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문

(가)

역사에도 법칙이 있다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의지나 의식이 변경할 수 없는 구조적 필연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나 역사도 법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역사적 필연성을 옹호하는 이론을 '결정론'이라고 부른다. 결정론은 많은 사람을 진보적 방향으로 실천하도록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매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마르크스는 역사적 필연성에 따라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 계급에 의해 사회주의 사회로 이행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이와 같은 역사 법칙은 많은 국가에서 노동 계급들의 실천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

(나)

그러나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하는 것이 꼭 진보적인 역사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역사적 필연성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하게 되면 역사가 필연적 법칙에 의해 발전하는 만큼 인간은 아무런 실천을 할 필요가 없게 되며, 인간의 실천이 없는 역사의 발전이라는 모순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역사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필연적 법칙만을 주장하게 되면, 역사 과정 속에서 인간의 의지와 의식에 의한 선택의 자유는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다)

그래서 포퍼(K. Popper)와 같은 사람은 역사에 필연적 법칙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은 틀림없이 전체주의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역사가 필연적 법칙에 의해 발전한다는 역사주의는 '닫힌 사회'를 옹호하는 전체주의 이론이라 비판한다. 포퍼는 사회나 역사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과 의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의식적 선택, 자율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열린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라)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하는 역사주의가 역사에 일정한 목적이 있고 역사는 그 목적을 향해 발전한다는 형이상학적 목적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역사 과정에는 일정한 목적을 향한 법칙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을 '자유주의'라고 부른다.

(마)

오늘날 이와 같은 자유주의를 거부한다는 것은 명분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보면 자유주의는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없다는 약점을 지닌다. 왜냐 하면 개인의 자율적 선택만을 강조할 때 개인들의 무정부적인 자유에 따른 혼돈이 야기될 뿐 사회 전체의 변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은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전체주의'라는 이름으로 거부하기 때문에 결코 사회 변화를 지지하지 않게 된다.

◆ 2014년 3월 사설 모의고사(대성), 국어B 독서 영역 '인문' 지문

◆ 개요 : 김창호, 『역사의 필연성과 인간의 자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소개해 주는 글로서, 결정론과 자유주의의 양대 관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