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인문)          -2006학년도 수능시험-

● 지문

나는 10년 전에 금강산을 유람하여 한 달 동안 다니다가 돌아왔다. 바다는 출렁이고 산은 높이 솟아 그 광경은 무어라 말로 형용할 길이 없었다. 유람하는 이들은 줄지어 이어지고 안개와 구름은 무심하였다. 여기저기 신령스런 골짜기와 신비한 전각들, 이런 것들이 마침내 일대 장관으로 다가왔다. 구룡연 · 만물상 · 수미봉 · 옥경대 같은 여러 뛰어난 경치는 금강산에서도 특히 이름난 것이다. 그런데 ⓐ경관이 기이하고 그윽한 언덕과 골짜기가 또 있어, 만일 이름을 붙여 널리 전파한다면 명승의 대열에 끼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모두 ⓑ거친 수풀과 우거진 넝쿨 사이에 가려지고 묻혀 있다.

이로 말미암아 생각하건대 사람 또한 이와 같다. 관각(館閣)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문화를 빛내고, 낭묘(廊廟)에서 예복을 입고 왕정(王政)을 보좌하여, 육경(六經)의 참뜻이 뭇 백성에게 파급되게 하는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여항의 사람에 이르러서는 기릴 만한 경술(經術)이나 공적은 없지만, ⓒ그 언행에 혹 기록할 만한 것이 있는 사람, 그 시문에 혹 전할 만한 것이 있는 사람이라도 모두 적막한 구석에서 초목처럼 시들어 없어지고 만다. 아아, 슬프도다! 내가 『호산외기(壺山外記)』를 지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친구인 겸산(兼山) 유재건(劉在建)와 뜻이 통하여 여러 사람의 문집 속에서 더듬고 찾아서 이미 전(傳)에 오른 사람 약간 명을 얻었다. 그리고 ⓓ전이 없는 사람은 겸산이 직접 전을 지었다. 그리하여 모두 280여 편이 된다. 정성스럽게 책을 만들어 제목을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이라 붙이고 나에게 서문을 요청하였다. 내 어찌 감히 사양할 수 있겠는가!

나라 수천 리 안에 인물이 번성하니 언행이나 시문으로써 후세에 전할 만한 사람이 어찌 이루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마는 인멸되어 아는 이가 없게 되었다. 겸산은 흉금이 바다 같아 남의 좋은 점을 즐거워하여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을 그물질하듯 끌어 모았다. 또한 그 언행이나 시문 외에도 한 가지 기예, 한 가지 재능이라도 있으면 모두 기록하였다. 그 부지런한 뜻이 어찌 헛되겠는가?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이 책을 읽고 감동하고 분발함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찌 다만 한 사람의 글에 그치겠는가? 세상의 교화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이 뜻은 내가 명산(名山)에서 깨달아서 겸산의 글에 기록하여 두는 바이다. 아아! ⓔ숨은 빛을 찾아내어 찬연히 세상에 나오게 하였도다. 사관(史官)이 기록하여 석실(石室)에 보관한 역사 기록 이외에 태평한 시절 교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이 책에 있으리라.

-조희룡, 『이향견문록 서(里鄕見聞錄序)』

● 단락의 요지 파악하기

→ 금강산 유람에 대한 회상(명승의 대열에 끼일 수 있는 것들도 묻혀 있음.)

→ 묻혀 지내는 인재에 대한 안타까움

→ 이향견문록의 서문을 짓게 된 연유

→ 겸산의 인물됨과 그의 기록에 대한 가치

→ 겸산의 책에 대한 총평

 

● 정리하기

주제 → '이향견문록 서'를 쓰는 이유와 목적

특성

   1) 해제 : 이 글은 필자가 친구 겸산이 지은 평범한 사람들의 전기(傳記)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의 서문으로 작성한 글이다. 금강산 기행에서 느낀 바를 인간의 삶과 관련지어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며, 세상에 알려져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더라도 본받을 만한 사람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교훈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감동과 교훈을 느껴주기를 바라는 글쓴이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2) 독해 : 이향견문록의 서문으로, 서문의 역할과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글에 드러난 필자의 내면 심리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3) 어휘 풀이

      * 관각 → 조선시대에, 홍문관 · 예문관 · 규장각을 통틀어 이르던 말

      * 낭묘 → 조정의 정무를 돌보던 궁전

      * 육경 → 중국 춘추 시대의 여섯 가지 경서(역경, 서경, 시경, 춘추, 예기, 악기(또는 주례))

      * 여항 → 백성의 살림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

      * 흉금 → 마음속 깊이 품은 생각

 

● 출제 문항

1. 위 글에 나타난 글쓴이의 태도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필자의 태도 파악>

   ① 역사 기록의 의의를 인정하고 있다.

   ② 당대의 정치 이념을 비판하고 있다.

   ③ 저술의 교화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④ '겸산'의 인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⑤ 여항 사람들의 행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 ⓐ~ⓔ 중, 문맥상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어구의 문맥적 의미 파악>

   ① ⓐ            ② ⓑ           ③ ⓒ             ④ ⓓ              ⑤ ⓔ

 

3. <보기>를 참고할 때, ㉠에 수록되었을 인물의 심정이 가장 잘 표현되어 있는 것은?     <인물의 심리 파악>

<보기>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은 조선 후기 중인(中人)들의 전기를 모아서 엮은 책이다. 중인은 여항인(閭巷人)이라고도 하였다. 이들은 자기들의 신분이 사대부보다 낮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나름대로의 포부를 지니고 있었고, 자신들의 재능에 대한 자긍심도 있었다.

   ①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 유자가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② 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 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제 암향조차 부동터라.

   ③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④ 농암에 올라 보니 노안이 유명이로다 / 인사가 변한들 산천이야 변할까 / 암전에 모수모구가 어제 본 듯 하여라.

   ⑤ 형산의 박옥 얻어 세상 사람 보이러 가니 / 겉이 돌이니 속 알 이 뉘 있으리 / 두어라 알 인들 없으랴 돌인 듯이 있거라.

 

4. 위 글로 보아 '유재건'과 '나'의 관계를 뜻하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관용어구의 적용>

   ① 지기지우(知己之友)                   ② 오월동주(吳越同舟)                  ③ 근묵자흑(近墨自黑)

   ④ 동상이몽(同床異夢)                   ⑤ 순망치한(脣亡齒寒)

 

<정답> ②②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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