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놀음                     -중요 무형 문화재 제3호-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역사적 유래와 그 성격

삼국·고려·조선왕조로 이어진 우리의 민속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내용을 볼 때, 지금으로서는 조선 왕조 말기의 색채가 짙지만, 그것은 돌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큰 줄기의 내재적 자기 흐름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고구려에까지 소급되는 인형에 대한 문헌적 기록을 시작으로 하여, 그 후 어느 때부터 인형 놀음이 놀아졌느냐하는 실증적 기록을 떠나서 이 민족의 자생적 필연성에 의하여 발생한 정적 또는 동적 인형에 우리 나름의 토착적 민중의지가 첨가되어 발전되어 왔다. 그러는 과정에, 삼국시대 중엽 이후로부터 고려 초 이전에 걸치는 시기에 서역계의 인형 놀음이 중국을 거쳐 들어와 그것이 기존의 인형 내지는 인형놀음과 혼습되어 오늘날의 꼭두각시 놀음의 초기적 구성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그 후 이것은 민중의 모임이나 축제 등에서 놀아지다가, 점차 봉건적 지배체제의 중앙집권화에 따라, 고려 이후로는 지배계층과 피지배층간의 대립관계의 심화에 의하여 저항적 민중 연희로 발전하게 되고, 그 연희자 역시 더욱 철저한 유랑 생활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꼭두각시 놀음을 유랑예인집단 남사당패가 담당해 왔음은 이 인형극의 성격을 아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된다. 민중에 의한, 민중을 대상으로 한, 민중놀이집단의 놀이로서 이 인형놀음은 맥락을 이어오는 것이다. 이러한 민중 놀이 집단은 조선왕조에 들어와 지배계층으로부터의 더욱 심한 박해를 받기에 이르러 거의 조선왕조의 운명과 함께 쇠퇴하여 가고 만다. 간혹 일제치하 이후에도 잔존한 남사당패거리가 있었지만, 그들 역시 침탈자에 의하여 왜곡,변질되며 민중놀이로서의 성격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만다.

그 후 명맥마저 끊어지는 듯하다가 1960년대에 들어와 문화공보부 문화관리국에 의하여 꼭두각시 놀음이 중요 문화재 제3호로 지정됨을 계기로 지금은 <사단법인 민속극회 남사당>이 그의 전수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어원(語源)

꼭두각시 놀음은 일반적으로 <꼭두각시 놀음>, <박첨지 놀음>, <꼭두 박첨지 놀음> 등의 명칭으로 통용되기도 하며, 이 놀이의 연희자들은 실제로 <덜미>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남사당패의 6가지 놀이의 순서가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 놀음)' 등으로 짜여지는데, 그 마지막 순서로서 꼭두각시 놀음이 <덜미>로 나타나고 있다.

<덜미>란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하며, 실제 공연장에서 '덜미 놀자' ,'덜미 맞추자'라는 말이 상용어로 되고 있다. 꼭두각시 놀음의 인형을 담는 괴짝은 '덜미고리'이고 꼭두각시 놀음의 무대막은 '덜미 포장'이다.

<덜미>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꼭두>이다. <꼭두>,<꼭두패>, <꼭두 박첨지>, <꼭두잡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꼭두'에 각시가 합성하여 꼭두각시로 되었고, 뒤에 붙은 '놀음'은 '놀다'의 어간에 어미 '음'이 붙어서 명사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전체 구성 ⇒ 2마당 7거리

⑴ 제1마당 : 박첨지 마당

   ① 박첨지 유람 거리

   →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던 중 꼭두패의 놀이판에 끼여들어 구경한 얘기와 유람가 등을 부른다.

   ② 피조리 거리

   → 박첨지의 딸과 며느리가 뒷 절 상좌중과 놀아나다가 갑자기 나타난 홍동지에게 쫓겨난다.  홍동지도 뒤따라 퇴장한다. 박첨지가 다시 나와 딸과 며느리가 잘 놀던가를 '산받이'에게 묻자, 홍동지가 나타나 쫓겨 들어갔다고 하니, 괘씸한 놈이라며 잠시 들어가 혼내주고 나온다.

   ③ 꼭두각시 거리

   → '산받이'에게 자기의 큰 마누라 꼭두각시의 행방을 묻고 노래조로 부르자, 꼭두각시 나타나 보괄타령(영감타령)을 주고 받으며 즐기다가, 박첨지가 말하기를 그동안 혼자 살기가 어려워 작은 마누라(덜머리집)를 얻었다며 대면시키자, 두 여자의 싸움판이 벌어진다. 하는 수 없이 살림을 나눠주는데, 덜머리집에게만 후하게 하자 꼭두각시는 금강산으로 중 되러 가겠다며 퇴장하고, 박첨지는 오히려 잘 됐다며 덜머리집을 얼싸안고 퇴장했다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꼭두각시를 찾으며 울자, '산받이'가 왜 우느냐고 물으니 너무 시원해서 운다며 다시 들어갔다 오마고 한다.

   ④ 이시미 거리

   → 박첨지가 나와서, 중국에서 날라온 청노새가 우리 곳은 풍년들고 저희 곳은 흉년들어 양식 됫박이나 축내러 왔다고 알리며 퇴장하면, 이시미가 나타나 청노새를 비롯하여 박첨지 손자, 피조리, 작은 박첨지, 꼭두각시, 홍백가, 영노, 표생원, 동방석이, 묵대사 등의 순서로 나오는 족족 잡아 먹는다. 박첨지가 나와 산받이에게 앞서 나온 자들의 행방을 묻자, 이시미의 짖임을 알려주니 박첨지는 겁없이 곁으로 갔다가 박첨지마저 물린다. 이 때 홍동지의 등장으로 박첨지는 살아나고, 홍동지는 이시미 껍질을 팔아 옷 좀 해입어야겠다며 퇴장한다. 다시 나온 박첨지는 자기가 살아난 것은 홍동지의 덕이 아니고, 자기 명에 의한 것이라며 이시미를 팔아 부자가 되었을 홍동지를 찾아 내겠다며 퇴장한다.

⑵ 제2마당 : 평안감사 마당

   ① 매사냥 거리

   → 박첨지가 나와 평안감사의 출동을 알리고 큰일 났다고 퇴장하면, 평안감사 나타나 박첨지를 불러 치도(治道)를 잘 못 했음을 꾸짖고 매사냥 할 몰이꾼을 대라고 하자, 홍동지를 불러 매사냥을 한다. 꿩을 잡은 평안감사가 박첨지에게 꿩을 팔아오라 하며 떠나면 뒤따라 모두 퇴장한다.

   ② 상여 거리

   → 다시 박첨지가 나와, 매사냥을 하고 돌아가던 평안감사가 황주 동실령 고개에서 낮잠을 자다가 개미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죽어버려 이번에는 상여가 나온다며,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상여가 등장하고 박첨지가 상여 곁에 서서 대성통곡을 하자, 산받이가 그게 누구 상여인데 그렇게 슬피 우느냐고 물으면, 어쩐지 아무리 울어도 싱겁더라 하며 익살을 부린다. 다시 상주가 박첨지에게 길이 험하여 상도꾼들이 모두 다리를 다쳤으니 상도꾼을 대라 한다. 산받이가 홍동지를 부르자 역시 벌거벗고 나와 상주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상여를 메고 나간다.

   ③ 절 짓고 허는 거리

   → 박첨지가 다시 나와,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면서 명당에 절을 짓겠음을 알리고 들어가면 상좌 둘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한 채 짓고는 다시 그것을 완전히 헐어 버리고 들어간다.

                                               * 출처 : 심우성 편저 <한국의 민속극>  -창작과 비평사-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등장 인물 · 동물

[인형]

박첨지(노인, 주역이자 해설자를 겸함),  꼭두각시(박첨지의 본 마누라, 추녀),  홍동지(박첨지의 조카, 발가벗은 힘꾼),  덜머리집(박첨지의 첩, 작부 출신),  피조리(박첨지의 조카딸),  상좌(파계한 암자의 승려),  홍백가(붉고 흰 두 얼굴을 가진 남자),  표생원(시골양반),  묵대사(득도한 고승),  영노(걸신들린 요귀),  귀팔이(뜯기다 못하여 귀까지 나풀대는 백성의 한 사람),  평안감사(권력의 상징으로 내 세운 탐관오리),  작은 박첨지(박첨지 동생),  박첨지 손자(저능아, 3인),  상주(평안감사의 아들),  동방석이(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  잡탈(마을사람 남자, 3인),  사령(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과 상여장면에 나오는 관속, 3인),  상도꾼(평안감사의 상여를 맨 사람, 12인)

[동물]

이시미(용도 뱀도 아닌 상상의 동물),  매,  꿩,  청노새(곡식을 축내는 중국에서 온 해조(害鳥))

[기타]

절, 부처, 상여, 명정, 만사, 요령, 영기, 부채 등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내용상 특징

1. 박첨지 일가(一家)를 통해, 가부장적(家父長的)· 봉건적 가족제도에 대해 비판함.

2. 이시미를 통하여 민중과는 대립적 대상들을 희화적(戱畵的)으로 분쇄함으로써 오히려 적극성을 기함.

3. 봉건적 지배층을 매도함에 있어, 벌거벗은 홍동지를 등장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우스개거리'로도 보이게 하여 그에 따를 역공세를 상쇄시키고 있음.

4. 끝 거리에서 절을 짓고 축원을 올림으로써 불교에의 귀의를 뜻하지만, 결국은 다시 완전히 헐어냄으로써 역시 외래종교에 대하여서는 부정과 극복의 태도를 취함.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연희자(演戱者)

1. 대잡이 → 인형의 대를 직접 조종하는 사람

2. 산받이 → '산이 받이'로도 불리워지며, 실제 인형의 조종자는 아니지만, 모든 인형과의 대화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판소리에서의 고수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전체의 연출에까지 관여한다.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의 장단과 춤사위

1. 악기 구성 → 꽹과리, 북, 징, 장고, 날라리(때로는 피리) 각 한 개씩

2. 장단 → 염불, 타령, 굿거리 장단 등

3. 춤사위 → 주로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이루어지는데, 인형의 동작 부위가 거의 양손 뿐이어서 양손을 올렸다 내리며 상반신을 흔드는 것으로, 풍물놀이에서의 상체만으로 추는 '무동춤'과 유사하다.

   square35_blue.gif 꼭두각시 놀음 대본

제1마당 : 박첨지 마당
              ( 첫째, 박첨지 유람거리.   둘째, 피조리 거리.   셋째, 꼭두각시 거리.   넷째, 이시미 거리 )
  제2마당 : 평안감사 마당
              ( 첫째, 매사냥 거리.         둘째, 상여 거리.       셋째, 절 짓고 허는 거리. )

◈제1마당 : 박첨지 마당

   첫째,  박첨지 유람 거리   

[대잡이]

(안에서) 어허허 아헤헤.

[산받이]

어허허 아헤헤.

[박첨지]

(唱) 떼이루 떼이루 띠어라 따 떼이루 떼이루 떼아루 야하.

[산받이]

(唱) 떼이루 떼이루 띠어라 따 떼이루 떼이루 떼아루 야하.

[박첨지]

떼이루 떼이루 떼이루 야하, 떠어히 띠어라 따 떼이루 떼이루 떼이루 야하.

[대잡이]

(안에서 口吟 무용곡) 나이니 나이니 나이니 나이나, 나이나 나이나 나이나. (박첨지의 춤)

[박첨지]

(춤 멈추며) 에이헤헤 아헤헤.

[산받이]

에이헤헤 아헤헤.

[박첨지]

어흠 어흠, 아따 아닌 밤중 가운데 사람이 많이 모였구나.

[산받이]

아닌 밤중 가운데 사람이야 많건 적건 웬 영감이 남의 놀음처에 난가히 떠드시오.

[박첨지]

날더러 웬 영감이 난가히 떠드냐구.

[산받이]

그려

[박첨지]

허 허 허 내가 웬 영감이 아니라 내가, 살기는 저 웃녁 산다.

[산받이]

저 웃녁 산다는 걸 보니 한양 근처에 사는가 보네.

[박첨지]

아따 그 사람 알기는 오뉴월 똥파리처럼 무던히 아는 척하는구려.

[산받이]

알 만하지. 한양으로 일러도 八門안에 억만 가구가 다 영감네 집이란 말이여.

[박첨지]



 

아하 여보게 한양으로 일러도 팔문 안에 억만 가구가 다 내집일 리 있겠는가. 내 사는 곳을 저저히 일러줄 터이니 들어 보게. 저 남대문 안을 썩 들어 갔겄다. 一관헌 二목골 三淸洞 社稷골 五관헌 六曹앞 七관헌 八角재 구리개 十字街 갱병들이 萬里재 낙양자터 이화장터 호리대 골목을 다 제쳐놓고 아랫 벽동 웃 벽동 다 제쳐놓고 가운데 벽동 사는 朴閑良 朴主事라면 세상에 모르는 사람 빼놓고는 다 안다.

[산받이]
 

여보 영감 아랫 벽동 웃 벽동 다 제쳐놓고 가운데 벽동 사는 박한량 박주사라면 세상에 모르는 사람 빼놓고는 다 안단 말이요, 여보 영감 그게 다 입으로 일르는 말이요.

[박첨지]

그럼 너는 똥구멍으로 말했나.

[산받이]

그럼 여긴 무슨 사(事)로 나왔소?

[박첨지]

 

여보게, 내가 무슨 사가 아니여. 나는 부모 슬하에서 글자나 배우고 호의호식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셔 선산발치 뫼셔 놓고 고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례하고 발뒷굼치로 문을 닫고 마당 가운데 시기를 두고 팔도강산 유람차로 나왔네.

[산받이]

팔도강산 유람찰 나왔으면 어디 어디 다녔단 말씀이요.

[박첨지]

아 어디 어디 다닌 걸 일러 달라고.

[산받이]

그려

[박첨지]

아따 그 사람 똑똑히는 알려구 하네.

[산받이]

알라면 똑똑히 알아야지.

[박첨지]





 

내 그럼 다닌 곳을 똑똑히 일러줄께 들어봐라. 남대문 밖을 으쓱 나섰구나. 칠패 팔패 청패 배달이 애우개고개 신방뜰 남태령을 썩 넘어서니 갈 곳이 망연쿠나.
(唱) 죽장 짚고 망혜 신어라 천리강산을 구경가자. 전라도라 지리산이면 하동 섬진강 구경하고, 강원도라 금강산이면 1만 2천봉 구경하고, 함경도라 백두산이면 두만강수를 구경하고, 평안도라 묘향산이면 청천강수를 구경하고, 황해도라 구월산이면 성지 불상을 구경하고, 충청도라 계룡산이면 공주 금강을 구경하고, 경기도라 삼각산이면 파주 임진강 구경하고, 그런 구경 모두 다 할려면 몇날이 될 줄을 모르겠네.

[산받이]

아 여보 영감 뭐 어디 어디 다녔나 일러보라고 했지 누가 소리 하라고 했나.

[박첨지]



 

어허 참 그렇군. 늙으면 죽기 마련 잘했지. 아하 여보게 팔도강산을 낱낱이 다니다가 청산은 조비절이요 만경은 인적멸하니 늙은 사람이 눈 어둡고 다리 아프고 길 갈 수가 있던가. 아 그래 저 건너 여인숙에 들어가 진지 한상 차려 잡숫고 목침을 돋우베고 가래침을 곤돌리고 길다란 담뱃대 불 다려 물고 가만히 누웠노라니까, 어디서 뚱뚱 소리가 나고 그저 어린아이들은 이리 가도 수근수근 저리 가도 재깔재깔하여 그래 내 한번 아이들한테 물어 봤지.

[산받이]

여보 영감 남의 애를 물었으면 아프다고 하지 않어.

[박첨지]

야야 이 미련한 사람아, 내가 남의 애기를 아 하고 입으로 문게 아니여. 말로 물어 봤단 말이여.

[산받이]

난 또 입으로 물었다는 줄 알았지.

[박첨지]

 

그러니까 그 애들 하는 말 좀 들어보게. 늙은 영감이 종일 길이나 오셨으면 잠이나 처자빠져 잘 것이지, 다급에도 참여 서급에도 참여, 에이 심한 개 영감이라고 하잖나. 그래 내가 노염이 더럭 났지. 그래 내 한번 나무랬지.

[산받이]

뭐라고 나무랬나?

[박첨지]

유식하게 나무랬네.

[산받이]

어떻게?

[박첨지]
 

아 나도 한강수 거슬러 떠 먹는 박한량 박영감으로 남의 애를 욕할 때 유식하게 했겠지 어디 무식하게 했겠나.

[산받이]

그래 어찌 어찌 나무랬나?

[박첨지]
 

얘얘 이놈들아, 네 애비 똥구멍하고 니 에미 똥구멍하고 딱 붙이면 양 장구통이 될 놈아, 그랬지, 허허허.

[산받이]

거 참 점잖게 나무랬네.

[박첨지]
 

허허 그랬더니 어린애들 하는 말 좀 들어봐. 영감이 노여워 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 일러드릴 걸 그랬습니다 그려, 하잖나.

[산받이]

그래서.

[박첨지]
 

그 무얼 그러느냐구 하니까, 아 저 서울 꼭두패가 와 노는데 구경이 좋으니 갈려면 가십시다, 아 그래서 내 구경을 나왔네.

[산받이]

아 영감, 구경을 나왔으면 그냥 나오진 않았을 거고 돈 갖고 나왔겠지요?

[박첨지]
 

여보게, 거 무슨 소리여. 항차 시골에 계신 양반도 뒷간 출입을 할려면 엽전 7푼은 가지고 가는데, 적어도 한강물 거슬러 떠 먹는 박영감으로 남의 노름처에 나올 때 돈 안가지고 나왔겄나.

[산받이]

그럼 얼마 가지고 나왔나?

[박첨지]

얼마?

[산받이]

얼마

[박첨지]

(唱) 얼마 얼마 얼마 얼마, 돈을 얼마 가지고 왔느냐고? 잔뜩 칠푼 가지고 나왔네.

[산받이]

돈 칠푼을 가져다 어디 어디다 썼나?

[박첨지]




 

돈 칠푼을 가져다 굿마당에 부닥티려 놓고 율속을 내려다보니 어여쁜 미동 애들은 장장 군복에 소란쾌자 남전대 띠를 띠고 오락가락 하는구나. 아 그래 겉은 내가 늙었어도 마음조차 늙었겠느냐. 아까 장구치는 사람 돈 만냥 주고 꿩매기치는 사람 만냥 주고 친구 만나 술잔 먹고 흙 쓰듯 물 쓰듯 창창 용지에 다 쓰고 오줌이 마려워 한쪽 구텡이에 가서 오줌을 누려니까 한쪽 주머니가 묵지근하여, 무언가 하고 꺼내서 헤어 보니 본전 돈은 칠푼인데 얼마나 늘었나 보니 삼칠은 이십일, 이십일만냥이 늘었구나.

[산받이]
 

아 여보 영감 본전은 칠푼인데 웬 돈이 그렇게 늘어, 영감 돈 쓰러 나온게 아니라 이곳 손님들 주머니 털러 나온 게 아니여.

[박첨지]

뭐뭐, 아 이놈아 그걸 말이라고 해. 이 사람이 늙은이 오라를 씨울려는구나.

[산받이]

아, 그러면 웬 돈이 그렇게 늘었소?

[박첨지]
 

이게 무슨 소리여, 지금 밤이 낮 같은 세상에 늙은 영감을 어떻게 못 죽여서 옥죄수 잠을 재울려고 그 따위 말을 하나.

[산받이]

그러면 돈 칠푼이 어떻게 그렇게 늘었소?

[박첨지]

 

여보게, 자네가 미련하여 돈 늘고 주는 속을 몰라. 천지하강하고지지생진하여 나는 짐승 알을 낳고 기는 짐승 새끼 치고 이화도화 만발할 제 자네나 내나 돈이 늘어야 먹고 살지 한푼이 한푼대로 있으면 무얼 먹고 살겠어.

[산받이]

거 입으로 하는 말이여.

[박첨지]

허 자넨 똥구멍으로 말하나?

[산받이]

난 똥구멍으로 말한다.

[박첨지]

아하 여보게 이건 모두 놀음판 몬지담이렷다.

[산받이]

허 재담이란 말이지.

[박첨지]

내 잠간 들어갔다 오겠네.

[산받이]

그러시오.

   둘째, 피조리 거리   

[박첨지]

아하 여보게 내 집에 들어갔더니 우리 두 살 반 먹은 딸 애기와 세 살 반 먹은 며늘애기 있지 않은가, 아 요것들이 꽃바구니를 사 달라네 그려.

[산받이]

여보 영감 두 살이면 두 살이고, 세 살이면 세 살이지 반 살이 웬거요?

[박첨지]

거 모르는 소리, 그건 윤달이 껴서 그러네.

[산받이]

그래서,

[박첨지]
 

꽃바구니는 무얼 할래, 그러니까 나물 뜯어다 아버님 진지상에 놓아 드릴 겁니다, 그러더니 요것들이 뒷산 상좌중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아, 부시럼이 났다네 그려.

[산받이]

아, 정이 들었단 말이지요, 그래서?

[박첨지]

요것들이 춤추러 나온다네.

[산받이]

나오라고 그러게.

          (박첨지 들어가고 피조리 상좌 나와 춤춘다)

[박첨지]

(안에서) 니나니 난실 나니네 난실, 니나니 난실 나니네 난실

          (홍동지 나와 모두 내쫓고 홍동지도 들어가면, 박첨지 다시 나와)

[박첨지]
 

아 여보게, 우리 두 살 반 먹은 딸하고 세 살 반 먹은 며늘애기 하고 뒷절 상좌중하고 춤 잘 추던가?

[산받이]

춤은 잘 추데만 웬 발가벗은 놈이 나와서 휘휘 둘르니 다 쫓겨 들어갔네.

[박첨지]

뭐 뭐 그 망할 자식이 또 나왔나 보네.

[산받이]

그게 누구여?

[박첨지]

우리 사촌 조카여.

[산받이]

저런 망할 영감, 사촌 동생이면 동생이지 사촌 조카가 어디 있어.

[박첨지]

아, 사촌 조카는 없나, 아 누님의 아들이 누구여?

[산받이]

누님의 아들이면 생질 조카지 누구여.

[박첨지]

생질 조카, 난 사촌 조카라구, 허허허 그놈 들어가서 좀 때려줘야겠네.

          (박첨지 잠시 들어갔다 나와서)

[박첨지]
 

여보게, 아 그놈을 내 들어가서 종아리를 때렸더니 아이고 할아버지 다시는 안 그럴래요, 하고 빌지 않어.

[산받이]

아 저런 망할 영감, 생질 조카는 뭐고 할아버지는 뭐여?

[박첨지]

아 참 그러네 그려, 내 잠간 들어갔다 오겠네.

   셋째, 꼭두각시 거리   

[박첨지]

아 여보게, 한 상 놀세.

[산받이]

그러세.

[박첨지]

자네 우리 마누라 못 봤나?

[산받이]

봤지. 며칠 전에 맨발로 옷도 남루하게 입고 가는 것을 보았소.

[박첨지]

그게 정말인가?

[산받이]

정말이고 말고, 저 산모퉁이를 울면서 가는 것을 보았네. 불쌍해서 못 보겠네.

[박첨지]
 

여보게 내가 우리 마누라 나간 지가 수십 년이 되어 우리 마누라를 찾으려고 방방곡 면면촌촌 참빗 새새 다 찾아 다녀도 마누라를 못 보겠네. 혹시 이런 데 없나 한번 불러 보겠네.

[산받이]

어디 불러 보게.

[박첨지]

그럼 불러 보겠네.  (唱) 여보 할멈 할멈!

[꼭두각시]

(唱) 여보 영감 영감!  (꼭두각시 나와서) (唱) 영감을 찾으려고 一元山 가서 하루 찾고, 二江景에 이틀 찾고, 三浦州 가 사흘 찾고, 四法聖 가 나흘 찾고, 五江華에 닷새를 찾아도 영감 소식을 몰랐는데, 어디서 영감 소리가 나는 듯 나는 듯 하구려, 여보 영감 영감!  

 [박첨지]


 

(唱) 저리 저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거기 누가 날 찾나 거기 누가 날 찾나 날 찾을 이 없건마는 거기 누가 날 찾나, 지경성지 이태백이 술을 먹자고 날 찾나, 거기 누가 날 찾나 거기 누가 날 찾나, 상상봉 네 노인이 바둑을 두자고 날 찾나 날 찾을 리 없건마는 거기 누가 날 찾나, 여보게 할멈 할멈!

[꼭두각시]

(唱) 여보 영감, 영감.

[박첨지]

(唱) 만나보세 만나를 보세.

[꼭두각시]

(唱) 만나봅시다, 만나봅시다.

[박첨지]

아고 할멈이오.

[꼭두각시]
 

아이고 영감이요, 여러 해포만이구려. (唱) 잘 되었소 잘 되어고도 잘 되었소 영감 꼴이 잘 되었소. 정주 탕관은 어디다 두고 개가죽 감투가 웬말이오?

[박첨지]

 거 다 할멈 없는 탓이오.

[꼭두각시]
 

 (唱) 달 되고도 잘 되었소. 영감 꼴이 잘 되었소. 청사 도포는 어디다 두고 광목 장삼이 웬말이오?

[박첨지]

 그도 다 할멈 없는 탓이오.

[꼭두각시]
 

 여보 영감, 젊어 소싯적에는 어여쁘고 어여쁘던 얼굴이, 네에미 부엉이가 마빡을 때렸나 웬 털이 그렇게 수북하오.

[박첨지]

 야 야 이 이거봐, 사내 대장부라 하는 것은 위엄주세가 우굿해야 오복이 두리두리한 거여.

[꼭두각시]

 오복, 육복이라 하시요

[박첨지]

 육복 칠복은 어떻고.

[꼭두각시]

 칠복 팔복이라 하시요

[박첨지]

 

 야야 이년 복타령 하러 나왔냐, 야 야 이년아 너도 젊어 소싯적에 어여쁘고 어여쁘던 얼굴이 율목이가 마빡을 때렸나, 우툴두툴하고 땜쟁이 발등같고 보리 먹은 삼닢같고 비트러지고 찌그러지고 왜 그렇게 못생겼나?

[꼭두각시]
 

 여보 영감 그런 말 마소. 영감을 찾으려고 방방곡곡 얼게빗 참빗 새새 다니다가 먹을 것이 없어서 저 강원도 괴미탄에 들어가서 도토리 밥을 먹었더니 얼굴이 요렇게 되었소.

[박첨지]

 

 아따 그년 능글능글하기도 하다. 야야 이년아 내 말 들어봐라. 너는 빤들빤들한 도토리밥을 먹어서 그러느냐, 나는 이 앞들에 세모나고 네모난 메밀로 국수만 눌러 먹어도 얼굴만 매끌매끌하다.

[꼭두각시]

 여보 영감 오랜만에 만나서 싸우지만 말고 같이 들어갑시다.

[박첨지]

 야야 이리와, 자네가 나간 지 수십 년이 되어서 늙은 내가 혼자 살 수 있던가, 그래 내 작은 집을 하나 얻었네.

[꼭두각시]

 옳지 옳지 내 알았소. 영감이 나 간 뒤로 알뜰살뜰 모아가지고 작은 집을 한칸 샀단 말이지요.

[박첨지]

 왜 기와집은 안사고, 이 늑대가 할켜갈 년아.

[꼭두각시]

 그럼 뭐 말이요?

[박첨지]

 그런 게 아니라 작은 마누라를 하나 얻었단 말이다.

[꼭두각시]

 옳지 옳지 내 알았소. 내가 갔다 돌아오면 김장 할려고 마늘을 몇 접 샀단 말이죠.

[박첨지]

 왜 후추 생강은 어떻고, 우라질 년아.

[꼭두각시]

 그럼 뭐 말이요?

[박첨지]

 자 자 이리와, 작은 여편네는 아느냐?

[꼭두각시]

 옳지 옳지 내 알았소. 내가 가면 영영 안 올 줄 알고 작은 여편네를 하나 얻었단 말이죠?

 [박첨지]

 아따 그년 이제 삼일 강아지 눈 뜨듯 하느냐?

[꼭두각시]

 여보 여보 기왕지사 그렇게 되었으면 작은 마누라 생면이나 시켜 주시요. 인사는 시켜 줘야죠

[박첨지]

 아 하 이 꼴에 생면을 시켜 달라네.

[산받이]

 암요, 시켜 주셔야죠. 개천에 나도 용은 용이요 짚으로 만들어도 신주는 신주법대로 있지 않소.

[박첨지]

 그럼 생면을 시켜 줘야 하나?

[산받이]

 시켜 줘야지.

[박첨지]

 그럼 생면을 시켜 줄 테니 저리 돌아섰거라.

[꼭두각시]

 왜 돌아서라 그러우.

[박첨지]

 옮는다 옮아.

[꼭두각시]

 뭐가 옮아?

[박첨지]
 

 얼굴 옮는다 말이여, 저리 돌아서. 이 쪽을 돌아보면 안 돼. 생면을 시켜 줄 테니 정신차려 받어라.

[꼭두각시]

 무슨 인산데 정신차려 받으라오?

[박첨지]

 

 벼락 인사다. 벼락인가, 용산 삼개 덜머리집네 거드럭 거리고 나오는구나. 아이구 요걸 깨물어 먹을까 요걸 꼬여 찰까. 그저 그저, 야 야 이거봐 저기 큰마누라가 돌아왔네, 인사 해야지. 응 그렇게 돌아서면 되나 어서 가서 인사 해여.

            (덜머리집 꼭두각시 서로 받으며 싸우면 박첨지 말린다)

[꼭두각시]

 아이구 아이구 여보 무슨 인사가 이런 인사가 있소. 인사 두 번하면 대가리가 빠개지겠소.

[박첨지]

 그러기에 정신차려 받으라고 했지, 그 인사가 바로 벼락 인사다.

[꼭두각시]

 이러고 저러고 내사 싫소, 이꼴 저꼴 다 보기 싫소, 세간이나 갈라 주오.

[박첨지]

 니가 뭘 해서 세간을 갈라 달라느냐 응.

[꼭두각시]

 내가 젊어 소싯적에 방아품 팔고 바느질품 팔어 이 많은 재산 장만한 게 아니요.

[박첨지]

 아 하 여보게 아 이년이 세간을 갈러 달라네.

[산받이]

 그럼 갈러 줘야지, 은행 저울로 단 듯이 똑 같이 갈러 줘야지.

[박첨지]





 

 그럼 갈러 주지. (唱) 세간은 논는다 세간을 논는다 온갖 세간을 논는다, 오동 장롱 반다지 자개 함롱 귀다지 그건 모두 작은 마누라 갖고, 큰 마누라는 뭘 줄까 큰 마누라는 뭘 줄까, 큰 마누라 줄 게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서 부러진 소반 깨진 바가지 뒤곁으로 돌아가서 깨진 매운독 부적가리 그건 모두 큰 마누라 갖고, 온갖 전답을 논는다, 온갖 전답을 논는다, 앞 뜰 논도 천석지기 뒷 뜰 논도 천석지기 개똥밭 사흘까리 그건 모두 다 작은 마누라 갖고, 큰 마누라는 뭘 줄까 큰 마누라는 줄 게 있다, 저 건너 상상봉에 묵은 밭 서되지기 그건 모두 큰 마누라 가지고, 갈 테면 가고 말 테면 말어라.

[꼭두각시]
 

 여보 여보 이꼴 저꼴 다 보기 싫소, 난 강원도 금강으로 중이나 되러 갈라오, 노자돈이나 좀 주시오.

[박첨지]

 뭐 뭐 어떻게 해, 아 여보게.

[산받이]

 왜 그러나.

[박첨지]

 저년이 강원도로 중 되러 간다고 노자돈을 달라네.

[산받이]

 줘야지.

[박첨지]

 아 줘야 하나, 얼마나 주랴.

[꼭두각시]

 주면 주고 말면 말지 돈 천냥이야 안 주겠소.

[박첨지]
 

 하, 이년 털도 안난 것이 말은 푸짐하구나. 이년아 어디 가서 아무도 모르게 3천냥을 가지고 오면 내가 2천냥은 뚝 떼어 쓰고 돈 천냥은 광고 써 붙여서 보낼 테니 갈려면 가고 말 테면 말어라.

[꼭두각시]
 

 난 이꼴 저꼴 다 보기 싫소. (唱) 나 돌아가오 나 돌아가오 나는 싫소 나는 싫소 나 돌아가네 나 돌아가네.

[박첨지]

 

 잘 돌아가거라 잘 돌아가거라. 가다가 개똥에 미끄러져 쇠똥에다 코나 박고 뒈져라. (꼭두각시 돌아가면 덜머리집에게) 야 야 이것봐, 이젠 큰 마누라도 갔으니 너하고 나하고 둘뿐이여. 자 자 들어가자. 손님들 손탄다 손타. (둘 퇴장했다가 박첨지만 나와서)

[박첨지]

 아 하 여보게 자네 우리 큰 마누라 어디로 가는지 보았나?

[산받이]

 보았네, 저 강원도 금강산으로 중 되러 간다면서 울면서 가데.

[박첨지]

 거 정말인가.

[산받이]

 정말이고 말고.

[박첨지]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산받이]

 여보 영감, 내쫓을 때는 언제고 찾을 때는 언제여, 울기는 왜 울어.

[박첨지]

 아 내가 울고 싶어 우는가. 우는 것이 아니여. 속이 시원해서 우네.

[산받이]

 에이 망할 영감.

[박첨지]

 허허 그런가. 나 잠깐 들어갔다 오겠네.

[산받이]

 그러게.

   넷째, 이시미 거리   

[박첨지]
 

아 하 여보게 우리 한상 놀세. 저 청국땅 청노란 새가 우리 곳은 풍년들고 저희 곳은 흉년들었다고 양식 됫박이나 축내려 나온다네.

[산받이]

그럼 나오라고 그러게 

             (새소리, 청노새가 나와서 까불면, 미리 나와 있던 용강 이시미가 잡아 먹는다.)

[박첨지손자]

우여 우여.

[산받이]

넌 누구여.

[박첨지손자]

내가 박영감 손자다.

[산받이]

왜 그리 오종종하게 생겼나.

[박첨지손자]

내가 나이 많아서 그렇다.

[산받이]

너 나이가 몇인데.

[박첨지손자]

내 나이 여든두 살

[산받이]

그럼 니 할애비는?

[박첨지손자]

우리 할아버지는 열두 살, 우리 아버지는 일곱 살, 우리 어머니는 두 살.

[산받이]

이 망할 자식.

[박첨지손자]

우여 우이여 애개개개. (이시미에게 잡혀 먹힌다)

[피조리]

우이여 우이여.

[산받이]

이건 누구여.

[피조리]

내가 비생이여.

[산받이]

야 기생이면 기생이지 비생은 뭐여.

[피조리]

참 기생이여.

[산받이]

너 그간 어디 갔나 왔니?

[피조리]

나 거울 갔다 왔어요.

[산받이]

서울이면 서울이지 거울이 뭐여? 그래 뭣 하러 갔었나?

[피조리]

권반에 갔다 왔어요.

[산받이]

고럼 너 소리 잘하겠다. 한번 해 봐라.

[피조리]

내가 소리하면 당신 똥구녁 쳐.

[산받이]

허 허 미친단 말이지. 그럼 한번 해 봐라.

[피조리]
 

그럼 할게요. (唱)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동지 섣달 꽃본 듯이 날좀 보소,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보내주, 우이여 우이여 아이구구---.

             (이시미에게 잡혀 먹힌다.)

[작은박첨지]

우이여 우이여.

[산받이]

건 누구여.

[작은박첨지]

내가 박첨지 동생이여.

[산받이]

그래 뭣하러 나왔나.

[작은박첨지]

오조밭에 새 보러 나왔네.

[산받이]

그럼 보게나.

[작은박첨지]

우이여 우이여 애구구-----

             (이시미에게 잡혀 먹힌다)

[꼭두각시]

우이여 우이여

[산받이]

건 또 누구여. 왜 그리 못생기고 비틀어지고 찌그러졌나.

[꼭두각시]

왜 내 얼굴이 어때서요. 이래 봬도 내 궁둥이에 건달만 졸졸 따라 다닙니다.

[산받이]

아이구 그 꼴에 건달들이 따라 다녀.

[꼭두각시]

내가 소리를 잘 하거든요.

[산받이]

그럼 어디 소리 한번 해봐라.

[꼭두각시]

한번 해 볼까요. (唱) 시내 강변에 고깔집을 짓고요 너하고 나하고 단둘이만 살잔다. 어랑 어랑 어허이야 어허이야 데헤이야 모두다 연이로구나, 애개개개----

             (이시미에게 잡아 먹힌다)

[홍백가]

우여 우여

[산받이]

이건 또 누구여?

[홍백가]

내가 외상 술값 잘 떼먹는 사람이다.

[산받이]

외상 술값을 어떻게 떼먹어?

[홍백가]

술집에 가 술을 잔뜩 먹거던. (홱 돌아서며) 내 언제 술 먹었나.

[산받이]

아 참 그렇군. 그래 그 붉은 놈은 ?

[홍백가]

남원 홍생원

[산받이]

흰 놈은?

[홍백가]

수원 백생원

[산받이]

아 그럼 홍백가란 말이지

[홍백가]

그렇지 수수 팥단지지.

[산받이]

그럼 애비가 둘이겠네?

[홍백가]

옛기, 이 사람 그럴 수야 있나.

[산받이]

그럼 여기 뭣 하러 나왔나?

[홍백가]

뭣 하러 나왔느냐고? 새 보러 왔네.

[산받이]

그럼 새나 보게.

[홍백가]
 

(唱) 청천강수 흐리고 나리는 물에 서상상 타고서 에루하 뱃노래 가잔다. 어허허 어허야 얼싸 암마 띠어라, 아이고----

              (이시미에게 잡아 먹힌다)

[영노]

비비골골 비비골골----

[산받이]

이건 또 누구여? 뭣이 이런 것이 있어.

[영노]

내가 배가 고파서 나왔다.

[산받이]

대관절 네 이름이 뭐냐?

[영노]

물 건너 온 영노다.

[산받이]

그래 배가 고프면 뭘 먹으러 나왔나.

[영노]

밥도 먹고 흙도 먹고 땅도 먹고 하늘도 먹고 너도 먹고 무엇이든지 먹는다.

[산받이]

늙은 것도 먹나?

[영노]

먹지.

[산받이]

늙은 걸 어떻게 먹어?

[영노]

늙은 건 맛이 더 좋아.

[산받이]

그럼 네 애비 애미도 먹니?

[영노]

에이 이 사람, 건 못 먹어.

[산받이]

왜 못 먹나?

[영노]

삼강오륜이 껴서 못 먹는다.

[산받이]

그럼 너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

[영노]

비비골골 애고고----

              (이시미에게 잡아 먹힌다)

[표생원]

우이여 우이여.

[산받이]

그건 또 누구여?

[표생원]

내가 해남 관머리 사는 표생원이다.

[산받이]

그럼 여기 뭣하러 나왔나?

[표생원]

오조밭에 새가 많아서 새 보러 나왔다.

[산받이]

그럼 새나 보게.

[표생원]

우여 우여 아구구.

             (이시미에게 잡아 먹힌다)

[동방석이]

어흠 어흠

[산받이]

건 누구요?

[동방석이]

내가 삼천년을 산 삼천갑자 동방석이다.

[산받이]

아 그럼 당신이 삼천갑자 동방석이란 말이지?

[동방석이]

그렇지요.

[산받이]

그럼 왜 나왔소?

[동방석이]
 

이리 저리 다니다 보니 이곳에 사람이 많아서 한번 나와봤지. 니 시조나 한 수 할까. (시조) 이나마 늙었으니 다시 젊어지지는 못하리로다. ----아야야-----

             (이시미에게 잡아 먹힌다)

[묵대사]

어흠 어흠

[산받이]

아 당신은 뭣하는 사람인데 눈을 딱 감고 나왔소.

[묵대사]

내가 뭣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 깊은 산에서 내려온 계명이 묵대사다.

[산받이]

그래 어쩐 일로 눈을 딱 감고 나왔소.

[묵대사]

내 눈을 딱 감고 다니는 것은 세상에 모두 고약한 것만 보여서 이렇게 감고 다니네.

[산받이]

여보시오 대사님, 여기는 신성한 곳이고 좋은 사람만 모였으니 한번 떠 보시오.

[묵대사]

그럼 당신 말이 좋아 한번 떠 보겠소. 뜬다 뜬다 떴다.

[산받이]

어디 떴소.

[묵대사]

아 그런가, 그럼 뜬다뜬다 떴다.

[산받이]

하 그렇게 좋은 눈을 가지고 왜 감고 다니셨소.

[묵대사]

아 하 여기는 좋은 분들만 계시니 내 눈을 뜨고 있어야겠소.

[산받이]

대사님 기왕 눈을 뜨신 바에야 춤이야 한상 추시오.

[묵대사]

허 내 회심가(때로는 염불)나 한 자락 부르지요.

            (회심가 또는 염불을 하는 중 이시미에게 잡혀 먹히기도 하나 때로는 살아 돌아가기도 한다)

[박첨지]

우 우 우 우여 우여, 아 여보게 우리 딸, 조카, 머슴, 손자, 새 보러 나왔는데 다 어디 갔나?

[산받이]
 

영감네 식구 새 보러 나오는 족족 저 용강 이시미가 다 잡아먹고 영감 나오면 마저 잡아 먹는다고 저 외뚝에 넙죽 엎드려 있소.

[박첨지]
 

뭐 뭐 뭐, 우리 식구 나오는 대로 용강 이시미가 다 잡아먹고 나 나오면 마저 잡아 먹는다고 외뚝에 넙죽 엎드려 있다고, 아이고 어디로 가나.

[산받이]

이쪽으로.

[박첨지]

저 물을 건너야 하나, 옷 좀 벗고, 엇차 벗었다.

[산받이]

어디 벗었어?

[박첨지]

내 마음으로 벗었지. 어 차거워 어차 거 워어리여.

             (박첨지 이시미를 보고 깜짝 놀라)

[산받이]

봤나?

[박첨지]

봤다.

[산받이]

얼마나 커?

[박첨지]

어찌 큰지 어찌 큰지 대단하더라.

[산받이]

얼마나 커?

[박첨지]

커다란 아주 커다란 미꾸라지 새끼만 하더라.

[산받이]

여보 미꾸라지 새끼만한 걸 보고 그래 놀래어.

[박첨지]

내가 놀랬나 겁이 나서 그랬지.

[산받이]

겁난 건 뭐고 놀랜 건 뭐여?

[박첨지]

그거 다 한 글자로 먹나?

[산받이]

한 글자로 먹지.

[박첨지]

그럼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산받이]

나 시키는 대로 하게.

[박첨지]

어떻게?

[산받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박첨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산받이]

발길로 차고,

[박첨지]

발길로 차고,

[산받이]

주먹으로 쥐어지르고,

[박첨지]

주먹으로 쥐어지르고,

[산받이]

대갈빼기로 디려받고,

[박첨지]
 

대갈빼기로 디려받고----뭐 뭐 뭐 네 애비 대가리 보고 대갈빼기라 하게, 네 집에 나같은 늙은이 하나도 없어?

[산받이]

영감님 같은 늙은이 우리집 마루 밑에 우굴우굴하오.

[박첨지]

뭐 뭐 뭐 어떡해, 저놈이 날 강아지로 알아, 이놈.

[산받이]

잘 몰랐소. 그럼 새로 시작하세. 그러면 머리로 디려 받고.

[박첨지]

머리로 디려 받고.

[산받이]

입으로 아 물고

[박첨지]

입으로 아 물고

[산받이]

마음을 준치 가시 같이 먹고 아무 말 말고 슬슬 가시오.

[박첨지]

암말도 말고 암말도 말고----

           (박첨지 이시미에게 물렸다)

[산받이]

잘 됐다.

[박첨지]

아이구 여보게 우리 조카 좀 불러주게.

[산받이]

산너머 진둥아

[홍동지]

(안에서) 똥 눈다.

[산받이]

야 이놈아 빨리 나오너라.

[홍동지]

(나오며) 어.

[산받이]

네 외삼촌이 저 용강 이시미에게 낯짝 복판을 물려서 다 죽어간다. 빨리 가봐라.

[홍동지]

뭐 우리 외삼촌이, 아따 그 망할 자식 잘 됐다.

[산받이]

야 이놈아 너 외삼촌을 보고 그러면 돼, 빨리 가봐라.

[홍동지]

이리로 가나, 이리?

[산받이]

이리는 전라도 이리여, 저리.

[홍동지]

저리?

[산받이]

그 쪽으로

[홍동지]

이 물을 건너야 하나?

[산받이]

건너야지.

[홍동지]

옷 좀 벗고, 벗었다.

[산받이]

야 이눔아, 어디 무슨 옷을 벗어.

[홍동지]
 

아주머니 바지 저고리를 입어서 그렇지. 아 차거워, 어 송사리 새끼들이 불알을 문다. (이시미에게 간다) 이 이게 뭐야.

[산받이]

그거다 그거.

[홍동지]

아 거 외삼촌이요.

[박첨지]

낼쎄.

[홍동지]


 

어 다 파먹고 퍽퍽한다. 외삼촌 내 말 좀 들으시오. 외삼촌이 한 살이오 두 살이오. 내일 모레 팔십을 넘어 사십줄에 들으갈 분이 그저 집안에서 애나 보고 나락 멍석에 새나 보고 계시면 오뉴월 염천에 솜바지 저고리 벳길기요, 그저 잔치집이라면 오르르, 제사집이라면 쪼르르, 딸랑하면 한 푼, 바싹하면 한 되, 에이 심한 개 영감.

[박첨지]

할 말 없네. 살려 주게.

[홍동지]

어 할 말 없다고 살려 달라네.

[산받이]

암 살려주고 봐야지.

[홍동지]

그럼 살려 놓고 봐야 하나. 어리치 어리차. (이시미와 싸워 이긴다)

[산받이]

야 이놈아 죽었다.

[홍동지]
 

야 거 떨어졌구나, 야 그놈 참 대단하구나. 저놈 벗겨서 야광주 빼 가지고 인천 제물에 가 팔아가지고 옷 좀 해입고 부자 좀 돼야겠다.(퇴장)

[산받이]

그럼 그래라.

[박첨지]

아하 여보게 나 살 뻔했다.

[산받이]

살 뻔한게 뭐여 죽을 뻔했지.

[박첨지]

아참 죽을 뻔했다. 우리 조카놈 어떻게 됐나.

[산받이]
 

영감 조카는 용강 이시미를 때려 잡아 야광주 빼어 팔아 인천 제물 가서 큰 부자가 되어 잘 산다네.

[박첨지]

아 그놈이 그걸 잡았나. 그놈 참 일곱 동네 장사지. 내가 그놈 걸 죄다 뺏어야겠다.

[산받이]

아 여보 영감.

[박첨지]

왜 그려.

[산받이]

살려준 공으로도 뺏어서야 되나.

[박첨지]

아니 그놈이 날 살렸나, 내 명이 길어서 살았지.

[산받이]

이 사람아 그러면 되나, 어서 들어가서 따뜻이 막걸리나 한사발 받어 주게.

[박첨지]

아 그러면 내 그러겠네.

 ◈ 제2마당 : 평안감사 마당

   첫째, 매사냥 거리   

[박첨지]

아하 여보게 큰 일 났네.

[산받이]

뭐가 또 큰 일이여.

[박첨지]

평안감사께서 거동하신다네.

[산받이]

거 참 큰 일이구나.

             (박첨지 퇴장, 평안감사 등장)

[평안감사]

박가야 망가야

[박첨지]

아 여보게 누가 날 찾나

[산받이]

평안감사께서 찾네.

[박첨지]

(가까이 가서) 네 대령했습니다.

[평안감사]

네가 박가냐.

[박첨지]

네 박간지 망간지 됩니다.

[평안감사]

너 박가거든 듣거라, 길 치도를 어느 놈이 했느냐? 썩 잡아 들여라.

[박첨지]

예이. 여보게 큰 일 났네.

[산받이]

왜 그려.

[박첨지]

길 치도 한 놈 잡아들이라니 큰 일 났네.

[산받이]

아 잡아들여야지. 거 내게 메끼게.

[박첨지]

그러세.

[산받이]

야 진둥아.

[홍동지]

(안에서) 밥 먹는다.

[산받이]

밥이고 뭐고 홍제났다. 빨리 오너라.

[홍동지]

(뒤통수부터 나온다) 왜 그려.

[산받이]

이놈아 거꾸로 나왔다.

[홍동지]

(돌아서며) 어쩐지 앞이 캄캄하더라. 그래 왜 불렀나.

[산받이]

너 길 치도 잘 했다고 평안감사께서 상금을 준단다. 빨리 가봐라.

[홍동지]

그래 가봐야지. (가까이 가서) 네 대령했습니다.

[평안감사]

네가 길 닦은 놈이냐.

[홍동지]

예이.

[평안감사]

사령.

[홍동지]

네이.

[평안감사]
 

너 저놈 엎어놓고 볼기를 때려라. 너 이놈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길래 말다리가 죄다 부러졌느냐?

             (사령이 볼기를 때리려 대든다)

[홍동지]

네 네 잘못했습니다. 그저 그저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평안감사]

이번만은 그럼 용서하겠다. 썩 물러 가거라.

            (홍동지 방구를 뀌며 들어가고 평안감사 퇴장하는 듯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

[박첨지]
 

아 하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행차를 띠우시려다가 산채를 보시고 꿩이 많은 듯해서 꿩사냥을 나오신다네.

[산받이]

나오라고 그러게.

[대잡이]

(안에서) 평안감사 매사냥.

[산받이]

평안감사 매사냥.

[대잡이]

(안에서) 감사 감사 매사냥.

[산받이]

감사 감사 매사냥.

[평안감사]

박가야 망가야.

[박첨지]

거 누가 날 찾나.

[산받이]

평안감사께서 찾네.

[박첨지]

(가까이 가서) 네이.

[평안감사]
 

네가 박가냐? 박가면 말 들어라. 내가 산채가 좋아 꿩이 많을 듯해서 꿩사냥을 나왔으니 몰이꾼 하나 빨리 사들여라.

[박첨지]

네,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꿩사냥하신다고 몰이꾼 하나 사달라네.

[산받이]

영감은 저쪽에 가서 망이나 보오, 내가 하나 사들이지, 얘 산너머 진둥아.

[홍동지]

(안에서) 똥 눈다.

[산받이]

어서 빨리 나와.

[홍동지]

뭐라구?

[산받이]

너 삼시나 사시나 먹고 놀지만 말고 평안감사께서 몰이꾼 하나 사달래니 품팔이 가거라.

[홍동지]

얼마 준대.

[산받이]

만냥 준단다.

[홍동지]

가봐야지. (가까이 가서) 예이.

[평안감사]

빨가벗은 놈이냐.

[홍동지]

내가 빨가벗은 놈이 아니라, 아주머니 바지 저고리를 입었소.

[평안감사]

그놈 곁말을 쓰는구나. 너 이놈아 싸리밭에 쐐기가 많다. 네 재주껏 튕겨봐라.

       (홍동지가 박첨지의 이마를 들이받으며 꿩 튕기는 시늉을 한다. 매, 꿩, 몰이꾼, 포수가 꿩사냥을 한다)

[평안감사]

박가야

[박첨지]

누가 또 찾나.

[산받이]

평안감사께서 몰이꾼을 잘 사서 상금 준다니 빨리 가 봐라.

[박첨지]

예 박간지 망간지 갑니다.

[평안감사]
 

박가면 말 들어라. 네가 몰이꾼을 사주어서 꿩은 잘 잡았다만 내려갈 노비가 없으니 빨리 꿩 한 마리를 팔아들여라.

[박첨지]

네 벌서 환전 백쉰냥 푸기기 전으로 부쳤으니 어린 동생 앞세우고 살짝 넘어가시오.

[평안감사]

오냐 잘 있게.

[박첨지]

아따 상냥하기는 더럽게 상냥하다.

           (평안감사의 뒤를 따라 박첨지도 퇴장)

  둘째, 상여 거리   

[박첨지]

쉬이, 여보게 큰 일 났네.

[산받이]

뭐가 큰 일 나.

[박첨지]
 

평안감사가 꿩을 잡아 내려가시다가 저 황주 동설령 고개에서 낮잠을 주무시다가 개미란 놈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직사하고 말었다네.

[산받이]

그럼 상여가 나오겠군.

[박첨지]

그려

          (상여소리) 어허 어허이야 어허 어허이야 어이나 어허 어허이야
          (상여가 나오자 박첨지도 따라 나와)

[박첨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산받이]

여보 영감.

[박첨지]

엉.

[산받이]

그게 누구 상연데 그렇게 우는 거여.

[박첨지]

아니 이게 우리 상여 아닌가?

[산받이]

망할 영감, 그게 평안감사댁 상여여.

[박첨지]

아 난 우리 상연 줄 알았지. 그러기에 암만 울어도 눈물도 안나오고 어쩐지 싱겁더라.

[산받이]

어이 먹통 영감탱아.

[박첨지]

 

아차 여보게 상여 구경 좀 해야겠다. 어허 잘꾸몄다 잘 꾸몄어. 평안도 대처는 대처로구나. 유문내들이 겹상여에다 엽전 칠푼은 잔뜩 들었것다. 아따 냄새 더럽게 난다. 방귀를 안 뀌고 뒈졌나. 아 여보게 만사 있나.

[산받이]

암 있지.

[박첨지]

어디.

[산받이]

저 앞에.

[박첨지]

아 저기 있구나. 허이 허이. (읽는 시늉) 하 하 하.

[산받이]

왜 웃어.

[박첨지]

아니 만사를 보니 무명학생부군지구라 했네.

[산받이]

아 임자없는 상여란 말이여, 저기 상제님 계시는데 경칠랴고.

[박첨지]

뭐 뭐 상주가 있어.

[상주]

야 야 네 이놈 뭐라고 했지?

[박첨지]

네 네 그저 상여 잘 꾸몄다고 그랬습니다.

[상주]

그렇다면 모를까.

[박첨지]

우리 문상합시다.

[상주]

좋은 말씀.

[박첨지]

어이 어이 어이

[상주]

꼴고 내고 꼴고 내고.

[박첨지]

아 여보게 무슨 놈의 상주가 내가 어이 하면 아이고 아이고 하는 거지, 꼴고 내고가 뭐야.

[산받이]

아 쟁갭이를 몰라 그러네.

[박첨지]

암만 철을 모르기로서니 내 다시 한번 해 보겠네. 어이 어이.

[상주]

 

(장타령) 꼴고 내고---- 쓰르르 하고도 들어왔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돌아왔네, 여래 영덕 쓰러진 데 삼대문이 제격이요, 열녀 춘향 죽어가는 데는 가사낭군이 제격이요 껑실껑실 댕기다 미나리깡에 혼라당 매화가 뚝닥---

[박첨지]

별놈의 상주를 다 보겠네. 상제란 놈이 장타령을 때려 부시니. 에이 나 들어가겠다.

[상주]

박가야

[박첨지]

아니 비오는 날 나막신 찾듯 웬 박가를 찾나.

[산받이]

저 상제님이 길 치도 잘했다고 상급을 준다네. 빨리 가보게.

[박첨지]

네이

[상주]

네가 박가냐?

[박첨지]
 

에이 아니꼬워서. 뒷꼭지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박가야 망가야, 암만 도산지기를 보기로서니 박가야 망가야 ---- 네 박간지 망간지 됩니다.

[상주]
 

박가면 말 들어라. 평양서 상여 올라오신다고 소문 난 지가 수삼 일이 되었는데,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기에 상도꾼들이 다리를 죄 삐었으니 빨리 상도꾼을 사 들여라.

[박첨지]

허허 이게 상급인가, 아 여보게 상두꾼 다리가 삐었다고 상두꾼 하나 빨리 사들이라네.

[산받이]

내 사 줄테니 영감은 들어가오, 야 산너머 진둥아.

[홍동지]

(안에서) 똥 눈다. 밥 좀 먹고.

[산받이]

썩는다 썩어. 빨리 나오너라.

[홍동지]

어.

[산받이]

야 이놈아. 옆구리로 나왔다.

[홍동지]

어쩐지 가물가물하더라.

[산받이]

네 이놈 홍제 났다. 평안감사댁 상여 품 팔아라.

[홍동지]

뉘집 상여?

[산받이]

평안감사댁 상여.

[홍동지]

야 부자집 상여구나, 떡 있나?

[산받이]

떡 있지.

[홍동지]

술도 있고?

[산받이]

아 술 있지.

[홍동지]

곶감 대추도 있고?

[산받이]

있고 말고.

[홍동지]

빈대떡도 있어?

[산받이]

있어.

[홍동지]

개장국도 있고?

[산받이]

에이 이놈 개장국이 무슨 개장국이야.

[홍동지]

그럼 뭐 있나?

[산받이]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네.

[홍동지]

다 있어?

[산받이]

그려.

[홍동지]

그럼 상제님한테 문안드려야지.

[산받이]

암 그래야지.

[홍동지]

(가까이 가서) 문안이요.

[상주]

문 안이고 문 밖이고 웬 빨가벗은 놈이냐. 대빈 상이다. 빨가벗은 놈은 얼씬도 말어라.

[홍동지]

혀 혀 상여 뫼시러 왔소.

[상주]

뻘거벗은 놈은 대감 상여에 얼씬도 말어라.

[홍동지]

다 틀렸다 다 틀렸어, 빨가벗은 놈은 대감 상여라 얼씬도 말라네.

[산받이]

얘 얘 그럼 좋은 수가 있다.

[홍동지]

뭐여.

[산받이]
 

내 시키는 대로 해여.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모두 사타굼지 그건 떼어 아랫묵에 묻고 왔느냐고 물어 봐라.

[홍동지]

야 야 경칠려고.

[산받이]

괜찮어.

[홍동지]

야 무서워 안 되겠다.

[산받이]

너 일곱동네 장사 아니냐?

[홍동지]
 

허 참 그렇지, 내 일곱동네 장사지. 힘으로 안 되면 그까짓것 발길로 차고 주먹으로 줘 박고 이승에서 못살면 저승에서 살지---(대들려다) 야 이거 못하겄다.

[산받이]

이놈아 내질러 봐.

[홍동지]

그렇지 해 봐야지.  (머뭇거리다가) 상제님.

[상주]

왜 그래.

[홍동지]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그건 떼어 아랫목에 묻고 왔소?

[상주]

아따 벌거벗은 놈이 말 한번 잘 한다. 네 재주껏 모셔라.

[홍동지]
 

아따 됐다. 괜히 벌벌 떨었네. 여보게 상여 구경 좀 하겠네. 이런 데 덕 조각이나 있건만, 야 여기 능금 있다.

[산받이]

야 이놈아 그게 능금이 아니라 상여 꼭지지.

[홍동지]

난 능금이라고. 아따 냄새 우라지게 난다. 똥을 안사고 뒈졌나.

[산받이]

어이 상제님한테 혼난다.

           (상여소리, "어허 어허여 어허 어허여---" 일동 상여를 메고 홍동지가 아랫배로 밀고 나간다.)

  셋째, 절 짓고 허는 거리   

[박첨지]
 

아하 여보게 난 이제 아무 걱정 없네. 이곳이 터가 좋아 일급지 명당 제별지 대처요, 나라의 원당은 사모처 꽃철이라, 내 여기다 절을 한 채 질려네.

[산받이]

좋은 말씀

              (절 짓는 소리)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산받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지어.

[산받이]

어허 화상이 절을 지어.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지으면.

[산받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상좌 둘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짓는다)

[대잡이]

(안에서)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 낳고 딸을 낳네.

[산받이]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딸을 낳네.

[대잡이]
 

(안에서)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딸을 낳고, 자손만대 부귀공명 한다고 여쭈시오.

[一同]

어허 화상이 절을 지어. 절을 지어라 절을 지어. 이 절에다 시주를 하면 아들을 낳고 딸을 낳네. 이 절에다가 시주를 하면 부귀공명 하시련만은 어허 화상이 절을 짓는다. 어허 화상이 절을 다 짓는다. (상좌들이 지은 순서로 거꾸로 헐기 시작한다)

[대잡이]

(안에서)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헌다.

[산받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대잡이]

(안에서) 절을 헐어, 절을 헐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산받이]

절을 헐어, 절을 헐어.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一同]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헌다. 어허 화상이 절을 다 헐어.

        (법당을 완전히 헐어 버리고 상좌들 퇴장하면 박첨지 나와서)

[박첨지]

이것으로 끝을 맺었으니 편안히들 돌아가십시요. 이 늙은 박가가 절을 합니다. 아이구구 허리야.

        (박첨지 퇴장하면 한동안 사물을 울려 마당걷이 풍물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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