, 그 전형을 바로 배비장에게서 볼 수 있다. 배비장은 상전으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지배층을 대변하여 그 법도와 위세가 당당하다. 하지만 제주 관기 애랑에게 매혹되어 방자에게 당하면서 그는 어리석은 인물로 부각된다.

배비장은 애랑과 방자의 꾐에 빠져 여러 가지 곤혹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해학과 풍자의 절정이다. 이러한 비장의 위선과 호색성은 비단 배비장 뿐 아니라 정비장도 마찬가지여서 비장 계급의 공통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비장의 이중성 가운데서도 서민성이 귀족성보다 강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그들이 중간 계층으로서 서민층에 영합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비장의 호색성은 곧 대중적 관심사이기도 한데, 이러한 애정 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적인 면에서 서민층과 통한다.

한편, 조선후기 평민 문학의 여인상으로는 정절의 표본인 성춘향과 돈만 알고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애랑을 들 수 있다. 춘향은 정조를 지키는 형이요, 애랑은 개방적인 인간형이다. 근대시민사회로 오면서 개방형인 애랑이 점차 부각된다. 또 방자는 풍자의 담당자인 동시에 부패 사회를 고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방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대개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또한 구성이 희곡적(극적)이다. 방자가 지배 계급의 위선적인 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서민들의 울분이 일시에 폭발하는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 후기의 풍자 문학은 방자 없이는 작중 인물을 구성할 수 없을 만큼 서민들의 숙원을 대변하는 중요한 임무를 지녔기 때문이다.

 

◆ 「배비장전」의 근원설화

1. 발치설화(拔齒說話)

계림촌에 한 기녀가 있어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장안에서 온 한 소년이 그를 몹시 사랑하였다. 그 기녀는 소년에게 "본래 가벌 있는 집안의 딸이었으나 몰락하여 기녀가 되었다가 비로소 남자를 만났다."고 하며 애교를 부리는 바람에 그 소년은 더욱 감동되었다. 그러다가 소년이 장안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기녀가 작별에 임하여 슬피 우는 바람에 소년은 곧 떠나지 못하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다. 기녀가 재물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소년은 모발을 끊어서 주었다. 기녀는 모발도 좋거니와 더 공실한 것을 원한다고 하였다. 소년은 이에 자신의 이빨을 빼어서 주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괴롭게 지내는데, 계림에서 상경한 사람이 있어 기생의 안부를 물어 보았더니, 작별한 후로 다른 남자와 잘 지낸다는 것이다. 크게 화가 난 소년은 창두를 시켜 이(齒)를 찾아오게 하였다.

이에 그 기녀는 박장대소하고 한 포대의 이빨을 던지면서,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남자들의 이를 뽑아 모은 것이라."
하였다.

 

2. 미궤설화(米櫃說話)

경차관이 경주에 부임하여 기생들을 요귀니 기물이니 하면서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에 기녀들이 경차관을 조심하게 되고 촌장도 경차관을 미워하였다. 촌장이 기녀를 보고, 경차관을 능히 속이면 큰 상을 주겠다고 하자 한 기녀가 자진해서 나섰다.

어린 기녀는 차관이 묵고 있는 객사의 소동(小童)과 짜고, 날마다 저녁이면 객사로 소동을 불러내어 이야기하곤 돌아갔다. 차관은 소동이 없는 사이에 찾아온 기녀를 불러들여 자기의 심정을 고백하며 같이 자자고 하자, 기녀는 그 차관을 꾀어 자기의 집으로 오라고 해서 옷을 벗고 같이 자려 하였다. 그때 문 밖에서 남자의 소리가 나므로 차관은 누구냐고 물었다. 기녀는 전 남편이라고 하면서, 성격이 사나우니 빨리 피신하라고 차관에게 말하였다. 차관은 숨을 데가 없었으므로 벌거벗은 채 궤 속에 들어가 숨고, 그 남자가 들어와서는 자신의 의복과 재물을 가지러 왔으니 궤를 내놓으라고 하였다. 기녀도 궤는 내것이라고 시비하다가 관가에 호소하기로 하고, 그 궤를 지고 관가로 가니 날이 새었다. 재판에서 판관은 궤를 톱으로 썰어서 반씩 나누어 가지라 하고, 사람을 시켜 궤를 썰게 하였다. 차관이 궤 속에서 톱소리를 듣고,

"사람 살리라."
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궤를 열어 보니 차관이었다고 한다.

blue56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