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언어)          -2006학년도 수능시험-

● 지문

괴테는 젊은 시절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의 조국을 알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가노라"하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어를 통해서 한국어에 없는 문법 장치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언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때로는 한국어의 고유성에 대한 재확인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철수가 축구를 하였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 문장으로는 화자가 '철수가 축구한 것'을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남으로부터 들었는지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콜롬비아의 토속어인 투유카 어에서는 이것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장치가 있다. 화자의 목격 여부가 동사에 형태적으로 표시되는데 그것을 ⓐ'증거법'이라고 부른다.

    díiga apéwi (그가 축구한 것을 내가 보았다.)

    díiga apéti (그가 축구한 것을 내가 소문은 들었지만 보지 못했다.)

    díiga apéyi (그가 축구한 것을 내가 알지만 보지는 못했다.)

    díiga apéyigi (그가 축구한 것을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díiga apéhiyi (그가 축구한 것을 나는 짐작했다.)

위 예문들의 공통 의미는 '그가 축구를 하였다'이다. 그런데 투유카 어의문장으로 이 의미만을 표현할 수는 없다. 투유카 어는 증거법의 형태들이 문장에 필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어에는 증거법이라는 문법 범주가 없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한국어로 표현하기 위해서 문법 형태들을 사용할 수가 없다. 단어나 문장 등 다른 차원의 언어적 장치에 의해서 이러한 것들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어로 사실을 표현하는 방식과 투유카 어의 그것이 다름을 보여 준다.

그러면 한국어는 어떠한가? 한국어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은 ⓑ'높임법'이다. "준비를 하십시오."라는 말에는 '화자가 청자를 높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 있다. 한국어 화자들이 말을 할 때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묵시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당신은 청자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까? 듣는 사람을 높입니까? 아니면 높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고민이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높임법을 보편적인 언어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외국어는 자국어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언어 간의 대조나 비교를 통하여 자신의 사고 방식을 돌이켜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투유카 어의 증거법을 이해한 한국인들은 문장 속 동사의 역할에 대해서 한국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산업화의 정도나 사용 인구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나름대로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토착민의 언어든 문명국의 언어든 서로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언어들의 특징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언어의 그림'을 보다 객관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단락의 요지 파악하기

외국어를 통한 한국어의 고유성 재확인

→ 화자의 목격 여부가 드러나는 투유카 어의 증거법

→ 한국어와 투유카 어의 차이

한국어의 특성이 드러나는 높임법

→ 언어의 차이를 통한 새로운 인식

 

● 정리하기

주제언어 간의 차이를 통한 자국어 재인식의 필요성

특성

   1) 해 : 외국어를 통해 자국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자국어의 고유성을 재확인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 글이다. 이에 필자는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즉, 개별 언어는 고유한 가치를 지닌 것이어서 어떤 언어든 간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투유카 어의 증거법과 한국어의 높임법 등을 예로 들고 있는데, 이들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2) 독해 : 언어 간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언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각기 다른 언어의 고유성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글로서, 이러한 필자의 관점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3) 어휘 풀이

      * 괴테(1749~1832) → 독일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자로,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고백과 참회의 작품을 썼다. 작품에 희곡 <파우스트>, 자서전 <시와 진실> 따위가 있다.

 

● 출제 문항

1.  위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점]      

   ① 문명국일수록 언어 체계도 우수하다.

   ② 언어는 언중이 세상을 대하는 사고방식과 무관하다.

   ③ 외국어를 통해서 자국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④ 언어 간의 접촉을 통하여 언어 체계의 변화가 일어난다.

   ⑤ 언어 간의 대조를 통하여 언어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다.

 

2.  (가) ~ (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가) : 인용을 통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② (나) : 예시를 통하여 설명을 구체화하고 있다.

   ③ (다) : 대조를 통하여 대상의 이해를 돕고 있다.

   ④ (라) : 유추를 통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⑤ (마) : 비유를 통하여 설명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3.  ⓐ와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를 통해 사건에 대한 화자의 목격 여부를 드러낸다.

   ②는 여러 개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문법 범주이다.

   ③를 통해 청자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드러낸다.

   ④ ⓐ와 ⓑ는 모두 문장에 형태적으로 표시된다.

   ⑤ ⓐ보다 ⓑ가 개별 언어의 고유성을 더 잘 드러낸다.

 

4.  위 글에 담긴 글쓴이의 관점과 상통하는 것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기>

ㄱ. 언어는 본능의 일종이지만, 문자 언어는 본능이 아니다.                                       -스티븐 핀커

ㄴ. 인간은 유한한 문법 장치로 무한한 문장들을 생성해 낼 수 있다.                           -노암 촘스키

ㄷ. 어떠한 언어도 혼자만으로는 인간이 이루어 낸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가 없다.     -에즈라 파운드

ㄹ. 세계는 여러 시각이 모인 모자이크이다. 언어가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그 모자이크 한 조각을 잃는 것이다.                                                                                             -아린 달리냐 로드리게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정답> ③④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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