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술

1.

아도르노는 재현이 해체된 현대 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통해 사회 현실의 참모습을 읽어 내려고 했던 이론가이다. 그는 오늘날 미술에서 감각적 아름다움을 목표로 조화와 통일성의 원리에 따라 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얻어지는 감각적 유사성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해체와 추상의 방식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비감각적 유사성이 현대 미술에서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2.

그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대상의 겉모습을 재현하여 얻어지는 허구적인 유사성에 의해 좌우되지 않음을 그의 「미학 이론」여러 곳에서 강조하였다. 그는 현대 미술이 현상적인 모습의 재현이나 묘사에서 벗어난 그 어떤 것을 보여 준다고 보고, 감각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유사성이 현대 미술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오늘날 미술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면 그것은 외적이고 감각적인 재현이 아니라 내면성이나 정신성의 상태를 표현하는 비감각적 유사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았다.

3.

아도르노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고전적, 상징적 재현 방식은 현대 예술에 와서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즉, 미술에서 파국과 충격의 조형 언어를 통해 혼란과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정신성을 드러내기 위한 현대 미술의 특징이라고 보았다.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흐름인 추상 미술, 구성주의, 초현실주의 등은 모두 미적 환상을 깨뜨리는 새로운 방식의 조형 언어를 통해 현실의 역사적 변화와 현대인들의 정신성을 의미 있게 보여 주었다. 특히 아도르노는 볼스와 같은 화가들이 주축이 된 앵포르멜 회화를 보고 사회와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현상의 파국을 드러내는 추상 회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평가하였다.

4.

이처럼 현대 미술은 아름다운 미적 가상이 되기를 포기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재현을 해체한다. 따라서 현대 미술은 외견상으로는 우리 사회와 유사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내적으로 처한 진실한 모습을 일깨워 주면서 우리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정서에 호소하게 된다. 물론 감각적으로 현실을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고 해서 모두 우리의 정신에 반성을 촉구하며 사회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추상 회화가 현대 사회의 장식품처럼 쓰이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미술이 그 사회의 지배를 받으며 현대 사회와 거짓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5.

이에 대해 아도르노는 현대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현대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비판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언제나 인간에게 고유하고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존재한다. 따라서 아도르노는 예술가가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발언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감상자들도 작품이 추하거나 혐오스럽거나 충격적이라면 현대 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품의 배후에는 인간에게 적대적인 모든 것을 넘어서려는 작가의 유토피아적 메시지가 숨어 있음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2014년 5월 사설모의평가(중앙), 국어B 독서 영역 ‘예술’지문

◆ 개요 : 이주영, 『예술론 특강』- 아도르노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