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설화                        -  태평어람 권 481.  -

◆ 본 문

 신라시대 어느 고을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의 성은 김가요, 이름은 방이라고 하였다. 조상 때부터 귀족이요, 겨레를 도와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케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훌륭한 사람이었다. 방이에게는 동생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 동생은 심술쟁이요, 욕심꾸러기였다. 하루는 방이의 아버지가 방이 형제를 불러 앉혀놓고,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한 쌍씩 주어 그것을 꺾도록 하였다. 둘이 다 쉽게 꺾어 보였다. 다음엔 두 쌍씩 주고 그것을 합쳐서 꺾으라고 말하였다. 방이 형제는 온 힘을 다하여도 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아버지는 정색을 하면서,

" 이것 보아라, 지금 너희가 각각 젓가락을 꺾어 보았는데, 한 쌍을 꺾을 때는 쉽사리 꺾였지만 두 쌍을 합쳐 꺾으려면 힘이 무척 들고 잘 부러지지 않는구나. 너희 형제는 내가 죽은 후에도 서로 힘을 합하여 서로 믿고 서로 도와 의좋게 살아가는 동시에 겨레와 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 " 하고 재산을 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준 후 돌아가셨다.

방이는 아버지의 유언을 잘 받들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였고,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동생을 위해 희생적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동생은 아버지의 유언이나 형의 착한 마음씨 같은 것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똑같이 분배받은 자기 형의 재산을 탐내어 매일같이 형한테 가서 이러쿵 저러쿵 조르고 못살게 굴어 방이의 재산을 거의 빼앗아 가고 혼자 호강스럽게 살아갔다.

방이는 동생한테 모든 재산을 다 빼앗기어 아주 구차스러운 가난뱅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동생을 미워하거나 탓하지는 않고 오히려 동생이라도 잘 사니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동생한테 가서 돈을 꾸어 달라기도 하고, 때로는 양식을 꾸어 달라기도 하였으나 그 때마다 거절당하고 도리어 자기 형 방이에게 욕을 하며, 자기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쫓아 보내기가 일쑤였다. 방이의 아내와 아들이며 딸들은 고생스럽고 궁색한 생활을 하였다. 그 고생스러운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저럴 수가 있느냐고 모두들 혀를 차면서 방이의 동생을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어느 해 초가을, 밭에 보리를 갈아야 할 터인데, 방이네는 보리씨가 한 톨도 없었다. 그렇다고 보리 종자를 살 돈도 없고, 그것을 꾸어 올 집도 없었다. 방이는 할 수 없이 염치를 무릅쓰고 동생네 집에 가서 " 동생! 보리가 없어서 밭에 종자를 뿌리지 못하고 있네. 미안하지만 보리 한 말만 꾸어 주면 내년 여름 보리 타작을 해서 열 말로 갚을 터이니 형을 살려 주는 셈 치고 좀 꾸어주게. 그 은혜는 잊지 않을 터이니---."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다. 동생은 여러 가지 트집을 잡더니 어떻게 생각하였던지 " 내일 식전에 오시오, 꾸어줄 테니. " 하고 내뱉듯 말하였다. 방이는 무척 기뻤다. 그래도 동생이 제일이고 세상에 형제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방이 동생은 보리섬을 마당에 헤쳐놓고 잘 영글지 않은 제일 나쁜 보리만을 골라 그것을 솥에 넣고 밤새도록 삶았다. 이른 새벽에 그 삶은 보리를 퍼서 물기가 없도록 말렸다. 그리고는 식전에 방이가 자루를 가지고 동생 집으로 왔을 때, " 형님 주려고 제일 좋은 보리만을 고르고 싹이 빨리 나라고 물에 담구어 놓았습니다. " 라고 하며 한 말을 가득 되어 주었다. 한결 즐거워진 방이는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동생의 고마운 처사를 말하고, 아이들은 모두 고마우신 작은 아버지라고 칭송을 하였다. 방이는 보리씨를 밭에 뿌리고 날마다 밭에 가서 살다시피 하였다. 하마 새들이 날아와 밭을 헤치고 귀중한 보리씨를 주워 먹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보리싹은 도무지 나지 않았다. 맹숭맹숭한 보리알 그대로이고 보리씨는 자꾸 썩어가기만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밭은 파랗게 무성한 보리가 물결치고 있었지만 방이네 밭에는 싹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 방이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밭 한가운데에 꼭 하나 보리싹이 움돋아 자라났다. 방이는 하는 수 없이 그 보리싹 하나를 위해 날마다 나와 지키고 있었다. 첫여름이 되어 이삭이 나오고 누릿누릿하게 익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노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보리 이삭을 전부 쪼아 먹었다. 방이는 울상이되었다. 동생의 보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갚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오느니 한숨 뿐이었다. 그러자,

" 방이야! 착한 방이야! 네 사정이 정말 딱하구나. 내가 몹시 배가 고파서 다 쪼아 먹었는데 어떻게 한담. 나를 따라 오너라. 그럼 좋은 수가 있을 거야. 빨리 따라와! " 하고 노랑새가 말하였다. 방이는 그 새를 따라 큰 바위까지 따라갔다. 큰 바위 밑 굴 속에서 빨간 옷을 입은 어린이가 금방망이를 가지고 나와서 방이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 방이야! 이 방망이로 땅을 치면 네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 "

하고는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방이는 배가 고파서 우선 금방망이로 땅을 치며 " 좋은 음식 나오너라. "하였더니 금방 맛있는 음식이 한 상 나왔다. 실컷 음식을 먹은 방이는 금방망이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다 마련하였다. 좋은 논과 밭도 많이 마련하고, 좋은 집도 짓게 되자 방이는 부자 소리를 들으며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불우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마을의 길도 고치며 개천에 다리도 놓고 자기 동생에게 신세진 것도 열 갑절 이상으로 갚았다. 그러나 이 일을 알 게 된 동생은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났다. 그래서 동생은 형 방이가 한 대로 흉내를 내어 자기도 금방망이를 하나 얻었다. 그러나 동생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무서운 짐승이 나타나 으르렁 대고 뱀이며 돌이며 잡초 같은 것만 나타나 해치려고 하였다. 마침내 방이 동생은 재산을 잃고 울화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방이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동생의 병 구완을 했다. 그때서야, 동생은 비로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며 형 방이에게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 후 방이 동생은 병이 나았고, 방이 형제는 서로 믿고 서로 사랑하며 힘을 합하고 도와 이웃을 잘 살게 하였으며,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 서라벌 겨레를 번영케 하고 삼국통일의 터전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 설화(민담)

◇ 성격 : 대립적 구조

◇ 주제 : 선한 삶을 권장, 인과응보

◇ 의의 : <흥부전>의 근원설화

◆ 작품 해설

신라 사람인 '방이'에 관한 설화로, 착한 방이는 보물 방망이를 얻어 잘되고 악한 동생은 형을 본뜨다 망했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신이담(神異談) 중 응보담(應報談)과 주보담(呪寶談)의 성격을 지녔고, '잘 될 만한데 못 되기'로 분류할 수도 있다.

9세기 중국문헌인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에 신라의 이야기로 소개되어 전하며, 그 뒤 <유양잡조속집> 권 1, <태평어람> 권 481 등에 거듭 수록되었고, 우리 문헌으로는 안정복(安鼎福)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 인용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구전되고 있다

이 설화는 <흥부전>의 근원 설화로 관심을 끌어왔는데, 형제의 선악이 반대로 나타나나 성공한 쪽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구조는 동일하다. 형과 동생 사이의 갈등을 통하여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한 설화이다.

◆ 더 읽을 거리

이 설화의 두 인물은 아래와 같이 대립적이다.

형(방이) -  가난함  -  착함  -  보은(報恩)

아우      -  부유함  -  악함  -  보수(報讐)

방이는 약자이며 선한 사람이어서 복을 받는 존재이고, 아우는 강자이며 악한 사람이어서 벌을 받게 된다. <흥부전>의 경우와 반대되는 구조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민담에서 강자는 악역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강자에 억눌려 사는 약자로서의 민중의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방이를 부자로 만든 금방망이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우리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일 것으로 생각된다. 민담에서 도깨비는 첫 어둠이 깔릴 때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잘 출현한다. 도깨비 중에는 무서운 것도 있지만, 아주 익살맞은 것도 있다. 때론 바보스런 도깨비도 있다. 착한 사람에게 재화나 좋은 운수를 안겨 주기도 하지만 나쁜 사람을 벌하는 정의의 도깨비도 있다.

이 설화에서도 착한 방이는 잘 살 게 해 주고, 욕심 많은 아우에게는 벌을 주는 역할을 도깨비가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도깨비는 민중의 소망을 대변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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