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문

율곡은 '경장(更張)'이란, 흥성(興盛)이 극단(極端)에 달한 가운데 다시 미미해져, 법은 오래되어 폐단을 낳고 안일에 빠져 비루하게 되며 모든 제도가 무너져서 날로 잘못을 거듭하여 국가가 장차 국가일 수 없게 되면, 반드시 명철한 군주와 신하가 있어서 분발하여 일어나 기강을 잡고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깨우치며 구습을 씻어내고 묵은 폐단을 바로잡아 선왕의 유지를 잘 계승하고 사회 전반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율곡은 자신이 살던 당시의 조선 사회를 건국 후 200여 년이 경과하여 건국 초기의 왕성했던 국가의 기가 쇠퇴하여 법과 제도의 경장이 필요한 시기로 보았다.

율곡이 이와 같이 경장을 강조한 것은 누적된 폐단을 말끔히 지움으로써 파국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에서였다. 따라서 경장은 기존의 체제를 끊임없이 보수함으로써 그 체제를 유지하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율곡의 경장론은 왕의 우유부단함과 기득권층의 반대에 봉착하여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처럼 때에 맞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기득권층이 '전래의 구법'을 함부로 고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공자가 스스로 "옛것을 계승 발전시켰을 뿐, 없던 것을 창작하지 아니했다[述而不作]."라고 하였듯이, 유학은 옛것을 존중하는 기풍이 있다. 그리하여 기득권층은 구법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관철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자의 '술이부작'은 옛 전통 자체의 정당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지 않고 단지 구법이라는 이유로 고수하려는 것은 결코 공자의 의도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율곡은 '신(新)', '구(舊)'의 관점이 아니라, '편(便)', '불편(不便)'의 관점을 제시하였다. 경장의 가부(可否)에 있어서 신 · 구가 아니라, 편 · 불편이 궁극적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율곡은 전래의 구법조차도 마땅히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율곡은 부단히 '시의(時宜)'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국가와 백성에게 편리함을 주는 '보국안민(輔國安民)'을 말하는 것이다. 즉, 경장이란 현재의 상황에 알맞게 변통함으로써 국가를 보존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율곡의 경장론은 분명 체제 내의 개혁론이다.

율곡은 경장의 최종적인 목표를 백성을 이롭게 하는 데 두고 있다. 즉, 방책을 마련하고 폐단을 교정함은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나라에 편익을 주고 백성에 이익이 되는 일은 모두 해야 할 일이며, 나라를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은 모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율곡의 사회 개혁의 목표는 백성을 위하는 어진 정치가 이루어지고 도덕 윤리가 실현되는 사회이다.

◆ 2013년 10월 사설모의고사(중앙), 국어A 독서 영역 '인문' 지문

◆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