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사회)                 <서유견문> : 유길준

● 지문

세계의 어느 나라를 돌아보든지 간에 개화가 극진한 경지에 이른 나라는 없다. 그러나 대강 그 등급을 구별해 보면 개화한 자, 반개화한 자, 미개화한 자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화한 자란 천만 가지 사물의 이치를 따져 밝히며, 경영하여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사람이다. 이와 같기 때문에 그 진취적인 기상이 웅장하여 사소한 게으름도 찾아볼 수 없으며, 또 사람을 대접하는 데에 있어서도 언어를 공손히 하고, 행동거지를 단정하게 하여 유능한 자를 본받으며 능치 못한 자를 불쌍하게 여기고, 감히 모욕하는 기색을 나타내지 않으며, 비굴한 용모를 갖지 않음으로써 지위의 귀천이라든가, 형세의 강약에 의해 인품의 구별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마음을 합일하여 여러 가닥의 개화를 힘쓰게 하는 자이다.

반개화한 자란 사물을 ⓑ궁구(窮究)하지 않으며, 경영도 소홀히 하여 구차하고도 고식적인 계획과 의사로써 소성(小成)에 만족하고, 장구한 계책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는 마음은 있어서 사람을 접대할 때, 능한 자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일이 드물고 능치 못한 자를 모욕하여 항상 거만한 기색을 띠며, 망령된 생각으로 스스로를 높이되 귀천과 강약이라는 지위와 형세로 인품의 구별을 몹시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 자기 일신(一身)만의 영화와 욕심을 위해 노력할 뿐,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여러 조목에 걸친 개화에는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미개화한 자란 야만스러운 종족을 가리킨다. 천만 가지 사물에 알맞은 규모와 제도가 없을 뿐더러, 애당초부터 경영에도 관심이 없으며, 능한 자가 어떠한지 능치 못한 자가 어떠한지 분별조차 못할 정도여서 거처와 음식에도 일정한 법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또 사람을 접대함에 있어서도 기강과 예법이 없기 때문에 하늘 아래에서 가장 ⓒ가긍(可矜)한 자들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등급을 나누어서 이야기했지만, 힘쓰고 노력하기를 그치지 않으면, 반개화한 자와 미개화한 자라 하더라도 개화한 자의 근처에 이를 수가 있다.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면려(勉勵)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지 못하겠는가. 반개화한 나라에도 개화한 자가 있으며, 미개화한 나라에도 개화한 자가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개화한 나라에도 반개화한 자가 있으며 미개화한 자도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일제히 개화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니, 인생의 도리를 지키며 사물의 이치를 따져 밝히면, 이는 오랑캐의 나라에 있어도 개화한 자이며, 인생의 도리를 닦지 않고 사물의 이치를 따져 밝히지 않으면, 개화한 나라에 있어도 미개화한 자이다.

개화에는 실상의 개화와 허명의 개화라는 두 가지가 있다. 실상의 개화란 사물의 이치와 근본을 깊이 연구하며 고증하여 그 나라의 처지와 시세에 합당케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허명의 개화란 사물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되, 타인의 좋은 형편만을 보고는 부럽거나 두려워서 그러든지, 앞뒤를 생각할 양식도 없이 덮어놓고 시행하기만을 주장하여 재물을 소비하기만 하고, 실용에 닿을 만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외국과 처음으로 거래를 한 자는 일차적으로는 허명의 개화를 겪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경력을 거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실상의 개화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타인의 ⓔ장기(長技)를 취하고자 하는 자는 결단코 (              ㉠             ) 것이 옳다. 사람의 재주란 무궁무진하지만 재물에는 일정한 한도가 있는 법이다. 만약 자기 나라 국민이 그것에 관련되는 기술을 익힌다면 당장에 이로울 뿐 아니라 국내에 그 기술을 전파케 하여 그 보람이 후세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기계를 사들여 왔을 경우 그 기계가 못 쓰게 되면 기계는 다시 없게 된 셈이며, 기술자를 고용하면 기술자가 가 버릴 때는 기술자는 다시 없게 된 셈이다. 어떠한 기계를 도입하고 어떠한 기술자를 다시 고용해야 하는데 정말로 이러한 일을 되풀이한다면 우리들로서는 재물만을 허비하고 마는 것이다.

 

● 단락의 요지 파악하기

→ 개화의 세 가지 등급

→ 개화한 자의 특성

→ 반개화한 자의 특성

→ 미개화한 자의 특성

→ 개화한 자에 이르기 위한 노력

→ 개화의 두 가지 종류

→ 실상의 개화에 접어들어야 하는 이유(필요성)

 

● 정리하기

주제 ⇒ 개화의 세 가지 등급과 개화의 두 가지 종류

특성

   1) 해제 : 이 글은 조선이 총체적으로 근대적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서양의 부강 요인을 탐구한 책인 <서유견문>의 일부이다. 제시된 지문은 제14편 '개화의 등급'의 일부로, 이는 서유견문의 결론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책의 저자인 유길준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전반적으로 분류와 대조의 방식을 사용하면서, 외국의 기술을 들여오는 것을 예로 들어 '실상의 개화'에 접어들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2) 독해의 확장

      * 개화에 지나친 자 '죄인', 개화에 모자라는 자 '원수' → 개화하는 일은 남의 장기를 취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전하는 데에도 있다. 남의 장기를 취하려는 생각도 결국은 자신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의 재주를 취하더라도 실용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자기의 재주가 되는 것이다. 시세와 처지를 잘 헤아려서 이해와 경중을 판단한 뒤에, 앞뒤를 가려서 차례로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자는 아무런 분별도 없이 외국의 것이라면 모두 다 좋다고 생각하고, 자기 나라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외국 모습을 칭찬하는 나머지 자기 나라를 업신여기는 폐단까지도 있다. 이들을 개화당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어찌 개화당이랴. 사실은 개화의 죄인이다.

한편 모자라는 자는 완고한 성품으로 사물을 분별치 못하여, 외국 사람이면 모두 오랑캐라 하고, 외국 물건이면 모두 쓸데없는 물건이라 하며, 외국 문자는 천주학이라고 하여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자기 자신만이 천하제일이라고 여기며, 심지어는 피해 사는 자까지도 있다. 이들은 수구당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어찌 수구당이랴. 사실은 개화의 원수다.

성인 말씀에 "지나침과 모자람과 같다."고 하셨지만, 개화하는 데에 있어서는 지나친 자의 폐해가 모자라는 자보다 더 심하다. 그 까닭은 다름이 아니다. 지나친 자는 자기 나라를 빨리 위태롭게 하고, 모자라는 자는 자기 나라를 더디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중용을 지키는 자가 있어서 지나친 자를 조절하고 모자라는 자를 권면하여, 남의 장기를 취하고 자기의 훌륭한 것을 지켜서, 처지와 시세에 순응한 뒤에 나라를 보전하여 개화의 커다란 공을 거둬야 한다.

 

   3) 어휘 풀이

      * 궁구하다 → 깊숙하게 파고들어 연구하다.

      * 고식적 →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아니하고 임시변통으로 하는 또는 그런 것(=임시방편의)

      *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는 마음 → 자만심

      * 가긍한 → 불쌍하고 가엾은

      * 면려하면 → 애써 노력하거나 힘쓰면

      * 허명 → 실속 없는 헛된 명성

      * 장기(長技)를 취하고자 → 가장 잘 하는 재주를 취하고자

 

● 출제 문항

1.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어느 나라든지 완전한 경지의 개화를 이룬 곳은 없다.

   ② 반개화한 자들은 고지식하여 작은 일을 이룬 것에 만족한다.

   ③ 개화한 나라라 할지라도 그곳에 개화한 자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④ 허명의 개화를 겪은 후 오랜 경력을 거쳐야 실상의 개화로 접어들게 된다.

   ⑤ 선진 기계를 수입하거나 외국의 기술자를 고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이다.

 

2.  위 글을 읽은 독자가 <보기>를 읽고 보인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이씨의 사촌이 되지 말고 / 민씨의 팔촌이 되려무나.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

남산 밑에다 장춘단을 짓고 / 군악대 장단에 받들어 총만 한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

아리랑 고개다 정거장 짓고 / 전기차 오기만 기다린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

문전의 옥토는 어찌 되고 / 쪽박의 신세가 웬 말인가.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

밭은 헐려서 신작로 되고 / 집은 헐려서 정거장 되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아리랑 타령>

   ① 이씨의 사촌은 미개화한 자, 민씨의 팔촌은 개화한 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어.

   ②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덮어놓고 개화를 실시한 걸로 봐서 허명의 개화라 볼 수 있겠군.

   ③ 화자는 군악대 장단에 받들어총만 하는 미개화한 군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④ 전기차 오기를 기다리며 개화 현실에 스스로 만족하는 걸로 봐서 화자는 반개화한 자일 거야.

   ⑤ 밭과 집을 헐어서까지 신작로와 정거장을 만든 사람들은 개화한 자들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3. 위 글의 논조에 대해 <보기>를 근거로 '흥선대원군'이 반박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흥선 대원군이 집권하던 때는 없던 격변의 시기였다. 수세기 동안 통치의 규범으로 삼아 온 중국 중심의 중화(中華) 질서와 성리학적 사상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전제 군주제와 신분제가 밑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외세의 침략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질서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던 때였다. 조선 전체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청(淸)의 권고를 무시하고 서구 열강과 일본에 대해 극단적인 쇄국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에게 쇄국 정책은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① 무턱대고 개화할 것이 아니라 개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소?

   ② 개화하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혼란할 때 자국을 지키는 것이 어찌 잘못된 일이오?

   ③ 어설프게 허명의 개화를 하느니 쇄국으로 일관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라 할 수 있지 않겠소?

   ④ 다른 나라의 형편을 보고 무작정 부러워하는 백성들에게 의식을 깨우쳐 주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소?

   ⑤ 개화한다 해도 선진국에서 기술을 가르쳐 주지는 않을 텐데, 결국 제2의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겠소?

 

4.  문맥상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외국의 기술자를 고용하여 국내에 선진 기술을 전파하게 하는

   ② 외국의 기술자를 고용하기보다 그것에 관련되는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③ 외국의 기술자에게 기술을 직접 배워 우리에게 맞는 기술을 발명하도록 하는

   ④ 외국의 기술자로 하여금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도록 유인책을 쓰는

   ⑤ 외국의 여러 선진 문물을 수집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것만을 도입하도록 하는

 

5. ⓐ~ⓔ와 바꾸어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고자 노력하는

   ② ⓑ :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하지

   ③ ⓒ :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

   ④ ⓓ : 애써 노력하거나 힘쓰면

   ⑤ ⓔ : 가장 잘 하는 재주를 취하고자

 

<정답> ②②②②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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