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인문, 철학)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 지문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차이는 두 가지 대화의 예에서 쉽게 관찰될 수 있다. A가 X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 B가 Y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람 사이의 전형적인 대담식 논쟁을 예로 들어 보자. 각자는 자신의 의견과 동일화된다. 이 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의 의견을 지키기 위해 보다 나은, 즉 보다 합리적인 논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양쪽 모두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니, 또 상대방의 의견이 달라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의견이 자기의 소유물의 하나이기 때문에, 따라서 그것을 상실하는 것은 자신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의 의견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논쟁이 아닌 대화일 경우엔 사태가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하고 덕망이 있고 뛰어난 자질까지 갖춘 사람과, 아니면 (        ㉠        ) 사람과 만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자신보다 뛰어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약간의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며, 흔히 그 중요한 회견을 위해 '준비'한다. 그들은 상대방의 관심을 돋울 화제를 생각하고,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까 하는 것까지 미리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역할에 관한 한, 전체 대화의 계획을 미리 세우기까지 한다. 또 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즉 자기의 과거의 성공, 자기의 매력적인 퍼스낼리티(또는 그 역할이 더 효과적일 경우에는 상대방을 위협하는 퍼스널리티), 자기의 사회적 지위, 연고 관계, 용모와 복장 등에 관해 생각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단히 무장한다. 요컨대 그들은 마음속에서 자기의 가치를 저울질하며 이러한 평가에 근거하여 그 다음 대화에서 그들의 상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썩 잘 해내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지만, 이 감명의 단지 일부만이 그 사람의 연기에 기인하는 것이며 그 대부분은 사람들의 판단력의 빈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 연기자(소유적 대화를 하는 사람)가 그다지 영리한 사람이 아닐 경우 그 연기는 어색하고 꾸며낸 듯하며 지루하게 보여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무것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무장하지 않은 채 사태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대신에 자발적으로, 그리고 생산적으로 반응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지위에 관해서도 잊어 버린다. 그들은 자아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상대방의 인물과 그 인물의 생각에 충실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관념을 만들어 내는데, 그것은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생산해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형의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형의 사람들은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살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억제를 버리고 반응할 용기만 가지면 어떤 새로운 것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의존한다.

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한 걱정 때문에 자기를 괴롭히는 일이 없으므로 대화할 때 아주 활기를 띤다. 그들의 활기는 전염되기 쉽기 때문에 가끔 상대방이 그들의 중심성을 초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리하여 대화는 상품(정보, 지식, 지위)의 교환에만 그치지 않고, 또한 누가 옳은가 하는 것은 이미 문제가 되지 않는 대화가 된다. 대화자들은 함께 춤추기 시작하며 승리 혹은 슬픔 - 둘 다 무익하다 -을 가지고 헤어지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헤어진다.

 

● 단락의 요지 파악하기

→ 소유적 '논쟁'의 특징

→ 소유적 '대화'의 특징

→ 존재적 '대화'의 특징

→ 존재적 '대화'의 장점

 

● 정리하기

주제 →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에서의 대화의 양상

특성

   1) 해제 : 이 글은 소유형 사고와 존재형 사고의 차이를 서술한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의 일부로, 특히 제시문은 소유와 존재 양식을 단순한 관념으로만 나타내지 않고 구체적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글은 대화를 하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하고 확정된 상태로 이끌어 가는 소유 양식의 대화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화를 시작하는 존재 양식의 대화를 대조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2) 독해 확장

      * 일상적 경험에서의 소유와 존재의 차이점 → '소유'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의 기본적 생존 양식이며,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기의 가치, 자기의 주체성, 혹은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러한 관계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 지식 · 관념 · 신, 나아가서는 건강이나 질병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것은 끝없는 생산과 끝없는 소비라는 악순환을 낳게 되고 우리는 만성의 기아 상태에 빠진다. 이에 반해 '존재'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속박당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고정된 형식이나 태도가 아니라 유동하는 과정이며, 타자와의 관계에서는 주고, 나누어 갖고, 관심을 함께 가지는 살아 있는 관계가 된다.

 

소유 양식

존재 양식

학습

남이 확인해 놓은 주장들을 소유하기 위해 머리에 집어넣음으로써 소유함.

다른 사람의 사상을 경청한 후 자신의 고유 사유 과정을 거쳐 자기 것으로 만듦.

기억

기억해야 할 것을 메모한 후, 메모지를 소유함.

기억해야 할 것을 나름의 정신적 규칙에 의해 기억하여 필요할 때 언제든 환기함.

독서

단순한 줄거리의 파악 및 암기, 읽었다는 사실이 중요함.

심층적 사상 파악, 생산적 독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비판

지식

보다 많이 아는 것

보다 깊이 아는 것

신념

스스로 모색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확신을 원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함.

일차적인 특정 이념들에 대한 믿음이 아닌, 내적인 성향, 일종의 마음가짐, 신앙의 안에 있는 믿음

사랑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가두며 지배함.

배려하고 알고자 하며, 상대에게 몰입하고 그 존재를 입증함.

 

   3) 어휘 풀이

      * 퍼스낼리티 → 성격. 특정한 개인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독특한 방식

  

● 출제 문항

1.  위 글의 논지 전개 방식의 특징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짝지은 것은?      

<보기>

ㄱ. 구체적 상황을 통해 개념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ㄴ. 주장하는 바를 먼저 제시한 후,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ㄷ. 대조되는 두 개념의 가치적 차이를 비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ㄹ. 현실에서 나타나는 선례에 기초하여 대상의 변모 과정을 예측하고 있다.

ㅁ. 대상이 가진 속성을 분석하여 각각의 양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ㄹ                   ④ ㄴ, ㅁ                        ⑤ ㄷ,ㅁ

 

2. 위 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관심을 받고 있는

   ② 아무 조건 없이 인간적으로 끌리는

   ③ 자신의 계획에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④ 자신이 이룩한 일에 대하여 칭찬을 받고 싶은

   ⑤ 직장을 구하거나 대학 따위에 들어가는 데 도움을 기대할 만한

 

3. [다]에 나타난 대상의 특징을 기준으로 <보기>를 해석한 것은?        

<보  기>

산에는 꽃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

산에는 꽃 지네 / 꽃이 지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지네.

- 김소월, <산유화> -

   ① <보기>는 산이라는 공간에서 피었다 지는 꽃을 통해 '자연'으로 대변되는 모든 존재들의 근원적 고독과 순환의 이치를 드러낸 작품이야.

   ② '갈 봄 여름'이라는 시어는 '가을과 봄 여름'을 뜻하는 것으로, '시'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운율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적 허용이라고 볼 수 있어.

   ③ '새'는 본질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깊은 외로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④ '새'는 '꽃'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가지려 하기보다는 '저만치'의 거리감을 통해 '꽃' 자체의 생명을 존중하고 있어.

   ⑤ 마지막 연의 '꽃이 지네'는 1연에 제시된 '꽃이 피네'와 연결되면서,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순환을 통해 피어날 존재의 생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4. ⓐ와 문맥적 의미가 유사하게 사용된 것은?       

   ① 입에 쓴 것이 몸에는 약이 된다.

   ② 물을 오래 가열하자 증기가 되어 날아갔다.

   ③ 오랜 무명의 고통을 참아 낸 그는 드디어 스타가 되었다.

   ④ 다리에 파편을 맞아 병신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⑤ 지하철역은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이 되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정답> ②②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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