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술

산수화를 풍경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풍경(風景)을 그렸기 때문에 풍경화', '산수(山水)를 그렸기 때문에 산수화'가 아니다. 서양식으로 풍경을 그린 것은 풍경화이고 동양식으로 풍경을 그린 것은 산수화이다. 산수화는 그 재료가 수묵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림의 외형상으로만 봐서는 풍경을 그린 서양의 풍경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두 그림이 양식상으로는 비슷하지만 내면세계는 아주 다르다.

산수화는 자연을 그리되 서양의 풍경화처럼 객관적인 자연의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마음 속의 산수', 즉 의중(意中)의 산수를 그린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산수, 이상향의 산수를 그린다. 실경(實景)을 그렸다 하더라도 시각적인 사실 묘사가 아니라 경치에 비추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산수화에서는 평범한 경치가 아닌 비경(秘景)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옛날에 있었던 고사(古事)나 고시(古詩) 등을 그림으로 옮긴 경우도 많다. 따라서 산수화는 풍경화와 같이 사실적인 그림일 수 없고, 사의적(寫意的)인 그림이라는 점에서 풍경화와 구별된다.

그래서 감상 방법도 풍경화와는 차이가 있다. 풍경화는 단순히 경치의 조화, 경물의 배치, 색감 등에 관심을 갖고 그림을 미적 대상으로 감상한다. 하지만 산수화는 자연의 신비스러움, 자연 속에 깃든 정신적 세계, 경물의 오묘한 조화, 그리고 고사나 고시에 나온 말의 뜻 등에 초점을 두고 감상한다. 그러니까 자연의 신비를 마음속으로 깨닫고 자연에 동화하거나, 선인들의 일화를 되새기며 그들의 행적을 흠모하는 데 감상의 의의가 있다.

산수화와 풍경화는 표현 방법에서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 산수화는 마음속의 산수를 표현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만 리 먼 곳을 지척에 그리기도 하고, 한 자(一尺)의 작은 화면 속에 천 리, 만 리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아내기도 한다. 마음속의 산수를 표현하는 데는 풍경화에 활용되는 원근감, 명암 또는 음영, 그리고 시점이나 투시법 등을 아예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이치에 맞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불합리한 표현들이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산수화를 그릴 때 현지에 가서 풍경을 보면서 그리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방안에서 머릿속의 생각을 형상화하는 식으로 그렸다. 경치에 흠뻑 취해서 그 경치에서 느낄 수 있는 호연지기나 인간과 자연의 친화적 관계, 자연의 오묘한 조화 등을 그림에 옮기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보고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감도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으로 그릴 수도 있었다. 이러한 산수화적 특성을 풍경화에서 찾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2013년 3월 사설모의고사(대성), 국어B 독서 영역 ‘예술' 지문

◆ 개요 : 조용진, 배재영의 '동양화의 여러 형식들' : 이 글은 '산수화'를 설명하기 위해 '풍경화'라는 대응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산수화'는 '풍경화'와 달리 그림을 그린 작가가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 그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그림에 구현되고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