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술

판화는 처음에는 나무판이나 금속, 석재 등을 이용하여 정보의 기록이나 보존, 전달 수단으로서 발전하였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사진술과 인쇄술의 발달로 인하여 판화는 기록 수단이나 보조 자료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예술 고유의 영역으로 나아가 인정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장을 찍어 낼 수 있다는 복수성과 종이 위에 바로 표현하지 않고 판을 매개로 한다는 간접성을 그 특징으로 하던 기존 판화는 현대에 오면서 점차 새롭게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던 미국 미술계의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1950년대를 전후로 하여 미국의 작가들은 판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즈음 미국에서는 판화 공방이 활발하게 설립되었고 선진 유럽의 판화 기술을 배우며 또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도한 이 시기에 미국 작가들이 마스터 프린터들의 도움으로 많은 판화를 제작할 수 있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점차 새롭고 참신한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판화 작가들 중 단연 돋보이는 작가는 바로 프랭크 스텔라였다. 그는 1967년 처음으로 판화 작업을 시작하여 그 이후 지속적으로 판화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는 초기에는 자신의 회화 작품을 번안한 작업을 하였지만 1974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 이후의 작업에서 그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번안을 지양하고 판화 자체의 중요성에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판화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우선 크기에 대한 제약을 극복하였고, 제판 과정이 없는 판을 사용하여 판화를 제작하였으며,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입체 판화를 가능케 하였고 회화와의 결합을 시도하였다. 입체 판화나 회화와 결합된 판화는 복수성을 지니지 않는 판화로서, 전통 판화의 복수성이라는 개념과 맞지 않으며 판화의 간접성의 측면만을 강조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판화계 내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큰 움직임이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판화 기법을 고수하고 그에 충실하고자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비디오와 컴퓨터를 이용한 판화 작업까지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의 움직임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스텔라의 작업은 앞으로의 판화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좋은 연구 대상이다. 현대의 각 예술 분야에서 탈장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과, 첨단 정보 매체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대중 공유라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더 이상 판화는 전통적인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판화의 개념 변화 또는 영역의 확장은 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번안 : 원작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기타 요소를 바꾸어 고침. 여기에서는 회화를 판화로 옮겨 작업한다는 의미.

◆ 2013년 10월 사설모의고사(중앙), 국어A 독서 영역 '예술' 지문

◆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