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색시

   본 문

옛날에 어느 곳에 한 노총각이 농사를 지으면서 홀로 살았다. 하루는 이 총각이 논에서 일을 하다가 자기의 앞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그 중에도 삼십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하고 가난한 생활을 계속하게 될 것이 무엇보다 슬픈 일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을고?"
하고 혼자 탄식하였다. 문득 어디서인지

"나랑 먹지, 누구랑 먹어!"
하는 것이었다. 총각은 소리 나는 쪽을 찾아가 풀포기를 헤쳐 보니 커다란 우렁이 한 마리가 있었다. 심상(尋常)한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는 그 우렁이를 가지고 돌아와 농 안에다 넣어 두었다.

 그 뒤부터 낮에 밖에서 일을 하다가 밥을 먹으려고 집에 와 보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쌀밥 한 그릇이 반찬과 함께 차려져 있었다. 총각은 누가 밥을 차려 놓은 것인지 궁금하였다. 그래 하루는 일을 나가는 척하고 부엌 한 구석에 키를 뒤집어 쓰고 숨어 있었다. 그랬더니 예쁜 색시가 방 안에서 나와 부엌으로 들어오더니 밥상을 고이 차려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총각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 안으로 쫓아 들어가 색시를 꼭 붙잡았다. 색시는 그를 말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원래 천상의 선녀로서 죄를 짓고 인간에 내려왔는데, 인연이 있어 당신에게 몸을 의탁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니 며칠만 기다려 주십시오. 때가 차지 않고 살게 되면 반드시 슬픈 이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총각은 그 며칠을 참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우렁이 색시에게 부부가 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하였다. 색시는 할 수 없이 그 날부터 같이 살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부부로서 아주 행복하게, 부지런히 일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가 갑자기 복통으로 들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 부득이 우렁이 색시가 대신 일을 하러 나갔다. 논 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고을 현관이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 우렁이 색시는 급히 근처 숲 속으로 피신하였다. 그러나 현관은 숲 속에서 나는 이상한 서광(瑞光)을 발견하고 역졸을 시키어 숲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라 하였다. 역졸은 숲 속에 숨어 있는 색시를 찾아 내어 현관 앞에 데리고 왔다. 색시의 미모에 혹한 현관은 강제로 우렁이 색시를 가마에 태워 데리고 갔다.

이 소식을 들은 농부는 급히 관가로 가서 아내를 내어 달라고 애걸복걸하였으나, 현관은 듣지 않았다. 불쌍한 농부는 죽어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다. 파랑새는 아침 저녁으로 관가를 바라보며 슬피 울었다. 그것을 아는 그 아내도 파랑새와 함께 울면서 음식을 전폐한 지 수 일만에 아름다운 정조를 지키다 죽었는데, 그녀는 참빗이 되었다고 한다.

   작품 정리

◆ 해설 및 감상

이 작품에는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등의 화소들이 서로 얽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야기 요소는 금기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불행한 결말에 이르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하지 말라'는 금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화를 금기설화라 한다. 설화적 금기의 근원은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도록 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설화의 주인공은 금기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따라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러나 설화에서는 대체로 금기가 깨어지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것은 금기가 깨어짐으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긴장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설화의 경우, 며칠만 참아 달라는 우렁이 색시의 간곡한 청을 노총각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상 세계에서 정해 준 금기를 어긴 것이다. 금기의 파기는 곧 '우렁이 색시의 피납 → 농부의 죽음 → 색시의 죽음'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면 금기의 파기가 곧 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조에 숨겨진 민중의 의식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인과 관계를 믿는 민족 정신의 표현이며, 인종(忍從)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사고 방식의 상징으로 보아도 큰 잘못은 아닐 듯하다.

또, 이 설화에 나타난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화소는 관탈민녀 설화로서의 <도미설화>를 연상케 하며, 지배층에 대한 피지배층의 불신을 표현한 것이다. 또, 이 설화에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신분의 여자의 결합'이라는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은, 우렁이 색시가 원래는 천상적 존재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우렁이 색시와의 혼인은 어렵게 살아가는 평민들의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이 설화는 평민들의 소박한 꿈이 지배자에 의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핵심 정리

1) 갈래 : 설화(민담)

2) 성격 : 변신설화, 금기설화, 관탈민녀설화, 구전설화

3) 주제 : 평민들의 소박한 꿈의 좌절

4) 의의 : 한국의 대표적 민담의 하나로 여러 가지 변이형이 있음.

5) 출전 : <한국 구비 문학 대계>

   생각해 보기

◆ 이 설화에서 우렁이 색시가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것이 지닌 의미

참빗은 여인들이 머리를 아주 정갈하게 다듬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도구이다. 그리고 우렁이 색시가 정조를 지키고 죽어 참빗이 되었다고 했다. 이것으로 보아 참빗은 여인의 정갈함, 정조 등을 상징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즉, 우렁이 색시가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것은 죽어서까지도 깨끗한 정조(순결성)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변신설화의 몇 가지 유형

 ♠ 비인간→인간 : 자연과 인간이 아직 분리되지 않았던 즉, 신화적 단계에서 인간이 자연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유형은 특히 건국 신화에 많이 나온다. 곰에서 변신한 웅녀나 개구리에서 변신한 금와왕, 알에서 태어난 주몽과 혁거세와 수로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화에서는 이들의 변신 과정에 신성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만큼 자연 상태를 신성시한 것이다.

 ♠ 비인간→인간→비인간 : 비인간적 존재가 외형으로만 인간이 된 후 인간과 결혼을 하지만 그 인연이 갖가지 원인 때문에 깨지고 말아 비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내용이다. 이것은 신화가 변형된 형태로 보이는데 자연과 인간이 이미 분리된 단계이기 때문에 비인간에서 인간으로 변신하려는 소망이 궁극적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우렁이 색시'나 '김현감호'의 변신이 여기에 해당된다.

 ♠ 인간→비인간 : 이 유형의 변신은 주로 전설에 많이 나타난다. 주인공들은 이승에서의 삶을 비극적으로 마친 후 꽃이나 돌, 뱀, 나비, 새 등이 되고 만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죽어서 돌이 된 '망부석 전설'이나 죽어서 나비가 된 '아랑의 전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