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회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할까? 분명히 모든 자살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한 이유들은 몇몇 공통적 원인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에 대해 조금 색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살이 사회적 조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자살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조건들을 규명하려 했다.

뒤르켐은 자살과 관련된 기존의 기록들을 검토하면서 자살과 사회적 조건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여러 나라들의 자료를 면밀히 비교 · 검토한 결과 자살률은 어느 나라에서나 해마다 별다른 변화 없이 안정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자살이 여름에 특별히 많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자살과 계절 사이에도 무언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런데 만일 그의 생각이 옳다면, 자살률은 기후가 온화한 유럽의 남부 지역에서 더 높아야 할 텐데, 실제로는 중부 지역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결과, 기후는 자살을 설명하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뒤르켐은 다른 원인들을 찾기 시작했고, 연령, 성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그것들로부터 일관된 유형을 발견해 냈다. 가령, 뒤르켐은 기간별 자살률이 반드시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1848년경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정치적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쳤었는데, 이처럼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자살률이 특별히 높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그는 자살이 '사회 균형의 파괴'와 일정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뒤르켐의 이러한 예상은 여러 자료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사실로 확인되었다. 자료 분석 결과 자살률은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예컨대 색소니*의 자살률은 이탈리아의 10배가량이나 되었을 뿐 아니라, 국가별 자살률의 상대적 순위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뒤르켐은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분석한 결과, 국가별 종교의 차이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구교*가 지배적인 나라에 비하여 신교*가 지배적인 나라에서 자살률이 일관되게 높았다. 이는 구교의 사회적 통합과 연대감 형성 기능이 신교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르켐은 종교와 관련된 분석 결과를 앞서 논의한 정치적 불안과 관련된 결과와 결합시켜 보다 일반화된 이론적 명제를 도출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뒤르켐은 자살의 상당 부분을 아노미, 즉 '무규범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해체감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치적 ·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사람들은 예전의 안정적인 사회가 무너진다고 느끼며 비도덕적으로 변하고 우울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반응이 바로 자살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론을 기초로 뒤르켐은 '아노미적 자살'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색소니 : 작센 자유주. 독일 동부의 주이며, 체코 및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18년까지는 베틴 가 알베르틴계의 왕국이었다.

*구교 : 로마 가톨릭교와 그리스 정교회를 신교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신교 : 프로테스탄트. 16세기 종교 개혁의 결과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떨어져 나와 성립된 종교 단체 또는 그 분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2013년 10월 사설모의고사(중앙), 국어B 독서 영역 '사회' 지문

◆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